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쓰는 이유

코로나 시대에 북유럽 에스토니아 살아보기

by 알바트로스



"요즘은 거리에서 마스크 벗으면 무슨 팬티 벗는 것 같은 기분이야..." 작년 9월 서울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다. 하지만 농담으로 넘겨듣기에는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의 현실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서울의 거리에서는 마스크 안 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조금만 기침을 하거나 잠시라도 마스크를 벗으면 주위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지하철에는 "노마스크는 폭력입니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캐치프레이즈가 떡하니 붙어서 사람들을 겁준다.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코로나 방역에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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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마켓과 2021 새해 카운트다운에 몰린 수많은 인파


그에 비해 이 곳 유럽 사람들은 마스크 쓰기를 참 싫어하는 것 같다. 스케이트장이나 도서관 그리고 버스 안에서도 제발 마스크 좀 쓰라고 그렇게 마스크를 나누어줘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열 명 중 두세 명이면 많은 편이다. 공무원이나 시설 담당자들의 "마스크 좀 쓰세요"라는 말에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가 몰렸던 크리스마스와 2021년 새해 카운트다운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안 낀다. 한국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럼 연일 코로나 확진자 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사람들은 도대체 왜 마스크 쓰기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것일까? 이제부터 내가 느낀 유럽인들이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보고자 한다. 우선 서양 문화권에서는 마스크 하면 범죄자가 쓰는 것이라는 인식과 같이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퍼져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곳에 와서 내가 직접 보고 느낀 바로는 단순히 마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이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은 개인의 행동의 자유를 공공 방역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곳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코로나 팬더믹에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서 이 곳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타인이 특히 국가가 나서서 자신에게 어떤 행위를 강요한다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이 곳의 자가격리는 '자가격리'보다 훨씬 부드러운 '이동의 자유 제한'으로 표현되며 한국보다 훨씬 느슨하게 시행된다. 정부는 권고는 하지만 웬만하면 강요는 하려하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처럼 정부가 개인들의 인식에 개입하여 서로 통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실패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이 곳에 살면서 좋은 점은 코로나 혹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불편한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마스크를 끼는 것은 자유이지만 마스크를 안 낀 사람을 마치 팬티 안 입은 사람처럼 취급하는 분위기는 없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식당 영업이 제한되고 카페나 관광지가 문을 닫는 것은 불편하고 아쉽지만 적어도 일상생활에서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정책을 운영하면 사람들의 정신적 피로도와 우울증 지수는 높아지는 대신 감염자 수는 줄어든다. 반대로 느슨한 정책 운영은 감염자 수를 늘리는 대신 사람들의 정서적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어준다. 정답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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