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라는 걸 했다

책 출간은 정신력 싸움이다

by harrymerry

투고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건 천지 차이였다.

이미 출발한 버스 시원하게 떠나보내 듯, 샘플 원고와 출간 기획서를 보내면 복잡했던 정신이 조금은 말끔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어제 처음으로 투고한 이후로 하루 종일 기분이 뒤숭숭했다.

그렇게나 자신 있었던 내 소중한 글이 갑자기 초라해 보이고 하찮아 보였다.

정성 들여 쓴 출간기획서도 아이가 쓴 듯, 부실하고 어딘가 애매해 보였다.


'이런, 아무 데서도 연락이 안 올 거 같다'


글 잘 쓰고 재밌단 소리 몇 번 들어본 걸로 내 원고가 채택될 거라는 생각은 큰 오만이었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어느 작가의 "출판사를 찾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아지랑이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스스로를 계속 상기시킨다.

투고한 출판사는 서른 군데도 되지 않았다고.


좀 전에 투고를 했던 두 곳에서 연락이 왔다.

한 곳은 아까 전에 투고했던 곳으로 반기획 출판을 제안했고, 다른 한 곳은 어제 투고한 출판사로 진행 가능성이 있으면 이 주 안으로 연락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또다시 오만이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만 나한테만 보내는 이메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투고는 하루에 열두 군데씩 하기로 했다.

이미 리스트업을 해놨지만 이메일을 보내기 전에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들어가 보며 원고를 보내고 있다.

내가 요리 말고도 이렇게 절실하고 필사적으로 뭔가를 해본 적이 있던가.

집필한 지 구 개월차로 접어들었음에도 너무 간절한 탓에 열정이 꺼지기는커녕 더 활활 타오른다.


투고만 했음에도 출판에 한 발짝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그럼 계약하러 가는 길은 얼마나 설렐까.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