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잃고, 나를 잃다.
"엄마, 다리 아프잖아, 병원 가자."
"아니야, 엄마는 괜찮아. 엄마는 이 생에서 연옥의 고통을 견딜꺼야."
"엄마는 절대 연옥에 가지 않아. 바로 천국 가."
"아니야, 사람은 원죄라는 것이 있어서 바로 천국에 갈 수 없어."
"엄마처럼 독실한 신자가 천국에 안 가면 누가 가. 걱정하지마!"
"엄마는 연옥이 가장 무서워. 그래서 연옥에서 받을 고통을 이 삶에서 다 받고 갈꺼야. 아픔도 봉헌할꺼야.
연옥은 지옥이랑 달라서 활활 타오르는 불은 없지만, 지옥불만큼 뜨겁대. 연옥에 가면 누군가가 기도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천국으로 갈 수 없대."
"내가 기도해줄테니깐, 엄마는 연옥에 안 가. 그러니깐 병원 가자."
모태신앙인 엄마는 신앙심이 깊으셨다.
엄마는 연옥에 가는 걸 극도로 두려워했고, 그래서 고통을 참았다. 아픔마저 희생하며 이 생에서 연옥을 살다 바도 천국에 가고 싶어했다.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답답하고 속상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엄마는 연옥을 정말 싫어하는구나.'
"엄마! 엄마는 연옥에 갈 일도 없지만, 왜 그렇게 연옥을 무서워해?"
"연옥에 가면 누군가가 기도해주지 안으면 천국에 갈 수 없어."
"내가 기도해준다니깐."
"연옥에 있는 동안에는 기도를 받기만 해야해. 기도를 해 줄 수가 없어. 엄마는 바로 천국 가서 너를 위해 기도할꺼야. 천국에서는 기도해줄 수 있거든."
견디기 힘든 통증과 고통을 참아냈던 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엄마가 천국 가기 몇일 전에 알았다.
엄마는 단 한번이라도 자신을 위해 살아 본 적이 있을까?
천국에서조차 내 생각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