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도 반짝거릴 수 있다면

오늘의 살림 - 세면대 닦기

by 글쓰는하루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세면대는 대체 왜 늘 지저분한 걸까? 세면대에서 하는 일이라곤 물과 비누로 얼굴이나 손을 가볍게 씻어내는 것뿐인데, 왜 항상 그곳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과 때로 더러워져 있는 걸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가 몰래 들어와 더러운 옷이라도 잔뜩 빨고 갔단 말인가.



얼룩덜룩한 너...싫다 싫어...


퇴근하고 손을 씻다 보면 매일같이 마주치는 이 얼룩덜룩한 세면대가 참 싫다. 게다가 요즘에는 내가 손을 씻고 있으면 아기가 부리나케 달려와서 자기도 고사리 같은 손을 씻어보겠다고 낑낑대다가 얼굴이며 팔을 세면대에 마구 비비기 일쑤다. 내 아기의 살이 닿는 부분을 더러운 상태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살림 타깃은 바로 이 세면대로 정했다. 내 오늘 너를 한 번 광나게 닦아주마.


세면대를 반짝거리게 닦기 위한 쉬운 방법은 치약이나 베이킹소다를 이용하는 것이다. 린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린스는 왠지 청소할 때 쓰기 아까웠고 치약이 제일 간단해 보여서(그냥 순전히 내 느낌일 뿐 과학적 근거는 없다.) 오늘의 도구로 치약을 선택했다.


반가워 치약 씨...우리 집 청소하는 건 처음이지?



수도꼭지 입구를 닦아보니 누렇게 때가 나온다.ㅠ.ㅠ


욕실에 있던 물티슈에 치약을 적당량 짜서 제일 얼룩이 심한 수도꼭지부터 쓱싹쓱싹 닦기 시작했다. 물이 통과하는 수도꼭지 입구 부분은 닦아 보니 누렇게 묵은 것 같은 기분 나쁜 때가 나온다. 여태 저 때를 통과한 물에 손이며 얼굴을 닦았다고 생각하니 찝찝하지만, 지금이라도 닦아냈으니 그래도 속이 시원하다. 그리고 빡빡 세게 문지른 것도 아니고, 그저 무심히 닦았을 뿐인데 금방 깨끗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니까 좋다. 신이 나서 물때가 낀 수도꼭지 주변부와 세면대 전체를 열심히 닦아본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전부 깨끗해졌다.



얼룩옷을 벗고 한결 깔끔해진 세면대.


세면대 닦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시간을 재 봤다. 물티슈에 치약을 짠 후 세면대를 다 닦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5분이었다. 이효리 씨가 왕년에 남자 한 명 꼬시는 데 든다고 했던 텐 미닛(10 minutes)의 절반밖에 안 되는 시간을 들여 나는 내 아기의 살이 닿아도 괜찮은 깔끔한 세면대를 얻었다.


이왕 깔끔 떠는 거 마무리도 확실히 해 보기로 했다. 살림 고수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물때/곰팡이 예방의 제 1 원칙, '세면대는 건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를 몸소 실천해 보기로 한 것이다. 보통 두꺼운 페이퍼 타월이나 행주, 마른 수세미 등을 이용해 세면대의 물기를 제거하는데, 나는 그 세 가지가 다 욕실에 없었고, 욕실 수납장 구석에 처치곤란인 수유패드가 잔뜩 있어서 그걸 활용하기로 했다. 노파심에 수유패드가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엄마들의 경우 때때로 젖이 넘쳐서 옷이 젖을 수가 있다. 그래서 옷을 버리거나 외출했다가 민망해지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수유패드를 부착한다. 나는 아기가 이미 두 돌이 넘었고 더 이상 수유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기존에 사 둔 패드들이 필요가 없지. 젖이 넘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춘 도구이니 수분 흡수력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 세면대 물기 제거엔 네가 딱이다!




5분 완성 깔끔 세면대


물기까지 닦고 나니 이제 반짝반짝 빛까지 난다. 5분의 노력으로 내 가족이 자주 쓰는 공간이 이렇게 깔끔해질 수 있다니, 그리고 이렇게 기분까지 상쾌해질 수 있다니. 세면대 청소는 살림의 영역 중에서도 시간 대비 효과가 아주 우수한 편에 속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내 인생도 이렇게 한 순간에 반짝반짝 빛나는 삶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반짝였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그 순간이 사랑에 빠져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던 시절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처음으로 떠난 외국 땅에서 낯선 공기를 온 가슴으로 받아들이던 시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합격한 날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나에게도 인생이 별처럼 반짝였던 시간들이 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가 수줍은 고백을 들은 날, 하마터면 그의 앞에서 점프를 할 뻔했던 엄청난 기쁨을 어찌 잊을까.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그 좋다는 신혼여행도 다녀왔고, 가보고 싶었던 머나먼 외국 땅들도 꽤 많이 밟아봤다. 그토록 기다리던 새 생명을 뱃속에 품고 다녔던 소중한 시간들도 빼놓을 수 없겠지.


워킹맘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요즘은, 가끔 나에게 다시는 반짝이는 순간들이 오지 않을까 봐 겁이 난다. '엄마'라는 자리가 주는 중압감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피곤한 일상에 눌리다 보면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은 그저 힘들고 지루할 것만 같고 반짝이고 행복한 시간들은 모두 과거에만 존재할 것 같다.


인생은 세면대 따위와 비교하기엔 너무나 복잡한 것이어서, 5분 만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생이 빛나기를 바란다면 인생을 살고 있는 주체인 나의 마음부터 깨끗하게 비워야겠지. 하긴, 5분 만에 깨끗해졌던 세면대도 남편이 욕실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더니 또 얼룩이 생겼다. 세면대 너도 인생처럼 별 수 없구나.


*솜씨꽝도 한다! 세면대 청소 Tip*


오늘은 팁이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수세미나 물티슈에 치약이나 베이킹소다, 혹은 린스를 묻혀 세면대 곳곳을 닦아내고 물로 헹궈준다. 페이퍼 타월이나 행주, 마른 수세미 등으로 물기를 닦아주면 더욱 깔끔하고 광나는 세면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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