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서
폭싹 속았수다 1막까지 완주했을 때, 이 드라마는 내 인생 드라마 리스트에 바로 추가됐다. 내 인생드라마 리스트에 [도깨비, 미스터선샤인,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생활, 미생]이 있는데, 다 제각각의 매력이 달라서 굳이 그 안에서 순위를 매기고 싶진 않고! 그냥 앞으로 내 인생드라마 리스트를 얘기하라고 하면, 당분간 이 드라마를 가장 먼저 언급할 것 같긴 하다.
'폭싹 속았수다'가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리액션 영상 장난 아니게 나옴) 호주인가 어디에서는 아예 야외에서 단체로 관람할 수 있게 큰 빔프로젝터로 상영을 해주더라. 이 드라마가 전 세계 만인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모와 자식에 대한 아주 보편적인 감정"을 매우 디테일하게 잘 다뤘기 때문이 아닐까? 역시 "유머, 위협" 과 같이 콘텐츠에서 먹히는 다양한 감정과 소구점이 있겠지만, 가장 오래도록 인상 깊고 모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공감 콘텐츠'가 아닐까 싶었다.
거의 대부분의 자식들은 부모님께 잘 해드리고 싶고,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다. 그런데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때론 꺼내지 말아야 할 속마음까지 내비치게 된다. 이 드라마는 그런 자식과 부모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복잡한 관계성을 대사 하나하나, 나레이션 하나하나에 참 잘 담아냈다.
우리는 서로의 세상이었는데 한쪽은 떠나도 한쪽은 남았다.
그들은 나를 기어코 또 키웠다. 내가 세상에서 백그램도 사라지지 않게 했다.
무엇보다, 극 중 ‘오애순’ 역할이 너무 우리 엄마랑 닮았다. 말투, 표정, 대사, 행동 하나하나가 그냥 우리 엄마 같았다. 드라마를 보면서 몇 번이나 오열했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가진 거라곤 돈독한 6자매뿐이었던 우리 엄마는, 그중에서도 다섯째였다. 늘 언니들에게 치이고, 막내에게 밀리다 보니, 어릴 때부터 인내와 배려가 몸에 밸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을 거다. 그럼에도 늘 가진 것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엄마를 보면서, 드라마 속 “딸이 엄마 인생도 좀 인정해줘라”는 말이 참 크게 와닿았다.
내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드라마가 내 인생 드라마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식들은 늘 부모한테 자기 얘기 쏟아내기에 바쁘다. 그리고 사실, 모진 말을 내뱉을 때마다 안다. 이 말이 부모님께 얼마나 상처가 될지. 나도 사춘기 때 엄마랑 크게 다투며, 그만한 말을 해버린 적이 있다. “나는 진짜 엄마랑 대화가 안 돼. 더 이상 엄마랑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 그리고는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 사실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엄마 성격에 이 말은 오래도록 곱씹으면서 아파할 거라는 걸. 그런데 그걸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내 입은 날카로운 말을 뱉고 있었다. 뒤늦게 용서를 구하긴 했지만, 그 때 장면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명하다. 어쩌면 나중에 엄마를 떠올릴 때, 가장 후회할 순간이 그때일지도 모르겠다.
아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쯤인가... 그때까진 아빠와 유난히 서먹했다. 어느 날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와 동생, 나는 앞서 걷고 있었고, 아빠는 뒤에서 홀로 천천히 걸어오고 계셨다. 그런데 어쩌다 그 장면을 봐버렸고, 아빠의 쓸쓸한 뒷모습이 괜시리 찡하게 느껴졌다. 그날 이후로 그 주차장 길을 걸을 때면, 그때 아빠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아마 우리가 자라오는 내내, 그 길을 아빠 혼자 걸어오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팠다.
그 이후부터 나는 "앞으로 부모님께 절대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짓을 하지 말자"를 모토로, 늘 매순간 엄마아빠에게 진심을 다하고 있다. 나도 금명이처럼 엄마아빠한테 무한 사랑을 받고 자란 귀한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금명이가 아빠한테 했던 말 중에 공감되는 말이 있었다. "아빠는 왜 100을 가지고는 나한테 120을 주냐"며 투정부리며 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가진 100 중 120을 나에게 주는 그 마음, 그걸 받는 기분을 나는 너무도 잘 안다.
나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으면서, 본인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이 내어주는 사람들. 그런 부모님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 감히 말로 설명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