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게 좋아!

오늘의 살림 - 하루 땡땡이치기

by 글쓰는하루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 살림 땡땡이친 이야기.


어제 저녁은 남편이 회식에 참석해야 해서, 퇴근 후 아이와 단 둘이 시간을 보냈다.
그래 봤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채 2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낮 동안 함께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
아가를 품에 꼭 안아 들고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새 자야 할 시간.


아가를 얼른 재워야
건조대에 쌓여있는 그릇들도 치우고,
욕실 바닥도 닦고,
어지럽게 널려있는 장난감들도 치울 텐데,
엄마랑 둘만 있어서 그런지 아이가 좀처럼 자려고 하지 않는다.


못내 아쉬운지 아가는 불도 못 끄게 하고 방에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아이와 적당히 타협하여

식탁 등을 켜 놓고 장난감은 구석에 대충 밀어버린 채,

거실에 자리를 깔고 둘이 누웠다.


노오란 식탁 불빛을 뒤로 하고
거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더니,
평소 취침 시와 다른 풍경이어서 그런지
꼭 낯선 곳에 모자가 여행을 와서 숙소에 짐을 풀고 누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우리 아가와 함께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구나.


내 집 거실 한복판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여행 온 것 같은 묘한 기분에 휩싸인 채
나도 모르게 "00야, 되게 좋다~ 그치?"하고 말했다.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아이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모를지라도
그냥 신이 나서 아이에게 말했다.


요즘 한참 말 배우는 아가는 빙그레 웃으며
내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한다.


"되게 좋~다~"


night_1.jpg


아이가 조그만 입술을 달싹이며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저 밑바닥에서부터 나도 모르게 기쁨이 화아악 솟아올랐다.


"맞아!! 되게 좋아~~ 엄마는 지금 되게 좋아!"


엄마가 웃으니 아이는 멋도 모르고 계속 따라 웃는다.


엄마는 되게 좋아.
비록 내가 처한 현실은 지옥 같고 막막하지만,
너랑 나란히 마주 보고 누워있는 지금은 되게 좋아.


정말,
되게 좋아.


그 좋은 순간을 놓치기 싫어서
아이가 잠든 후에도
오래오래 그 자세로 거실에 누워 있었다.


네, 오늘 하루는 살림이고 뭐고 다 잊어버릴래요.
난장판인 거실 한복판에서
우리 아가랑 누워 있는 게 너무 좋아요.


하루쯤은 이렇게 풀어지는 것도 괜찮겠죠.
오늘 못한 살림은 다음에 두 배로 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오늘 '되게 좋은' 하루 보내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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