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이틀 전에 새로운 출판사를 찾기로 결정하면서 바로 출간 기획서를 작성했다.
동시에 투고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봤는데 한 사람이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 사람은 탈고한 원고를 투고했지만 출판사가 요구하는 색이 달라 원고의 일부를 새로 썼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남은 3 꼭지를 끝내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투고할 생각이었지만 그 글을 읽고 나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먼저 탈고를 하기보다는 나와 뜻이 맞는 출판사를 찾아 원고의 방향을 함께 맞춰 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계획을 바꿨다.
원고도 있겠다, 출간 기획서 작성도 완료했겠다, 당장 다음 날부터 투고를 하기로 했다.
투고를 며칠씩 나눠서 하라는 아무개의 조언을 참고해 미리 추려놓은 출판사 목록을 나눠 우선순위 리스트를 만들었다.
책을 출판하겠다는 집념과 욕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이상, 1순위에 있는 출판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었다.
그 수단인 출간 기획서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니 역시나 어색해 보이는 문장들이 보였고 애매하게 적힌 문항들도 있었다.
책 출간도 출간이지만 출판사를 찾는다는 것은 내 원고를 위한 투자자를 구하는 것이므로 출간 기획서를 더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짜놓은 원고 구성이 약간 빈약해 보였다.
이전 출판사와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완성된 글의 흐름은 나를 모르는 타 출판사들이 이해하기 힘들 거 같았다.
원고를 갈아엎어야 했다.
바로 어젯밤, 그렇게 결정을 내리니 바로 눈앞에 있던 결승선을 놓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달리면 된다.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신 탓도 있었지만 번뜩 떠오르는 아이디어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에 누웠다 다시 불을 켰다, 생각이 날아갈까 야밤에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사이드 스탭을 했다.
완성된 목차를 보니 손에서 땀이 살짝 났다.
이전의 구성이 나의 성격, 가치관 중심으로 흐르는 방식이었다면 새롭게 바꾼 구성은 시간 순으로 흘러가는 서사형식으로 책이 전개가 된다.
확실히 이전보다 다듬어진 느낌이다.
글이 훨씬 더 잘 써지고 나의 진심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고집이 생겨 버렸다.
죽어서라도 책을 내겠다고, 옆에서 티브이를 보고 계시던 엄마께 호언장담까지 했다.
집필을 시작하면서 한숨을 얼마나 많이 쉬었는지 모르겠다.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들어왔고 아주 뼈. 저. 리. 게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부터 얼마큼의 한숨을 더 쉬어댈지 예상할 수 없는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환희를 느꼈다.
아마 원고를 갈아엎고, 새 출판사를 찾아야 되는 이 여정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은 나의 마법의 단어로 글을 끝내려 한다.
"어차피" 내 책은 출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