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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Sep 30. 2022

 #30.지하철 옆사람

안녕 이라고 말해요

오늘 아침 지하철로 출근 하면서 바로 내 옆에 앉은 청년이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뭔가 하나를 겟 할때마다 와우 와우 소리를 크게 내면서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의 자폐 레이더가 발동 ㅋㅋㅋ 아.....자폐 스펙트럼 청년이구나.

누가봐도 20대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고 주위 시선 아랑곳 하지 않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혼자서 정해놓은 시간이 있는건지... (아마다 역을 기준으로 계획해놓은 모양. 샛강역에 도착할때

혼자서 샛강역이네..하며 끄고 가만히 앉아있더라.)

이내 각성이 올라오는지 몸을 앞뒤로 흔들고 두손으로 손뼉을 치니

그 옆에 있는 아주머니 한명은 불편한 얼굴을 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이미 바로 앞 라인의 모든 사람 시선은 그 청년에게 향해 있었다.


또다른 사이드에 앉아있는 나는 그에게 말을 걸기로 한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가요? "

지하철에서 처음만난 사람이 이렇게 말을 거는것이 얼마나 이상한지 여러분은 잘 알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우리아이가 커서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 모습들이 그려졌고

이 청년이 받는 시선이 바로 우리아이가 받을 시선임을 알고 있다.


역시나 그 청년은 " 마곡역에 가요. 엘지에서 저는 일하고 있어요. 실수 하지 않고 잘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나는 그말이 너무 귀엽고도 기특해서 "어머머 너무 대단하다!!! 나도 아들이 있는데

커서 꼭 그렇게일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겠다"

그랬더니 청년은 신이나서 " 저는 실수 몇번 했지만 이제는 아주 잘해요 . 우리엄마가 그러는데

실수는 누구나 할수 있대요. 근데 아이가 몇살이에요? 제 친구인가요? "

나는 여덟살이라고 했더니 그 청년은 바로 그럼 일학년이겠네요!! 초등학교 다니나요?

물어봐서 지금 초등학교 다니고 특수반도 같이 다닌다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도 특수반 다녔고 안경낀 선생님이 있었고 줄줄줄...자기 이야기들.

정보화고등학교 나왔다는 사실까지 알았다. 하하하.

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그제서야 그 청년을 바라보던 시선은 다 흩어지고..

그리고 나는 당산역에서 내려야 해서 내리면서

"너무 멋져요!! 너무너무 !! 응원해요 " 했더니 그 청년이 갑자기

하이파이브 손을 내미는게아닌가??


그래서 나도 하이파이브를 힘차게 촥촥 하였다. 파이팅 외치며!!!

나의 발걸음도 어찌나 힘차게 되던지.


요즘 하루하루. 무언가를 그냥 클리어하며 사는 기분이 들때가 많다.

아이에게 무한 파이팅을 외치다가도 또다시 마음이 작아질때도 많고,

걱정과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그럴때 내 마음을 바로 알아채고...

이제 그만.. 외치고. 나를 다독여본다.

그리고 이런 청년들을 만나는 소소한 사건들 속에 하루가 지나가고

그게 모여 나의 삶이 된다.


삶이 된다를 꾹꾹 눌러써보고

꾹꾹 되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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