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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May 14. 2024

좋은 다이빙 강사와 상담 제대로 하기

다이빙 코스를 배울 장소와 환경을 정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다이빙 강사와 센터를 알아보면 됩니다. 정식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취득 과정이 아닌 ‘디스커버 스쿠버 다이빙(체험 다이빙, 트라이 다이빙)’이나 유자격 다이버들이 즐길 수 있는 ‘디스커버 로컬 다이빙(펀 다이빙)’이 목적이라면,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다이빙 센터를 선택하는 게 좋아요. 오랜 시간 꾸준히 사고 없이 스쿠버 다이빙 코스를 전개해 온 다이빙 센터는 자연스럽게 명성을 얻게 되는데, 대부분 평균 수준 이상의 다이빙 강사를 채용하고, 강사가 안전하고 재미있는 다이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주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다이빙 센터 이름이 알려졌다고 해서 모든 다이빙 강사가 훌륭하다고 말할 순 없어요. 확률이 높을 뿐이죠. 관광객, 여행자가 많은 하이 시즌엔 다이빙 센터는 비즈니스 면에서 이득인 프리랜서 강사를 한시적으로 채용할 확률이 높아요. 다이빙 센터가 시간을 두고 검증하지 못한 다이빙 강사를 만날 수도 있고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코스를 진지하게 이어가고 싶다면, 다이빙 센터보다는 다이빙 강사에 초점을 두고 정보를 찾는 게 더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평소 관심 있는 다이빙 지역이나 환경 쪽으로 정보를 찾아본 후에 그쪽을 대표하는 다이빙 센터와 그곳에서 일하는 몇몇 강사들을 소셜미디어를 팔로우업 해두는 거예요. 강습 경험이 많고 다이빙 실력이 탄탄한 강사들의 개인 소셜미디어를 잘 살펴보면 단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화려한 사진이나 영상만 올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강습 철학이나 다이빙을 대하는 자세와 마인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팔로우해두고 시간을 갖고 지켜보다 보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호감 가는 분들이 몇몇 생길 거예요. 그리고 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상담을 진행해 보면 좋습니다. 


태국 꼬따오 ⓒ 조하나



다이빙 상담 시 기본적인 체크 포인트


상담 시 다이빙 강사가 소속 다이빙 센터에서 풀타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프리랜서 강사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지만, 다이빙 센터 입장에선 강습 경험이 많고 실력 좋고 책임감 좋은 강사를 프리랜서 강사로 둘 리가 없습니다. 풀타임 강사 입장에서도 다이빙 스케줄을 계획(이론 수업을 위한 교실이나 제한 수역 교육을 위한 풀장, 개방 수역 교육을 위한 보트 이용 등) 할 때 다이빙 센터의 든든한 서포트를 받을 수 있죠. 또한, 풀타임 강사는 그만큼 특정 다이빙 지역이나 환경에서 강습 경험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있는 스쿠버 다이빙에서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해외 다이빙 센터라면 강사가 그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워킹비자 또는 워크퍼밋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제가 태국에서 일할 때 워크퍼밋 없이 일하는 프리랜서 강사들을 정말 많이 봤는데, 이들은 만에 하나 다이빙 사고가 나더라도 속수무책입니다.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스쿠버 다이빙을 가르치는 강사라면 그 정도의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이빙 센터 입장에서 고용하는 다이빙 강사의 워크퍼밋을 만들어주려면 큰돈이 듭니다. 하지만 그게 싫으면, 다이빙 센터 비즈니스를 하지 말아야 해요. 태국 크라비에 있는 핀란드 출신의 오너가 운영하는 한 다이빙 센터는 일하는 모든 외국인 강사들에게 워크퍼밋을 만들어줍니다.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는 다이빙 안전사고에서 강사들뿐 아니라 교육생들도 보호하기 위해서요. 제가 일했던 다이빙 센터들 역시 풀타임(정규직)으로 저를 고용할 때 워크퍼밋을 발급해 주었습니다. 


다이빙 강사가 상해 책임 보험에 들어있는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다이빙 센터에 풀타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지, 다이빙 센터에서 교육생 다이버에게도 의무적으로 다이빙 상해 책임보험을 제공하는지입니다. 제가 지난 10년간 일했던 태국 꼬따오 다이빙 센터들은 그곳에서 다이빙하는 모든 이들에게 30일 다이빙 책임 보험을 제공했어요. 체험다이빙부터 각종 다이빙 코스, 프로페셔널 코스, 유자격 다이버들의 펀 다이빙 등 모든 다이빙 프로그램에 적용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이빙 강사의 프로페셔널 다이빙 상해 책임 보험과 교육생의 책임 보험, 다이빙 센터의 책임 보험으로 모두가 안전하게 다이빙할 수 있습니다. 




