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디저트, 우연히 찾아온 운명

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2

by 쌀방언니

운명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찾아오니까.


목표 체중을 정하고 열심히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던 그때 디저트는 금기 음식이었다.

어느날,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트레이너가 수고했다며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넸다.

그날은 내가 목표로 한 체중에 도달한 날이었다.


'하루에 하나씩만 드세요.'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선물을 받아 차에 탔다.


'드세요~~~~.' 라는 이 한마디가 귓가에 윙윙거렸다.

서둘러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빵 4개가 개별포장 되어었었다.


포장지를 유심히 살펴보니 '글루텐프리'라고 적혀있었다.

그때, 알았다.

다이어트중에도 먹을 수 있는 디저트가 있다는 것을.


그후, 다이어트 중 치팅데이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찾아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비건 디저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버터와 달걀 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든 디저트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와우~ 버터가 안 들어갔데, 칼로리가 낮겠는데.'였고.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뭔가 밋밋한 맛 일 것 같아도 몸에는 좋을 것 같아.' 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은근 기대되는데.' 였다.


내가 먹은 디저트는 비건 스콘이었는데 그 맛은 기대이상이었다.

이후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간식이 먹고 싶을 때 종종 비건 디저트를 사서 먹었다.






그날은 평범한 일요일 오후였다. 특별할 것 없는 주말, 침대에 기대어 인스타그램을 둘러보고 있었다. 팔로우 한 지인의 이벤트 피드가 떴다.

평소에는 이벤트에 관심이 없어 그대로 넘기는데 그날따라 상품으로 나온 비건 디저트에 시선이 멈췄다.


나는 상품으로 올려진 비건 디저트 계정으로 들어갔다. 피드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불현듯,


비건 디저트, 내가 만들어 먹어야겠어.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손으로 하는 건 별 재능이 없는 내가, 주부이면서도 요리가 재미있지 않은 내가 디저트를 만들겠다니...


그런데, 무슨 일이 내 안에서 일어나 것인지, 나는 바로 DM을 보내 '비건 디저트'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원데이부터 취미반, 창업반까지 있었다.

수업은 1:1 로 진행되었다. 나는 이왕 배우는 것 다양한 비건 디저트를 배우고 싶었다.

가장 관심이 가는 건 비건 제빵까지 배울 수 있는 창업반이었다.


문제는 수업이 진행되는 4주 동안 편도 4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야 가야 한다는 것이다. 휴게소에라도 들르면 5시간이 걸리는 거리, 왕복 10시간 거리에 수업 장소가 있었다.

수업 시간은 3~4시간, 1회 수업에 6가지 정도의 디저트를 배운다.


하루만에 돌아와야 하니깐 새벽에 출발하여 쉬지않고 수업을 받은 뒤, 다시 운전해서 내려와야 했다. 그럼 어두울 때 출발해서 어두울때 돌아 올 수 있다.

운전만이 아니라 처음 배우는 제과, 제빵 수업을 연이어서 해야하니 체력이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200만원 가까이 하는 수업료였다. 그냥 취미로 만들어 먹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200만원을 소비하는 건 무척 큰 부담이었다. 그리고, 경비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나는 몇일을 고민하며 더 저렴한 곳을 찾아 보기도 하고, 더 가까운 곳을 찾아보기도 했다. 원데이로 하루 해보고 마음에 들면 창업반으로 넘어갈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 마음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나와의 타협에서 지고 말았다.


그래, 이건 소비가 아니라 투자야.


그렇게 나는 경상남도 의령에서 광명시까지 운전을 하여 비건 디저트를 배우러 가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운전을 했다. 휴게소에 들러 잠시 10분정도 눈을 붙이고 또다시 운전을 한다.


도착해서는 바로 그날의 수업을 시작하고, 갈길이 먼 나는 수업을 마치자마자 운전을 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중간 중간 휴게소에 들러서 쪽잠을 잤다.


체력이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나는 팔팔하게 잘 다녔다. 단지 어두울 때 운전하는게 조심스러웠을 뿐이다.


디저트를 만들어 보는 게 처음이라 모든게 서툴렀지만 그 서툼 속에 설레임이 함께여서 매 순간이 즐거웠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비건 디저트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디저트 하면 '맛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은 것' 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다이어트 중일 때 디저트는 죄책감마저 들게했다.


비건 디저트는 달랐다.

견과류의 좋은 지방, 과일의 천연 당분, 다양한 식물성 재료들의 영양소.

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만든 비건 디저트를 먹으면 일반 디저트를 먹었을 때 보다 몸이 덜 무거운 느낌이었다. 깔끔하고 개운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비건을 선택하는구나' 싶었다.


몇 달 동안 비건 디저트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속에 새로운 꿈이 꿈틀거렸다.

'이렇게 좋은 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어떨까? 알려주고 싶다.'


비건 디저트를 만들며 행복해 하는 모습, 직접 만든 디저트를 맛보며 기뻐하고 맛있어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뿌듯하고 가슴이 뛰었다.



'혹시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닐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면서 동시에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일 말이야.'


때로는 인생의 큰 변화가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비건 디저트에 대한 작은 호기심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단순한 취미가 열정이 되었고, 그 열정이 새로운 꿈으로 발전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