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시 피어나는 삶의 기록2
2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카페의 문을 열었을 때 그 막막함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40평 남짓한 공간에 칙칙한 회색벽, 따닥따닥 붙어있는 테이블,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파티션, 한쪽 공간에는 드라이 플라워 재료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고, 곰팡이 범벅이 되어있는 커피머신 공간, 가장 최악은 브런치 메뉴를 만들던 기름이 그대로 있는 주방.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마치 영업을 하다 사람만 연기처럼 사라진 느낌이었다.
'야반도주라도 한건지...'
카페가 될 1층의 내부는 40평정도 되었고, 잔디 마당과 주차장을 합하면 300평이 넘는 큰 공간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카페 내부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마당으로 물건들을 내 놓으면 필요한 건 건물주가 가져가고, 나머지 중에서 쓸만하고 필요한 건 우리가 쓰기로 했다. 그 외의 것들은 쓰레기 업체를 불러 버렸다.
쓰레기는 끝도 없이 나왔다.
곰팡이와 먼지를 온몸에 뒤집어 쓰며 우리는 내부를 정리해 나갔다.
꿈꾸는 카페를 이곳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던 우리는 쓰레기가 치워지자, 빈 캔버스 앞에 선 화가처럼 우리만의 색깔로 채워 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무대가 펼쳐짐을 느꼈다.
카페 컨셉은 동생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따뜻함과 귀여움이었다. 카페 전체의 컬러는 노랑이다.
노랑 중에서도 너무 쨍한 노랑이 아닌 따사로운 노랑이 되어야 했다.
내부 벽면은 테스트를 통해 여러번 수정하였다. 우리가 원하는 노랑의 색상이 나올때까지. 외부도 마찬가지로 노랑으로 칠해졌다.
벽면에는 귀여운 엽서들로 포인트를 주었다.
화장실은 무거워 답답해 보이는 문을 뜯어내고 공간을 넓게 만들었다. 테이블의 갯수는 갑갑하지 않게 공간에 비에 많이 배치하지 않았다.
천장은 깔끔하게 화이트로 하였고, 직접 조명과 간접 조명으로 카페의 분위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었다. 중간 중간 펜던트 조명을 설치하여 리듬감을 주었고, 벽면에는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공간의 깊이를 더했다.
카페의 모서리 부분은 식물을 이용하여 비건 스러움을 담았고, 테이블마다 생화로 장식을 했다.
쓸수 있는 테이블은 직접 손질하여 재사용했다.
카운터는 카페의 얼굴이라고 생각하여 더욱 신경을 썼다. 부드러운 조명과 베이지 계열을 사용하여 딱딱한 느낌이 나지 않는 디자인으로 했다. 손님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폭을 일반 카운터보다 조금 줄였다.
그리고 디저트를 만드는 공방은 핑크가 메인 컬러였다. 신발을 신고 들어갔던 주방을 실내로 만들어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누가봐도 이곳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은은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으로 공방을 꾸몄다.
리더쉽이 있는 나는 공사 업체를 선정하고, 일정을 잡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일을 진행시키는 모든 총괄은 맡았다.
꼼꼼한 성격의 남동생은 생각하는 컨셉대로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디테일한 부분들을 맡았다.
꾸미는 걸 좋아하는 여동생은 세심한 부분의 인테리어를 맡았다.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해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포토존도 잊지 않았다.
커다란 로고가 그러진 벽, 잔디밭 위에서 찰랑거리는 여러 색깔의 천, 스마일 소품, 소나무를 배경으로 한 돌담, 커다란 전신거울, 고객들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카페 곳곳에 숨겨두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물하는 곳.
카페를 찾는 고객들이 이 공간에서 행복해졌음 좋겠다.
슬프고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이쁘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분이 점점 좋아졌음 좋겠다.
카페 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길 바란다.
그들을 보며 우리도 즐거워질테니.
모든 공사가 끝나고 처음으로 완성된 카페에 들어섰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더미였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따뜻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동생과 나는 한참 동안 말 없이 그 공간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답고, 더 의미 있는 공간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질까?'
단순히 예쁜 카페와 비건 디저트를 만드는 공방이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길 그릇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우리가 만든 것은 단순한 카페 공간이 아니었다. 우리의 가치관과 철학, 꿈과 희망을 담은 하나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작품은 지금도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다.
손님들의 웃음소리, 진지한 대화들, 때로는 눈물어린 고백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공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가고 있다. 인테리어와 컨셉은 시작일 뿐이었고, 진짜 완성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구나.
공간이 우리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제는 우리 공간이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더 큰 이야기가 되고, 더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