오픈워터 교육생들과 함께 ⓒ 조하나



다이빙 입문 레벨이라면 수영 테스트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다이빙 입문 레벨 코스에는 다이버가 물에서 편안한지를 확인하는 수영 테스트가 있습니다. (다이빙하는데 수영을 못 한다고?) 저는 다이빙 상담 시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수영할 줄 아세요?”예요. 다이빙 단체 소속 강사로서 그 다이빙 단체의 교육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데, PADI 오픈워터 코스 교육 규정에 따르면 200미터 수영과 10분 깊은 물 떠있기를 못 하는 교육생에게는 자격증을 발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종 수영에 대해 아예 언급을 안 하거나 “수영 못 해도 다이빙할 수 있어요” 하며 은근슬쩍 수영 테스트 없이 코스 진행 후 자격증을 발급하는 강사들에 대해 보고 듣는데요. 저라면 그런 강사에게 절대 다이빙을 배우지 않을 거예요. 기본적인 코스 교육 규정을 어기는 강사가 어떻게 좋은 코스를 가르칠 수 있겠어요? 이건 강사로서의 마인드와 애티튜드에 관한 문제이기도 해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압니다.



e 러닝 활용이 가능한지 확인하세요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대표적인 다이빙 단체가 종이책 대신 e 러닝 매뉴얼을 이용하는 추세입니다. 하루 종일 교실에 앉아 이론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면, 강사에게 e 러닝 옵션을 문의해 보세요. 하지만 e 러닝으로 셀프스터디를 했다고 해서 모든 이론 세션이 끝난 건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요. 특히 입문 과정인 오픈워터 코스에서 다이빙 관련 지식과 이론을 대부분 배우기 때문에 e 러닝으로 이론 부분을 모두 마쳤다 해도 강사와 함께 틀린 문제를 짚고 넘어가거나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을 시간을 가져야 해요. 다이빙 단체 교육 규정에도 나와있습니다. 교육생이 e 러닝을 마치고 왔다고 해도 강사가 반드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이빙 지식, 이론 부분을 마무리해야 한다고요.



강습비가 싼 곳은 일단 거르세요


강습비가 저렴한 곳은 일단 거르세요. 경험 많고 실력 좋은 강사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합니다. 강습비가 저렴해질수록 여러분의 안전과 먼 다이빙 코스가 될 수 있어요. 오픈워터 코스를 이틀 안에 끝내게 해 주겠다, 다이브마스터 코스를 2주 만에 끝낼 수 있다, 하는 곳도 거르세요. 저는 10년 가까이 무수히 많은 다이빙 코스를 가르쳐 왔지만 여전히 어떻게 하면 입문 과정을 이틀 안에 끝내는지, 다이브마스터 코스를 2주 만에 끝내는지 알 수 없습니다. 교육생이 아무리 타고난 다이버의 재능을 가진 우등생이라 하더라도, 저는 최소한 이론 교육 하루, 풀장 교육 하루, 바다 교육 이틀을 잡습니다. 풀장에서 교육생이 너무 잘해 스킬을 모두 끝내면 남은 시간에 더 잘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요. 코스를 천천히 할수록 교육생에겐 이득입니다. 스쿠버 다이빙에선 절대로 시간과 비용을 줄이지 마세요.


몇 년 전, 제가 오랜만에 교육생으로 돌아가 멕시코 케이브 다이빙 코스를 위한 다이빙 강사를 찾을 때 있었던 일이에요. 바다 다이빙 강사 생활을 오래 하다 몇 해 전 멕시코 케이브/테크니컬 다이빙 훈련을 받고 싶어 다시 교육생 입장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어요. 멕시코 유카탄반도 수중 동굴 지역에서 명성 높은 케이브 다이빙 전문 센터 세 곳을 추렸고, 그곳에서 제가 교육받고 싶은 강사에게 같은 질문으로 메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돌아온 답변을 비교하며 저와 맞는 스타일의 교육 철학을 가진 강사를 정했습니다.


한 곳에선 케번-인트로-풀 케이브 “모든 코스를 패키지로 00일 만에! 현금으로 하면 00달러까지 해줄게!” 하는 식이었고, 다른 한 곳에선 “모든 코스 금액에는 디스카운트 없다, 하지만 제대로 가르쳐 주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코스 일정 역시 “네가 하기 나름”이라고 했죠. 잘하면 코스 일정대로 끝나고, 못 하면 추가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고요. 저는 두말 않고 후자 쪽 다이빙 센터를 골랐습니다. 생명과 안전이 걸린 다이빙은 할인해 주겠다고 하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다이빙 강사 생활을 통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제가 강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알겠더라고요. 교육에 자신 있는 강사는 절대 교육비 할인 같은 거 안 해요. 그렇다고 강습비를 심하게 높게 책정하지도 않습니다.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역시 “오픈워터 코스 무조건 4일! 어드밴스드 2일! 수영 못 해도 됩니다! 물 무서워해도 돼요!” 하는데, 사실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물을 무서워한다고 다이빙을 못 배우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천천히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배워야 하죠. 물 무서워하는 사람 데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 하듯 딱딱딱딱! 억지로 스킬만 끝내고 바다로 데리고 나가면, 그러다 큰 사고 나요. 물을 무서워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통 4일 하는 코스를 일주일 넘게 걸리더라도 좀 더 길게, 천천히 차근차근, 스트레스 줄이면서 여유 있게, 그렇게라도 ‘저는 다이빙이 너무 하고 싶어요!’ 하면, 저는 개인적으로 가르쳐요. 물론 추가되는 트레이닝 비용은 따로 받고요. 시간과 경험에 맞는 정당한 대가니까요.



