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트롱사이다 Jan 25. 2023

#32. 좋은 사람이 되고싶었지만

애쓰지말자




최근에 글을 읽다가 가슴에 콕 박힌 문장이 있다.






나는 좋은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좋은 사람'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꾸 좋은사람이 되려고 했어요. 

뒤집어보면 진짜 좋은 사람이 되고싶었다기 보다는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게지요.


한번더 뒤집어보면 그건 미움받고 싶지 않은 안간힘이기도 했고요. 이건 이것대로 저건 저것대로 못난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더는 애쓰고 싶지 않더군요.


그래서 좋은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욕심내기 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실컷 좋아하고 그 마음을 떠드는 사람이 되자





30대에는 마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피디' '좋은 선배' 좋은 후배' 좋은 친구'


'좋은 와이프' '좋은 엄마'까지..


좋다는건 다 나이고 싶었다. 그게 얼마나 오만하고


교만하고 큰 욕심이었는지를 나이가 들어가며


알게되었다.


'좋은 사람'이 되는건 내가 정하는것도 아니고,


타인의 인정이 필요한 영역이고, 초점 자체가 나보다


남의 평가가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덮어놓고 좋은사람인척 하기 위해 ,


모든 기준을 남에게 맞추고,


그 어떤 의견들도 남눈치를 볼수 밖에 없기에..


결국엔 전혀 나답지 않은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불행의 시작이다. 남의 눈에 맞춘 삶.



좋은 사람이건 아니건, 그럴듯하게 보기 좋게


'애쓰며'산다는게 쉬운게 아니다. 그걸 깨닫고


내려놓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


(나는 늘, 모든게 느린 사람이다 )



그래서 한동안 글쓰기도 무서웠다. 보기좋고


그럴듯한 글을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쓰기 힘들었다.



예능피디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필요한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가장 중요한것은 '글쓰기'이다.


(2차 필기시험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영역이


'작문'이다. '기획서 ' 작성 등도 모든 바탕은


글쓰기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가장 글을 많이 썼던 시기가


피디시험을 준비하는 때였다.



시험준비로 글쓰기를 해야하는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친구가 선물해준(?) 개인홈페이지에 일주일에


한두개씩 글을써서 올렸다.


좋은글은 자신만의 생각을 있는그대로,


솔직하게 전달하는것인데,


돌아보면 대학교 3학년시절


나는 가장 있는 그대로 날것의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때는 그게 페이스북 , 인스타도 아니고,


개인 홈페이지여서..(정말 원스 어폰어 타임 같구나)


보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몇몇 친구들이나 방문해서


댓글 몇개 남기는 정도 수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일기장을 전체공개하는 것과 같았다.


(그럴듯한 네이밍으로 오픈 다이어리?)



2학년때까지 열심히 놀고먹는 대학생이었다가


3학년때부터 피디가 되기로 결심(?)하고 언론고시


공부 준비를 하며 시커먼 암흑 시기를 겪게 된다.


20대 초반. 나이에서 각 나오지만


미래가 캄캄하다못해 어찌나 컴컴한지!!


툭치면 한숨, 톡치면 눈물이 나던 시기였다.



아이러니하게 그 미친 불안감을 글쓰기로 승화 시켰고


지금은 확인할길은 없지만, 그때의 글은


발가벗은 내 자아가 백퍼센트 까발려져있었다.


모 후배가 '누나.. 누나 글 읽으면서


이렇게 다 써도 되나..싶은데, 통쾌해요. 재밌어요!


여자친구랑 같이 읽어요. 누나글 많이써요" 했던


가물가물한 피드백도 기억난다.




하지만 글을 제대로 안써본지 20여년이 된것같다.


안쓰는 사람에서 이제 못쓰는 사람까지 전락해버렸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솔직하지 못한 내가 되고 급기야 글도 한줄 못쓰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분명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좋아하는것을 마음껏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것도


부끄러운 사람이 되어버린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굉장히 촌스러워보였고, 치기어려보였다.


그만큼 성숙하지도 않으면서 나는


매우 성숙한 어른인 척 했다.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한다고 하는게


쿨하지 않아서, 설사 엄청 좋아하는것들이


있다해도 아닌척, 냉정하게 우아 떤 순간들이 많았다.



나는 태생이 오지랖이 넓고, 좋아하는것을


미친듯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덕질지수'가


높은 인간이었는데 말이다.



좋은사람 프레임에 빠져서, 한동안 나를 잃었던게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난 저 문장에


사로잡힐수 밖에 없었다.



이제 나는 더이상 좋은 사람이 아니다.


대신






좋아하는 것을 향해 힘껏 좋아한다고 외치는 사람이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나는 잘생긴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는 맛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나는 재미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나는 무언가를 '공유'하는것을 좋아한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것들을 좋아한다!


나는 호기심을 좋아한다!


나는 오지랖을 좋아한다!


나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나는 자폐스펙트럼을 좋아한다!


나는 장애인을 좋아한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작가의 이전글  #31. 너에게 가는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