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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Apr 10. 2021

책을 읽지 않아도 서점에 가는 이유

서점에서 인생의 실마리를 얻다

나는 군생활 중에도 휴가를 나오면 습관처럼 꼭 서점에 들르곤 했다. 꼭 책을 사거나 읽으려는 목적이 있어서 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서점에 들르는 행위 자체가 유익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가는 것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책은 커버와 제목만으로도 인생의 실마리와 지대한 영감을 주곤 한다. 그래서인지 매대의 수많은 따끈한 신간들을 하나하나 읽지 않더라도 서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어떤 운명적인 이끌림이 책을 통해 내 인생을 변화시키려 기다리고 있음을 느낀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금요일 저녁 나는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 강의를 부탁받고 강의 자료 제작에 참고하기 위해 '위대한 시크릿'이라는 책을 사러 서점으로 발을 옮겼다. 서점으로 향하는 길에 여의도를 산책하며 어떻게 하면 30대를 잘 보낼 수 있을지 골몰해 있던 내가 마침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서른과 마흔 사이'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오구라 히로시라는 일본 작가가 쓴 책이었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에 살면서 일본의 서점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보는 사람을 거북하게 만드는 혐한, 혐중 서적을 보고 기분을 잡치기 싫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일본인 작가들의 글에 별로 공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본인 작가들의 특성상 방법론적이고 딱딱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말의 기대도 없었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 들었다. 신기하게도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았던 책의 내용은 '위대한 시크릿'이라는 책과 일맥상통했다. 한줄평을 쓰자면 30대에 긍정 마인드의 힘을 터득하고 삶에 적용해 회사에서 큰 성과를 낸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할까? 계획에 없었지만 나는 '위대한 시크릿'과 함께 두 권의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무엇엔가 홀린 듯이 미친 듯이 '서른과 마흔 사이'를 읽어 내려갔다.


'땅을 보고 걸으면 멀리 가지 못한다'는 챕터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집착을 내려놓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라' 역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 것이니 최대한 눈앞의 일에 집중했을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은 느낌으로 일상을 채워가라는 말이었다. '삼진을 당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홈런을 치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말을 하면서 저자는 무의식이 부정어와 긍정어를 구별하지 못하므로 '실수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식의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을 읽어보고 그는 분명 론다 번의 시크릿을 읽었고 그를 인생에 적용한 사람이었음을 확신했다. 책 쓰기는 사실 책 읽기에서 시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책을 감명 있게 읽고 백번 정도 읽으면 거기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색깔을 입혀서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오구라 히로시라는 일본의 어떤 중년 아저씨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어떤 책이 계기가 되어, 혹은 단순히 매대에서 본 책의 제목만으로 인생의 항로가 바뀌는 경험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마치 게임 퀘스트를 깨듯이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을 읽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로 인해 또 다른 책들과 기회가 내 인생으로 이끌려 들어오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책은 단순히 지식 습득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리고 서점은 성당이나 사원만큼 신비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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