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유산과 시험관을 거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다. 작년 9월에 태어난 아기는 어느새 5개월이 됐다. 순탄하지 않은 여정이었기에 출산을 하면 더욱 감개가 무량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출산을 해보니, 모든 걸 다 떠나 이 아기가 내게 왔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유산했을 때의 슬픔과 시험관 과정에서 느낀 고단함은 저 먼 세계의 이야기처럼 어느새 아득해졌다.
아기와 함께 하는 하루 일상은 단조롭다. 매일 겪는 하루는 길고도 짧아서 일기에 적을 말이 많지 않다. 분유를 네 번 정도 타서 먹이고 나면 아기의 밤잠 시간이 다가온다. 하지만 아기는 그 시간을 틈타 무럭무럭 커간다. 얼굴에 생채기가 생겼길래 손을 살펴보면, 엊그제 자른 것 같은 손톱은 고새 자라 있다. 꼬박꼬박 찾아오는 아기 낮잠 시간을 기다려 손톱을 살살 자르다, 아기가 움찔하면 움직임을 헛 멈추고 표정을 살피며 기다린다. 깰 것 같던 아기는 다시 고요하게 잠든다.
40분이 지났을까. 아기는 최선을 다해 숨죽인 발걸음 소리에 움찔하며 깨어난다. 낮잠에서 깨어날 때 마주하는 모습이 나였으면 좋겠어서, 바로 몸을 일으켜 달려간다. 이제 다시 분유를 먹을 시간이다. 내 하루는 이렇게 쏜살같이 저문다.
매일매일 아기를 안고 깊고 까만 눈을 맞춘다. 동글동글한 얼굴에서 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엄마가 된다. 오아오아 로만 대답하는 아기를 상대로 무한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아기를 안고 있으면 거대한 하나의 세계가 내게로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된다. ‘사랑해’라는 말로 정의하기 어려운, 심장이 조여드는 감정을 매일매일 느낀다. 막연한 마음에 눈물이 흘러 넘칠 것 같다가도 더 웃을 수 없을 때까지 환하게 웃게 된다. 아기를 더욱 무한히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