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늘은 교회를 나가지 않았다.
마지막 순모임이었는데 한 해동안 수고해준 순장과 부순장을 봐서라도 나가서 얼굴을 비추고 즐겁게 이야기하면 좋았을 것을, 나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여러명에게 카톡을 돌리며 '내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교회에 오늘 나가지 못할 것 같다. 오늘만큼은 이기적인 거 아는데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아 여러사람에게 그 마음이 전달될까 우려된다. 교회에서도 마음이 멀어졌다.' 며 솔직하게 말했고 그렇게 끝이 났다.
나만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다른 이들은 아마 나를 불쌍한 어린 양이라고 생각할 지도 몰라 구원해줘야 겠다며 더 열심히 접근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제도 교회 지인들과 소소하게 송년회를 했는데, 그 때도 이 마음이란 게 편치가 않았다. 그냥 싫었다. 그 자리가 불편했다.
내가 스스로 나간 자리였는데, 내가 스스로 등록한 교회였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기독교를 내 삶에서 떼어내려고 노력중이다. 1년 겪어봤으니 후회는 없는데 미련은 좀 남아 있다고나 할까. 나도 사람들을 만나서 열심히 교회 생활하고 사역도 하면서 지내고 싶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는것은 아닌데.. 그저 쉬고 싶은 마음 뿐이다. 그리고 일에 관련된 공부에 미쳐보고 싶기도 하다.
어제는 가스라이팅에 관해 쓰면서 그 추천 책들을 읽지 않겠다고 했지만 장담할 수가 없다. 이렇게 매일 바뀌는 내 마음과 생각은 참, 내가 생각해도 정말 변덕이 심하다 못해 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신앙을 가지고 믿는다는 것이 이렇게 나에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수월할 줄 알았는데, '역시 난 혼자가 편한가봐.'
나도 사실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좋은 영향을 주고 받고 싶은데 요새는 그게 참 귀찮다. 못해온 일이기도 하지만 요새는 사람들과 그냥 단절하고 나 홀로 내가 할 것에만, 나의 성장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이제 교회는 끊을 때가 되었어. 적성에 맞지 않는 다는 것을 알잖아.' 하면서도 '아니, 난 하나님 없으면 못살아. 왜 그렇게도 의지했을까? 나는 뭐든지 의지할 대상을 찾아야만 하는 사람인가? 차라리 나를 신뢰할 수는 없는 걸까?'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같은 동네에 사는 교회 지인에게도 '어떻게 예수님은 처녀 몸에서 태어날 수 있었나요? 그게 가능해요? 거짓말 아니에요?' 같은 뉘앙스의 질문을 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직접 나에게 쉬운 성경을 주려고 거기에 내 이름까지 써서 보관해 놓았단다. 그러면서 교회 갈 수 있을 때 이야기 하라고,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난 쭈욱 교회를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받을 기회도 없었다.
이렇게 의심이 많은 내가 어떻게 믿나. 의심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면서 그래도 하나님을 떠나지 말라고 하는 게 잘잘법(기독교 유튜브 채널)의 조언이기도 하다. '믿어져도 외면하고 싶다. 적성에 안맞는다. 모임 하는게 귀찮고 부담스럽다. 재미는 있었지만, 신경써줘서 많이 고맙기도 해서 순장과 부순장에게 편지써주라고 할 때 써주기도 했지만 나는 이렇게 또 포기했다. 참 이기적이네, 나란 인간.'
내일이면 또 달라질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결국 집에서 부모님과 짜장 라면으로 점심 끼니를 떼우며 외로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마음 속에서 고이 달랬다.
누군들 안 외롭겠는가, 솔로라면. 이런 시기에. 그래서 부모님이 셋이 나가자고 했는데도 거절했다. 창피해서였다. 남들은 아무 생각 안할테지만, 나는 창피하다. 이 나이에 부모님과 셋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가서 쇼핑을 한다? 애인도 아니고 부모님과 ? '아. 쪽팔려.'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죄송하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 많은 데도 싫고.
짜장 라면을 먹고 들어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에도 이것 저것 건드려 보다가 결국은 킨 것이 브런치 이다. 브런치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쉴 곳이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내 영감을 담아 줄 수 있는 공간이기에 어제도 썼는데 오늘도 찾게 되었다는 말이다.
항상 '왜 마음은 힘들까? 쉬운 표정, 편안한 표정은 왜 안지어 질까? 난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잘살고 있는거 맞지?'
'네 인생에 느낌표만 던져! 물음표 던지지 말고.'라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이제 난 또 고립되었다. 집에서 혼자 궁상맞게 영화보며 찔찔 짜고 유튜브 보고 히히덕 거리고 책보면서 마음을 달래는 그런 시간들을 한동안 보내게 되겠지.
슬프지만 어떡해. 이게 내가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관성의 마음인걸. 내가 이런걸 어떡하냐고.
열심히 , 성실히 일하는 일터에서라도 인정받고 잘했으면 좋겠다. 그게 지금의 꽉막힌 생각이다.
'자, 달려볼까.' 하는 월요일 아침의 생각이 나를 이끌어 주는 것 처럼, 2024년 새해에는 '자, 꾸준히 뛰어 볼까.' 라며 내 자신의 성장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정교하게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할 수 있어. 잘해왔고, 잘할거야.
네 자신을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