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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May 21. 2024

다이빙 장비, 꼭 사야 할까?

초보 다이버를 위한 스쿠버 다이빙 장비 구매 팁.

저는 다이브마스터, 다이빙 강사 과정을 해외 웨스턴 다이브 센터에서 진행하고, 지난 10년간 웨스턴 문화권의 다이빙 업계에서 강사로 일해왔기 때문에 한국 다이빙 커뮤니티의 문화와 다른 점이 많았어요. 하지만 제 블로그를 통해 찾아준 한국 다이버들의 다이빙 교육도 많이 했기 때문에 영미권/유럽과 한국의 서로 다른 다이빙 문화를 비교할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스쿠버 다이빙 장비에 대한 인식이었어요.


한국 다이버들은 아무래도 다이빙 장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저도 한국인이기에 나름 장비에 대한 욕심이 있었는데요, 다이빙 프로페셔널 트레이닝을 받는 동안 제가 만난 영미권 다이버 멘토들로부터 대부분 “다이빙 장비, 최대한 늦게 사라”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양한 다이빙 환경에서 렌털 장비로 경험을 쌓으며 최대한 다양한 장비를 써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장비를 찾아 구매해도 늦지 않다는 이유였어요. 하지만 그 사이 간간이 만난 한국인 다이버들은 “스쿠버 다이빙 개인 장비를 갖추고 트레이닝을 시작하라”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사이드마운트 교육생과 함께 ⓒ 조하나



다이빙 장비, 산다? 안 산다?


정답은 없습니다. 판단은 다이버의 몫이에요. 하지만 제가 만난 다이버들 중 아직 경험이 한참 부족하고, 다이빙 실력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고가의 하이-레벨 다이빙 장비를 사서 몇 번 써보지도 않고 다시 중고로 팔아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저 역시, 제가 트레이닝하는 교육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장비를 빌려서 써보고 자신에게 맞는 다이빙 장비를 찾아가며 확신이 생길 때 구매해도 늦지 않다"라고 조언합니다. 사실 다이빙 장비가 다이버의 실력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주 미미해요. 기본적인 기능만 갖춘 저가의 보급형 BCD로도 부력 컨트롤과 트림 자세를 잘 구현하는 다이버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다이빙 실력을 언제나 장비 탓으로 돌리는 다이버도 많거든요. 다이버는 실력만 있으면 어떤 장비로든 다이빙을 잘합니다. 


그럼, 다이빙과 사랑에 빠진 초보 다이버들은 어떤 장비부터 사야 할까요? 그리고 다이빙 장비를 산다면 어떤 걸 구매하는 게 좋을까요? 




스쿠버 다이빙 장비는 어떤 것부터 사야 할까?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레벨과 경험, 목적, 환경에 따라 다르다.


다이빙 시작 전


여러분이 아직 스쿠버 다이빙을 시도해 보지 않았고, 입문 레벨 다이빙 코스 트레이닝을 준비 중이라면, 다이빙 센터에서 제공하는 렌털 장비로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수중' 스포츠인 스쿠버 다이빙은 모두를 위한 게 아닙니다. 아직 다이빙이 자신에게 맞는 액티비티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우선 다이빙 입문 레벨 자격증 코스를 진행해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이빙 코스 시작 전부터 고가의 다이빙 장비를 권하는 경우는 추천하지 않아요. 요즘은 다이빙 센터에서 높은 퀄리티의 렌털 장비를 제공하는 곳도 많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좋은 다이빙 센터를 고른다면, 다이버가 개인 장비를 구매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입문 레벨

스쿠버 다이빙 입문 과정인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이빙을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마스크, 스노클 구매를 추천합니다.  


◆ 마스크: 특히 한국인 다이버가 해외 다이빙 트립을 갈 때 대부분의 웨스턴 다이빙 센터는 서양인의 얼굴에 맞는 마스크를 렌털 장비로 구비해 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 핏에 맞는 마스크를 구매해서 가지고 다니는 게 좋아요. 코 포켓이 작고 볼륨이 낮은 아시안 핏 마스크를 추천하는데, 실리콘 스커트가 부드러운 모델이 착용감도 좋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코로 숨을 들이마셨을 때 얼굴에 뜨는 곳 없이 잘 밀착되는지, 이퀄라이징을 위해 코를 잘 막을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일안식과 이안식은 다이버의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GULL Fanette 모델을 사용합니다. 




