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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Apr 12. 2021

FLEX좀 하면 어때서?

근검절약은 미덕이 아니다

근검절약하는 습관을 가진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자랐다. 나이에 맞지 않게 그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고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동물원에 갇힌 맹수처럼 가지고 싶은 것들을 하나둘씩 포기하는 훈련을 했다.


근검절약하는 사람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으며 평생 근검절약만 하다 죽게 된다는 슬픈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2~3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당시 컨설팅펌에 다니며 내 나이 또래 평균보다 높은 월급을 받아 수천만 원을 저축한 나는 이렇다 할 학벌이나 근무경력 없이 젊은 나이에 수십억 재산을 일군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보며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주변의 돈 많이 번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일에 몰두한 경험이 있으며 가지고 싶은 것을 손에 넣는 행위를 통한 만족감과 즐거움에 집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비에 있어서 가격은 그들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현재 수중에 돈이 많던 적던 그들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그런 그들에게 돈은 마치 스펀지처럼 빨려 들어간다.


우리의 상식과 반하는 돈의 움직임을 보며 뭔가 잘못되었다고 혹은 불합리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누군가에 의해 주입된 우리의 상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으면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근검절약하는 사람들은 포기와 결핍의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부족함을 인생에 끌어들인 것이고 반대로 돈 많은 사람들은 만족감과 즐거움에 집중하여 풍요를 인생에 끌어들인 것, 그뿐이다.


돈은 가치중립적이다. 즉,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그 사람의 도덕성이나 업적 혹은 사람 됨됨이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보다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중력의 법칙과 같은 끌어당김의 법칙이 돈에도 적용된 것이다.


깊은 배신감에 치를 떨던 나는 덕분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벋어 날 수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백수로 1년을 살았다. 원할 때 주저 없이 발리와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고 먹고 싶었던 음식이나 옷도 이제 별로 망설이지 않고 질러버린다 부모님이 주는 돈도 마다하지 않고 넙죽넙죽 받을 줄도 알게 되었다. 


1년동안 놀면서 풍비박산 날 것 같던 내 인생에 놀랍게도 우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넓어진 시야와 세상의 본질을 보려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통장 잔고도 줄어들지 않았다. 여전히 미래가 걱정된다거나 죄책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는다. 만족감과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 근검절약보다 부자로 향하는 더 빠른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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