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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Oct 18. 2023

여행가요, 우리.

혼자가 편한, 나만의 사적인 공간이 필요한, 그러나 외로운 내가 꿈꾸는.

힘든 삶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힘들 수 있지만, 나의 고통은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고, 느껴지고, 나만이 그 뭉치를 떠 안을 수 밖에 없다. 힘들다, 힘들다. 

방탄소년단 노래의 한 구절의 가사처럼 '쉬운 표정'이 왜이리 안지어질까. 

사람이 많으면 불안해지고, 에너지가 빼앗기는 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도움을 주기도, 받기도 싫은 내 이기적인 마음은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때 쯤, 집에 와서 이 글을 쓰는 몇분 전, 여행이 갑자기 가고 싶어졌다. 


여행을 같이 가고 싶은 상상 속의 실제 인물 (그러니까, 실제 인물이지만 내가 만든 상상에서 존재하는)은 있지만,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부터 김칫국 마시기 까지 혼자 다한다.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은 것일까? 그냥 막연하기만 하다. 


2017년 9월, 연인을 뒤로한채 올라탄 90만원짜리 루프트 한자 비행기는 스페인 마드리드를 향하고 있었다. 

원래 런던을 출발지로 하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항상 그런다.) 친구가 있는 그곳은 가고 싶지 않았다. 이런 습성은 내가 유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미국의 어느 한 사립고등학교를 2년째 다니고 있을 무렵, 나는 우울증을 크게 한번 앓은 적이 있었다. 때마침, 전학 갈 기회가 생겼는데 원래 그 학교에서 아주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다른 학교로 가있었고 그 학교에 너도 가보지않겠냐는 부모님의 말씀에 그 곳으로는 안가겠다고 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반대 행동을 한다. 친한 사람이 있으면 편한데, 의지할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아는 사람들을 피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고나 할까. 유학을 실패하고 돌아왔을 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독방에 갇혀 책을 읽고 이렇게 글만 쓰고 지내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그게 나의 세이프티 존을 만들어 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안전지대, 사방이 막혀있는 공간. 그곳에는 스피커와 혼자 놀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는데 나는 이 세상, 혼자 살고 싶다. 


그렇게 마드리드를 가는 비행기 표를 끊고 여러 나라를 거쳐 독일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탔다. 9월 27일에 떠난 여행은 11월 15일이 되어 끝났다. 내 수중에 남은 돈은 삼백만원 이었다. 나는 홀로 여행했지만 그렇다고 혼자서만 다니지는 않았다. 그곳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 함께 놀기도 하고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언니도 있다. 유럽배낭여행을 이 글에서 자세하게 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글에서 정리하고 싶어서이니까. ^^ 


교회도 가봤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할머니의 말씀과 내가 좋아하게 된 40년만에 한국에 오신 미국삼촌이 하나님을 믿어보라는 말에 나도 크리스천의 '믿음'에 대해 방황하고 있던 찰나 새가족 수료를 받고 순모임 배정도 받고 교회를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끝이났다.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언젠간 다시 믿을 수 있을까? 친해진 교회언니들에게 미안하지도 않고, 마냥 내 욕을 할까 노심초사인 내가 '아, 나는 아직도 사람들 눈치를 엄청 보는구나' 싶다. 


요새는 달리기를 시작해 볼까 싶기도 하다. 단순히 무라카미 하루키를 따라하고 싶어서. ^^ 

그리고 체력도 딸리고 항상 '연약해 보인다, 숫기가 없다..' 등등의 소리를 듣는지라 나도 활력을 찾고 싶다. 매일 스쿼트 100개씩 도전하는 것도 힘든 나는 욕심만 오지게 많다. 학원에서 일 잘하고 싶고, 똑똑하고 말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고, 멘탈이 강하다는 소리도 듣고 싶고, 따뜻하고 친절한, 남을 잘 포용해 줄 수 있는 사람(좀 웃기지 않나. 혼자살고 싶다면서, 이런 꿈은 또 가지고 있다.) 이 되고 싶다. 영어도, 제2외국어 였던 프랑스어도, 글쓰기도, 영어 회화도, 영어로 쓰는 글쓰기도 잘하고 싶다. 냅다 번역도 한 번 해보고 싶고. 진짜 이게 다 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 내려놓고 싶지도 않고, 포기도 안된다. 한꺼번에 실천도 잘 안되면서 말이다. 


이런 내가 , 여행을 가고 싶다. 꽉 막힌 내 명치를 뻥 뚫어줄 좋은 휴양지 없나? 갈 돈이라도 있었으면.

가까운 국내 여행을 다녀오고 싶기도 한데, 이미 학원의 여름의 겨울방학은 끝이 났고, 겨울방학만 기다리고 있다.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항상 학원의 방학은 '휴가'의 극성수기와 겹치기 떄문이다. 제주도, 내친김에 다녀와 볼까? 가고 싶다. 제주도. 


화려한 파리, 고궁이 넘치는 스페인보다 한적했던, 졸졸 시냇물도 흐르던 독일의 잉글리쉬 가든이 더 생각나는 지금, 떠나고 싶다. 어디든, 바다로든, 산으로든. 


그래서 제목은 여행기를 가장한 '여행가요, 우리'로 정했다. 

속으신 분들은 죄송합니다. 


나의 상처에 대해서, 트라우마 , 상상 속 연애 , 결혼 모두 털어놓고 싶다. 나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들이 마구 뒤엉켜 있기 때문에 정리를 해줘야 할 것같다. 


가을이다. 아침과 밤의 온도차는 10도를 훌쩍 넘는다. 그런 날씨인 만큼 나도 기분이 뒤숭숭하다. 이렇게 또 혼자 갇혀서 글만 쓰다가 우울증이 도지지 않을 까 걱정되지만, 아니다. 난 극복할 수 있다. 공부하고 있는게 있기 때문에 마감날짜 생각하다보면 시간 금방 갈 것이고 원래 무궁무진하고 많은 생각들은 조금은 나에게 여유의 자리를 내주지 않을까 싶다. 바쁜게 최고다. 


여행은 가고 싶지만, 바쁜 것은 쓸데 없는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의 내가 살아야 하기에 오늘은 글을 마무리 지어본다.  

모두들 각자의 삶에서 안전한 감정을 느끼길, 보호 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길 바랍니다. 

뜬금없는 바램이었지만, 써보고 싶었습니다.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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