◆ 스노클: 스노클은 다이빙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장비인데요.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구매할 때 스노클도 함께 구매하면, 다이빙 트립을 떠나서도 여전히 가까운 해변에서 소소한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제가 다이빙을 처음 시작할 땐 고가의 화려한 스노클을 샀는데, 다이빙을 하다 보니 엄청 걸리적거리더라고요. 점점 다이빙 레벨이 높아지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제 스노클은 점점 간단하고 심플해졌습니다. 스노클은 괜히 비싸고 이것저것 기능 많은 걸 살 필요가 전혀 없어요. 가볍고 심플하고, 물 빼기만 잘 되면 좋습니다. 





중급 레벨

오픈워터, 어드밴스드 코스를 마치고 다이빙 경험을 어느 정도 쌓는 걸 추천합니다. 다이빙을 하며 만나는 버디나 강사가 쓰는 다이빙 장비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얻는 것도 좋아요. 개인 장비를 장만할 때 마스크, 스노클, 핀이 가장 우선이고요, 이후 다이빙을 좀 더 꾸준히, 진지하게 즐기고 싶다면, BCD나 레귤레이터 말고 반드시 다이브 컴퓨터를 먼저 구매해야 합니다. 다이버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니까요.  


◆ 핀: 한국, 일본, 중국 다이버들이 색깔도 다양하고 모양이 예뻐 풀풋형(맨발로 신는 발 전체를 감싸는) 핀 중에서도 GULL 제품을 선호하는데, 저도 초보 다이버일 때 이 핀을 썼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아요. 발을 감싸는 부분이 금방 찢어져서 자주 다이빙을 즐기기엔 가성비가 안 좋습니다. 발꿈치나 발등 부분 여기저기 상처도 많이 생기고요. 개인용 핀을 구매하는 분들이라면 부츠와 함께 신는 풀풋형 핀을 추천해요. 핀은 다이빙 환경이나 다이버가 쓰는 노출 보호 슈트 따라 선택권이 다양합니다. 찬물에서 드라이슈트 다이빙을 하면 다이버의 몸에 부력이 커지기 때문에 음성 부력의 무거운 핀을 써야 하고, 웻슈트 다이버라도 슈트의 두께에 따라 달라지는 부력에 따라 핀을 선택해야 해요. 저는 5mm 풀 웻슈트 사용 시 OMS 슬립스트림 핀을 사용하고, 드라이슈트에는 스쿠버 프로 제트핀을 사용합니다.  




◆ 다이브 컴퓨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문용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이 순토 브랜드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저도 다이빙을 시작하고 다이브마스터, 강사 생활 몇 년을 순토(SUUNTO) D4i와 함께 했고요. 이후 저는 사이드마운트, 테크니컬 다이빙, 케이브 다이빙으로 넘어가면서 시어워터(SHEARWATER) 테릭(Teric)으로 바꿨어요. 시어워터로 5년 넘게 다이빙을 하면서, ‘아, 진작 이 컴퓨터로 바꿀걸’ 하고 생각했죠. 고가의 다이브 컴퓨터지만, 순토를 쓰면서 자잘한 문제들로 서비스를 받은 적이 몇 번 있고, 다이빙에 차질이 생긴 적도 꽤 있었지만, 시어워터로 바꾸고 나선 단 한 번의 문제도 생긴 적이 없었어요. 거의 매일 수차례 다이빙을 하는데 5년 가까이 쓰고 얼마 전 배터리를 교체했는데, 서비스도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테크니컬 다이빙계에서 다이버들이 가장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다이브 컴퓨터로 시어워터를 고른 이유가 있습니다. 시어워터 테릭이 레크리에이션 다이버가 쓰기엔 가격으로 볼 때 조금 부담될 수도 있는데, 몇 년 전 시어워터에서 레크리에이션 다이버에 적합한 페레그린(Peregrine) 모델을 출시했고, 최근엔 테릭의 보급형 신제품 턴(Tern)을 새로 출시했으니 한 번 고려해 보길 바라요. 가민 역시 탁월한 퀄리티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다이브 컴퓨터 시장에서 많은 다이버들이 사용하지만, 저는 다이빙 기능에만 집중한 시어워터가 개인적으로 낫더라고요.   




고급 레벨

다이브마스터나 강사 과정을 생각하거나, 취미로 다이빙을 즐기더라도, 적어도 50 로그 이상 된다면 개인 장비로 BCD나 레귤레이터 구매를 고려하면 됩니다.  


