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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Oct 12. 2024

스콘 !

드디어 베이킹을 했다.

신앙생활을 하기엔 난 너무 늦어버린걸까..

교회 단톡방을 나오고는 무지 후회했다. 정말로.

정말로 외로워졌고, 더 불안해졌다. 나만 생각한다면..이기적인 이유로 외로움과 불안을 잠재우고 싶어서라도 교회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며 신앙생활을 꾸준히 하고싶은데 난 그럴 인생이나 성격이 안되는 걸까.. 난 도대체 항상 왜 후회할 짓을 하는걸까.. 신기하리만치 바보같은 사람.


그 외로움을 잊어보겠다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 정말 오랜만에 홈 베이킹을 했다.



주제는 스콘..

틀도 필요없고 반죽하고 잘라서 굽기만하면 되어서 선택했다. 오랜만에 가족들에게 스콘을 만들어서 선물해주고 싶었다. 선물이라는 단어가 거창해보이지만 '그냥', '함께', '같이' 스콘을 나눠 먹었다는 것이다. 요새 유튜브에 잘 찾아보면 가정에서 쉽게 계량해서 만들수 있는 간단한 홈베이킹 영상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게 나에겐 또 다른 감사한 일이었다.


강아지가 죽고 모든 꿈이 떨어져 나가고 베이킹만 남았다고 했을때, 그 베이킹에 대한 열정이 마구 샘솟았었다. '그때'가 기회였다. 바로 해봤으면 마음에 응어리가 진다거나 환상이나 상상으로만 좋아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3-4주가 지나서 이제야,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만들어 본 과정은 귀찮고 힘들었고 손과 팔이 얼얼할 정도로 아팠지만 그 행복과 즐거움은 당시 엄청났다. 초반 과정에 밀가루가 버터와 섞였을 때의 아직 날것의 냄새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계란우유가 들어가서 마지막 반죽을 만들때도 너무 좋았다. 육체적 아픔은 금방 잊히고 썼던 그릇을 재빨리 설거지 할때,  뽀득뽀득한 그 느낌, 뿌듯했다.


빨리 해보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몇주 미뤄둔 베이킹을 결국 해보니, '아, 베이킹이 천직은 아니구나. 다만 나는 꿈이라는 게 살아가면서 많이 피어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베이킹, 물론 보람있고 오랜만에 생산적인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좋았지만 나는 홈베이킹을 함으로써 거기서 힐링을 받고 주업에서 그 에너지로 힘을 쓰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맛있는 스콘 완성~!

너무 반죽도 질게 됬었는데 모양이 많이 안퍼져서 다행이다. 가족들과 먹고 남은 스콘 사진.

가족들은 맛있다 해주었지만 내 입맛에는 그렇게 많이 맛있진 않았는데..ㅎㅎ 역시 고마운 분들.. 그래도 시중에서 파는 스콘보다는 더 부드럽고 덜 달다고 좋아해주셨다.


이렇게 힐링을 얻고 과제하러 들어왔는데.. 심란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구나. 내 방에선 가장 솔직한 모습의 나. 방전 되어있는 나. 아까 전까진 과제 열심히 하다가 저녁먹고 들어오니 생각에 잠겨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바삐 움직이고 땀흘렸던 토요일이었지만 너무나 뿌듯했던 하루였다, 그래도.

종종 홈베이킹 해야지~ 새로운 박력밀가루 다쓸때까지 스콘만 만들어볼 생각도..하고 있다.ㅎㅎ  


행복을 자꾸 다른 데서 찾으려 하지말고 오늘을 충분히 살아내면서 그 속에서 조금씩 행복의 감정을 느끼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오늘 하루 여전히 진행중.

조금만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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