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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Sep 08. 2022

#29.현실의 우영우

드라마는 드라마다.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열풍이었다. 한창  드라마가 잘나갈때 이것에 관한 글을 쓸까 하다가 이상하게 써지지가 않았다 . 드라마를 보면서 매우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오갔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발달장애 관련 커뮤니티에서나 자폐부모 단톡방에서까지 많은 의견들이 설왕설래 하였고,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드라마가 막을 내렸고...이제 그 뜨거운 관심의 열기가 식어가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끄적이게 된다.


나는 드라마피디가 꿈이었다. 지금은 예능피디를 하고 있지만, 내가 처음 피디가 되고자 했을때는 드라마 피디로 지원을 했었다. 그당시 피디를 뽑을때는 영역별로 지원하지 않았고 제작본부로 뽑았고 전형 과정에서

나는 어디어디 피디를 지원한다고 어필할수 있었다. 나는 입사원서 자기소개서 부터 드라마피디가 되기 위한

포부들을 거창하게(?) 피력했고 2박3일 합숙면접에서도 내가 얼마나 준비된 드라마 피디인지를 끊임없이

뽐내었다. 하지만 결국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예능국에 배정이 되었고 지금은 재미있는걸 만들며 예능피디로 살고 있다. 인생이란...^^;;


어쨌건 같은 방송계이다 보니 드라마 산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모를수가 없다. 정말 거대한 산업이다.

많은자본이 왔다갔다한다. 씁쓸하지만, 예능프로그램과 단위수도 틀리다. 이 엄청난 자본이 오가는 속에 결국 매력적인 사람들과 끌리는 이야기가 오가야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쳐야만 한다.

쏟아지는 수많은 드라마컨텐츠 속에 선택 받아야만 한다.

나만해도 볼것들이 너무 많아서 내 완전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한 콘텐츠에 내어주는 것이 그 옛날 채널 몇개에 시청률 20 30 나오던 시절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런 거대한 산업에서 매력적인 소재로 '자폐스펙트럼'을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그 자체로 장애인식에 한걸음 내딛었다.

물론  자폐스펙트럼을 판타지에 가깝게 묘사했고, 현실의 중증장애인이 있음에 분명 불편함이 있는 지점이 있다. 그저 자폐스펙트럼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묘사하고, 그것도 천재에 가까운 서번트 증후군을 강조한 것등  몇가지 사실에 불편함을 느낄 장애 부모들과 당사자들이 있을것이다.


그런데 나 역시 8살 자폐스펙트럼, 장애2급 아이를 키우지만.....사실 우리 아이는 정말 너무

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  나는 <우영우>를 보면서 이걸 쓴 작가가 장애 가족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만이 발견할수 있는 귀엽고 사랑스런 점을 참으로 잘 표현했다.


나에게 있어 '장애'는 때때로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대부분  너무 불편하고  이상하고!! 밉고 화가 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 감정은 비장애인을 키울때도 비슷한 감정이기도 하다. (양육의 본질이 이런것인가?)드라마로 다시 돌아가본다면,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분명 찢어지게 가난한 여주인공이지만

 그 시즌 신상 명품옷들을 입고 있고 잘 생긴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주인공만을 좋아한다.

 스펙 하나 없지만 회장님들까지도 주인공 능력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서  회사내에서 승승장구한다.

 애초 드라마란 그런것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주인공의 매력을 있는그대로 뽑아내고 대중들의 사랑과 응원을 얻어낸다.

기러기 토마토 역삼역 우영우도... 실제 자폐스펙트럼인이 아니라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변호사이고 고래도 좋아하고 잘생긴 남자도 좋아한다.

 드라마가 아니라면 자기 변호는 커녕 자기 번호도 알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사람 자체에 관심 조차 없을수 있다.

 이건 현실 그대로의 다큐멘타리지 드라마가 아니다.


왜 장애는 다큐멘타리로 ,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만 다루어야 하는가. 뻔한 구성으로 장애의 아프고 힘든 현실을 이야기하고  분노하고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모습과 초 긍정적인 가족들.

그래도 행복해요 하하호호 하는 급한 마무리.

 늘 뻔한 끌리쉐의  구성으로 다루어진  모습들이 진정 장애인식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는것인가.


장애를 도구로 삼았다가 아니라 소재로 삼았다고 생각하자.

대중에게 통하는 메인 소재로 장애가 등장했다는데 의의를 두면 안될까.

이 드라마로 장애가족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는 기사도 보았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현실의 모든 드라마를 하는 순간, 잘생긴 여자 잘생긴 남자주인공을 보고 못생긴 남녀들이 다 상처를 받아야만 한다. 누가봐도 너무나 재벌에 공부까지 잘하는 주인공을 보며 한끼 3500원 백반 먹고 공부도

특출나게 잘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비현실적인 비약에 절망해서 항의해야 한다.

드라마는....그냥 드라마인 것이다.


나는 오히려 이 드라마 덕분에 다시 한번, 주변인이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영우에서 돋보이는것 중 하나가 바로 우영우를 둘러싼 주변사람들이었다.

서브아빠라는 애칭을 얻은 정명석 변호사와 봄날의  햇살같은 회사 동료 최수연,

찐친 동그라미 까지 자폐스펙트럼인 우영우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주변인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동시에 우리 아이가 컸을때 아이 옆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으면 하는 강력한 소망도 생겼다.( 판타지가 현실이 되기를!!)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던 시청자 여러분도, 정명석 변호사가, 찐친 동그라미가 될수 있다.

장애인들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고, 당신은 정명석 같은 회사 상사나, 수연같은 회사 동료가 될 준비를 하면 된다.  드라마를 통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만이라도 얻어간다면 좋겠다.

장애인이 이 사회의 한명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면 주변인의 도움과 이해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지점이 장애인식 교육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이상한 우영우 덕분에 

<자폐스펙트럼>이란 용어도 많은 사람들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게 되었다. 나에게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하고, 이에 더 깊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조금씩 조금씩 장애에 대해 알아가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저렇게....


자폐 스펙트럼의 사랑스러움을 관찰하고 발견해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팀에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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