코로나 시대에 북유럽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살아보기
락다운(Lockdown)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부정적인 어감은 사람들의 온갖 상상력을 자극한다. 좀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식량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슈퍼마켓과 텅 빈 도시 풍경을 생각나게 한다. 도시 외곽은 도시 간 이동이 통제되어 생겨버린 긴 자동차 행렬로 꽉 막혀있을 것만 같다.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본건가? 어쨌든 나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락다운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한국에서의 2주간의 자가격리만 빼면 나는 2020년 코로나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잘 지내온 샘이다. 발리에서 다섯 달 동안 지내면서 관광지와 해변에서 사람들을 몰아낸 코로나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락다운이라고?!" 그런데 이 곳에 온 지 2주가 지난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나 역시 코로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12월 28일부터 수도 탈린을 락다운(Lockdown)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사람들은 도시가 락 다운되기 전 마지막 자유를 즐기기라도 하려는 듯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EU 멤버인 에스토니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코로나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 편이다. 140만으로 인구가 다른 적은 편이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하루에 확진자수가 500명에서 800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이니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 매우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수도 탈린에서 급증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로 골머리를 앓던 에스토니아 정부는 특단의 조치로 2021년 연초까지 락다운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도시가 락 다운되면 뭐가 바뀌는 걸까? 일단 모든 음식점과 카페에서 취식이 금지되며 테이크아웃이나 배달만 가능하다. 그 외에도 거의 모든 실내 활동이 불가능하고 박물관과 유적지도 모두 닫는다. 그 외에도 사람들은 실내장소나 사람이 밀집한 지역에서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어?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사실 내용만 들어서는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가뜩이나 사람이 적은 이 곳 사람들이 더욱 의기소침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사람은 누구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는 것 같다. 마치 반항이라도 하듯이 사람들은 미친 듯이 폭죽을 쏘아 올렸고 거리에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2020년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말이 락다운이지 거리에는 오히려 예전보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마스크를 낀 사람은 30%도 되지 않아 보였다.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을 걱정해야 하는 걸까? 기쁨과 걱정이 공존하는 얼떨떨한 마음이지만 어쨌든 락다운중에도 유럽의 일상은 잘 흘러간다. 새해가 오고 한참이 지났지만 이 곳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 코로나도 에스토니아 사람들의 행복을 향한 열망은 말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