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살림 - 싱크대 세척
아기를 낳기 전에는, 퇴근 후 나의 일과는 샤워하기였다. 집에 돌아와 마치 허물을 벗듯이 외출복을 훌훌 벗어버리고 시원한 물줄기에 몸을 맡기면 비로소 하루가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샤워 후에는 이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TV나 보며 노닥거리면 되니까, 집에 돌아온 이후의 샤워는 편안한 휴식을 하기 위한 준비운동 같은 것이었다.
워킹맘이 된 지금은 집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바쁘다. 가방은 휙 던져놓고 옷은 대강 걸어놓은 채, 손발만 급히 씻고 아이와 놀아준다. 하루 종일 회사에 있느라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은 1분 1초가 아까워서 느긋이 씻을 수가 없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했던 날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손발만 씻고 아이와 함께 한다. 그렇게 짧게나마 엄마 역할을 하다 보면 어느 새 아기를 재워야 할 시간이 온다.
불을 끄고 침대에 함께 누워 아기를 재우다 보면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와서 제대로 샤워하는 걸 깜박하고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 그냥 잠들기도 한다. 그런 날은 새벽 두세 시에 어김없이 깬다. 온몸에 들러붙은 고단함을 씻어내지 못한 찝찝함 때문일까. 어차피 못 씻은 거 차라리 아침까지 쭉 자면 좋으련만, 꼭 애매한 시간에 잠이 깨고 만다. 그리고 결국 무거운 몸을 일으켜 어그적 어그적 기어나가 간단하게라도 샤워를 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
오늘의 일과는 조금 달랐다. 집에 도착해보니 아기는 오늘 밖에서 엄청 돌아다니며 놀았던 탓에 피곤해서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아기가 잠든 후에 온 나는 엄마로서 할 일이 없었다. 그렇다면 예전처럼 바로 샤워를 하면 된다! 야호!
그런데 그만 싱크대가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싱크대 청소는 어제 닦은 세면대와 달리 면적도 더 넓고 늘 젖어 있어서 물때나 얼룩도 훨씬 심해서 평소에 엄두가 안 나는 일이다. 5분이면 말끔히 닦아낼 수 있는 세면대와 비교도 안 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아기가 일찍 잠든 오늘 같은 날, 온전히 살림에 쏟을 수 있는 보너스 타임이 주어진 오늘 같은 날 해야만 하는 일이다.
시간도 평소보다 넉넉히 쓸 수 있고, 어제 세면대 청소에 탄력 받은 김에 싱크대도 깨끗이 한 번 닦아보기로 했다. 일단 어제 세면대 청소 때 효과 톡톡히 본 치약으로 수도꼭지 부분을 쓱쓱 문질러 주었다. 효과는 오늘도 역시 만점이었다!
그리고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개수대 닦기에 돌입했다. 베이킹소다를 뿌리고 식초를 부으면 부글부글 거품이 생기는데, 살림 전도사들에 의하면 그 거품을 수세미로 문질러서 싱크대 여기저기 퍼뜨려 놓고 20분~30분 정도 두면 된다고 한다. 그 정도 시간이면 천천히 샤워하면 딱이지. 싱크대를 베이킹소다와 식초에 절여둔(?) 채 나는 욕실로 유유히 향했다.
따뜻한 샤워 물줄기를 오래오래 받고 서 있자니 마치 안마를 받는 것 같다. 머리는 싹 비운 채 내 몸을 부드럽게 적셔주는 따스한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새 몸도 마음도 이완되는 느낌. 피곤이 사르륵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좋아서, 마음이 울적하거나 몸이 유난히 피로하고 지친 날은 평소보다 샤워를 길게 한다.
솔직히 살림 블로거들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마구 광택이 나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싱크대가 땟국물을 완전히 벗으려면 앞으로 더 자주자주 신경 써서 닦아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오늘 싱크대에게도 시원하게 샤워할 시간을 줬다는 데 의의를 갖고, 오늘의 살림을 마무리한다.
1. 수도꼭지, 그릇 건조대, 행주 걸이 등 싱크대의 주변부를 빠짐없이 닦는다. (나는 치약을 사용했다.)
2. 개수대 곳곳에 베이킹소다를 뿌린 후 식초를 붓는다.
3. 식초를 부으면 거품이 부글부글 나온다. 수세미를 이용해 거품을 구석구석 고르게 분포시킨다.
4. 그 상태로 20분~30분 정도 뒀다가 물과 수세미로 헹궈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