◆ BCD: 다이빙 강사를 생각한다면 재킷형 BCD가 좋아요. 요즘 많은 다이버들이 백플레이트+윙 타입 BCD를 사용하는데, 다이빙 강사가 되어 오픈워터 제한 수역(풀장) 교육 시 스킬 시범을 할 때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저 역시 재킷형 BCD를 쓰다가 백플레이트+윙 타입 BCD로 바꿨는데, 코스 교육이 많아 풀장에서 스킬 시범을 보일 땐 다이빙 센터 렌털 BCD를 써야 했어요. 개인적으로 펀 다이빙을 갈 땐 주로 사이드마운트를 하기 때문에 사이드마운트 하네스+윙이 있어 굳이 백플레이트+윙 타입 BCD를 쓸 일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몇 달 만에 팔았습니다.  


다이빙을 취미로 즐긴다면 백플레이트 + 윙 타입 BCD를 쓰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는 다이빙 스킬과 적절한 부력 컨트롤, 트림 자세를 꾸준히 갈고닦아야 합니다. 부력과 트림이 컨트롤 안 되는 상태에서 백플레이트를 잘못 쓰는 다이버들이 많은데, 백플레이드 + 윙 타입 BCD는 올바른 사용법을 배우고 써야 합니다. 자신이 없다면, 재킷형 BCD로 다이빙 경험을 쌓은 후 백플레이트 + 윙 타입 BCD를 쓰는 걸 추천합니다. 


재킷형 BCD는 그동안 다이빙 강습을 하면서 시장에 나와 있는 다양한 브랜드를 거의 다 써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아쿠아렁 프로 HD를 선호합니다. 스쿠버 프로처럼 과하게 달린 액세서리도 많지 않고, 착용감 좋고 가벼우면서 LPI 조작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쉽고 간편해 다이빙 코스 교육 시 교육생에게도 부담이 없습니다. 아쿠아렁 프로 HD는 다이빙 센터에 렌털 장비로 쓰는 보급형 보다 한 단계 위라고 보면 되는데, 제가 일하던 다이빙 센터에서는 프로 HD가 렌털 BCD였답니다. 


 


백플레이트 + 윙 타입 BCD헬시온, OMS, 엑스딥(XDEEP)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는데 다이빙 여행을 자주 다니는 다이버라면 백플레이트의 소재(알루미늄, 스틸, 카본)에 따라 무게가 다르니 꼼꼼하게 따져봐야 해요. 







개방수역 사이드마운트 다이빙 ⓒ 조하나
멕시코 케이브 다이빙 ⓒ 조하나


저는 개인적으로 사이드마운트 하네스 + 윙은 레이저(RAZOR) 제품을 쓰는데, 케이브 다이빙에 특화된 기능이 있고 체구가 작은 저에게 스트림라인을 잡기에 최적이라 몇 년째 잘 쓰고 있어요. 요즘은 엑스딥의 사이드마운트 하네스 브랜드 점유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제가 사이드마운트를 가르친 교육생들에겐 대부분 엑스딥 구입을 추천했지만, 훗날 저처럼 케이브 다이버가 되고 싶다고 하는 친구들에겐 레이저를 추천했어요. 




◆ 레귤레이터: 다이버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는 에이펙스(Apeks), 스쿠버프로(Scuba Pro), 아쿠아렁(AquaLung) 등 다양하지만 아쿠아렁이 에이펙스 사를 인수하면서 두 브랜드의 레귤레이터 제조 기술엔 큰 차이가 없어졌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이버들은 앞에서 언급한 세 브랜드를 가장 많이 쓰고, 미국/유럽 쪽 다이버들은 아토믹(Atomic), 다이브라이트( Dive Rite), 부샤(Beuchat), 홀리스(Hollis) 등의 브랜드도 많이 써요. 저는 개인적으로 에이펙스의 팬입니다.  




◆ 다이브 라이트(다이빙 토치): 저는 케이브 다이빙을 하기 때문에 프라이머리 라이트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제가 쓰는 모델은 빅 블루(Big Blue) TL4800인데 케이브 라이트는 빛이 오래 유지되는 ‘번 타임’과 밝기, 빛의 각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격이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케이브 다이버들에겐 프라이머리 라이트는 생명과도 같습니다. 빅 블루에 레크리에이션 다이버들이 쓰기 좋은 모델도 많이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스쿠버 다이빙 장비는 브랜드와 모델이 워낙 다양하고, 다이빙 환경과 지역, 목적,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반드시 특정 브랜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다이빙을 하는 상황과 다이버로서의 경험, 앞으로 다이빙을 통해 나아갈 방향에 따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려해 보세요. 절대 다이빙 장비가 다이버의 실력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장비를 많이 써보고, 자신에게 잘 맞는 다이빙 장비를 찾는 게 최선이에요. 그리고 다이빙 장비는 구매 후 관리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답니다. 아직 다이빙 실력을 기르지 않았는데 장비 구매부터 권유하는 다이빙 강사는 고민 말고 거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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