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왜 편지를 쓰기 시작 했을까?
사실 매달 편지를 보내 드리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부담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 이겠지요. 그러나 적당한 부담감은 제가 무엇인가 쓰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기분 좋은 부담감이라 괜찮습니다. 세번째 편지를 쓰면서 '나는 왜 편지를 쓰기 시작했을까' 자문하게 됩니다. 그 질문은 왜 지금 나는 샌프란시스코로 떠났을까의 질문과도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어떤 혁신적인 사례나 컨텐츠를 찾아 나서는 여정으로 이해하고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수적인 목표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단순히 어떤 직감같은 것이 더 컸습니다. 때론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시점들이 있습니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시간, 지금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글들, 그리고 지금 만나서 대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관계들... 제가 한국을 떠나 낯선 이국 땅에 와서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다음 페이지로 도저히 넘어 갈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단 나 자신의 문제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 싸고 있는 모든 관계를 포함해서 말이죠.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동료든 ... 참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할 말이 많아지고 쓰고 싶은 글 들이 많아지나 봅니다.
지난 날 놓치고 있었던 삶의 기록들
지난 날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저의 다분히 사적인 글을 통해 제 자신과 화해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이야기들을 제 자신과 대화하듯 정리해 가는 중입니다. 그러다보니 저의 편지가 너무나 사적인 글일 수도 있겠다 싶어 민망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을 쓸때마다 스스로 경계하고 있어요. 자기연민이나 자기감정에 너무 빠지지 말자는 것. 그렇게 제 자신과 다짐을 하고 지난 세번의 편지를 다시 읽어보니 너무 무겁지 않았나, 너무 자기 세계에 빠지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좀 더 가벼워지려고 하고 있어요. 좀 더 가볍게 하루의 일상을 담담히 써 나가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