입문 과정부터 다이빙 장비 구매를 권하는 강사는 거르세요


아직 풀장 물에 발가락도 담그지 않았는데 오픈워터 코스를 하려면 이거 사야 한다, 저거 사야 한다, 하면서 다이빙 장비를 권하는 강사는 거르세요. 오픈워터 코스 시작하기도 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 사양 다이빙 장비로 맞추고는 오픈워터 코스 끝나고 모두 중고 시장에 내놓는 다이버가 얼마나 많게요. 다이빙 장비 판매로 대부분 수익을 얻는 부끄러운 다이빙 강사들 때문입니다. 저는 다이빙 장비는 최대한 늦게, 나중에, 꼭 필요하다 싶을 때 사라고 권합니다. 다이빙 장비는 다이버의 경험과 실력, 레벨에 맞게 고르는 것이지, 장비를 먼저 사두고 거기에 다이버 자신을 맞추는 게 절대 아니에요. 개인 마스크와 스노클, 핀 정도는 입문 과정에도 구매할 수 있어요. 하지만 BCD(부력조절장치)나 레귤레이터(호흡기) 같은 고가의 장비는 입문 레벨 다이버가 사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다이빙 컴퓨터도 아니에요. 일단 오픈워터 코스를 진행해 보고 펀다이빙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스쿠버 다이빙을 꾸준히 즐기고자 하는 확신이 선다면 그때 사도 늦지 않아요. 요즘은 다이빙 센터 렌털 장비 퀄리티도 나쁘지 않아요. 입문 과정, 초보 다이버라면 최대한 다양한 장비를 빌려 써보고 경험을 넓혀야 해요. 



스쿠버 다이빙의 변수를 무시하지 마세요


상담 시 다이빙 코스에 걸리는 시간은 절대 강사가 말하는 대로 자로 잰 듯 딱 맞춰 준비하지 마세요. 오픈워터 코스가 4일 걸리면 하루, 이틀은 더 여유 있게 준비하세요. 건강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스쿠버 다이빙에는 날씨 변수도 큽니다. 자신이 평균적인 교육 기간에 맞지 않는, 조금은 느리게 배우는 학생이 될 수도 있어요. 물속에선 어떤 예상도, 자만하는 마음도 금물입니다. 그리고 정해진 코스 기간 안에 다이빙 교육을 다 마치지 못해 자격증 발급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코스 기간을 늘리는 게 가능한지, 추가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도 미리 강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미 강사의 다음 스케줄이 정해져 있다면 여러분이 추가 연장 교육을 받고 싶다고 해도 불가능하거나 담당 강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제가 교육한 다이버 중 떠오르는 이들이 몇몇 있네요. 한 미국 친구가 물을 극도로 무서워하는데 남자친구 때문에 억지로 다이빙 코스를 시작했어요. 그 친구가 장비 착용하고 풀장 들어가자마자 우는 거예요. 머리는 담그지도 않았고, 풀장에 서 있으면 가슴 높이 정도까지 오는 수심에서요. 어르고 달래 봐도 30분이 지나도 울음을 그치질 못해요. 물속에 머리만 담가 보자고 그녀 손을 꼭 붙잡고 해 봤는데, 딱 1미터 수심에 서서 머리만 담갔는데도 숨을 못 쉴 것 같데요. 물론 호흡기, 마스크 다 착용하고 있었고요. 그 클래스에 다른 2명은 이 친구 때문에 늦어지니 당연히 짜증이 났죠. 놀랍게도 이 친구는 오픈워터 첫 번째 날인 이론 수업에서 모든 지식 복습과 퀴즈, 최종시험을 100%로 통과했답니다. 


가끔 다이빙 상담하는 분들이 농담조로 “저는 운동 신경도 좋고 머리도 좋은 편인데 오픈워터 코스 더 빨리 끝낼 수 없을까요?” 하는 분들도 만나봤어요. 그럼 저는 말합니다. “본인의 머리가 물속에 잠기기 전까진 아무도 모릅니다” 하고요. 스쿠버 다이빙에선, 특히 한 번도 다이빙을 안 해본 분이라면, 절대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고요. 그저 겸손하고 진중한 마음으로 플로우에 자신을 맡기고 강사를 믿고 따르세요. 경험 많고 실력 있고 책임감 있고 애티튜드가 좋은 강사라면, 여러분을 잘 이끌어 줄 겁니다. 



다이빙은 단거리 스프린트가 아닌 장기 마라톤이에요


호흡을 길게 두고, 한 번 보고 말 강사가 아닌 여러분이 좋은 다이버로 성장하는 길을 이끌어줄 수 있는 멘토십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다이빙 트레이너를 찾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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