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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Feb 17. 2024

16. 그 여자가 나타났다.





- 상무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온 윤비서가 급하게 재욱에게 무엇인가 꺼내들었다.


- 장실장님한테 시키신 일….회장님이 다 알고 계신 거 같은데..


윤비서가 건넨 노란 서류 봉투에는 장실장이 찍혀 있는 사진이었다.


- 일부러 이런 거 보낸 거는.. 경고의 의미인 듯한데요. 상무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재욱은 작게 한숨을 내지 었다. 예전부터 누구보다 눈치가 빠르고 행동력도 빠른 아버지였다. 회장자리에 오래 있는 사람이니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진을 보낸 것도 그럴만한 사람이기에 놀랍지도 않았다.

이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분이니 말이다.


- 모르고 계실리가 없지

윤비서는 놀란 얼굴로 재욱을 바라봤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거고.


- 아니 그래도 회장님 눈 밖에 나면… 오늘도 보셨잖습니까. 강상무 님 아주 대차게 쫓겨난 거..


- 이런 거 보낸다고 내가 멈출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으실 거야.

그냥.. 알려주고 싶은 거겠지. 말 그대로 경고일 뿐이야.


재욱은 내심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몇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일을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다.


- 일단 거기부터 가보지. 장실장이 말한 곳?


- 아 네네. 주소가…그러니까.







강민혁의  오피스텔


- 내가 그 새끼 비밀, 치부 싹 다 털어준다! 두고봐..


강민혁이 흥분을 하며 씩씩거렸다.

그의 비서 수민은 민혁이 씩씩거리며 던져 대는 물건을 조용히 집어 들고 하나하나 제자리에 놓았다.


거칠게 술을 들이켜더니 테이블에 술잔을 쾅하고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에는 분함과 그 어떤 흥분감도 함께 존재했다.


- 재밌어지네.

민혁이 술잔을 내려놓은 테이블에는 여러 장의 사진이 흩트려져 있었다.

두 여자가 찍혀있는 사진이 각각 놓여있었다.


- 당장 여기. 이 여자 있는 데..부터 조사해.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인 건지. 가족관계부터 샅샅이.

그리고.. 깨어날 수 있는 건지


- 네 알겠습니다.


민혁이 기분 나쁜 웃음을 지어내며 곁에 있는 여자의 허리춤을 끌어안았다.


- 뭐야 오빠. 이 여자?

야릇하게 생긴 여자가 사진을 가리키며 물었다.


- 있어 아~~ 주 재미있는 여자지.


-뭐야~~ 질투 나게~ 짜증 나


피식 웃어대는 민혁이 사진을 빤히 들여다봤다. 사진 속에는 분명 익숙한 실루엣의 여자였다. 민혁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재욱이 그렇게 말해 주던.. 그 여자다.

예전에는 민혁이 재욱과 사이가 좋았을 적이 있었다. 그것도 민혁의 순수한 마음으로 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그 여자가 확실하다. 그런데 죽었다던 그 여자가 왜 멀쩡히 서울 한복판에 있는 거지?

그리고 병실에 누워있는 이 여자는 대체 뭐고?'



서울의 Memory coffe shop


- 따듯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여자의 밝은 목소리가 기분 좋게 카페 안에 울려 퍼진다


눈망울이 또렷하고 보드라운 머리칼이 흩날리는 그 모습은 마치 예전의 유정이었다.


재욱은 그 앞에서 고장 난 듯 멈춰 섰다.


- 다음 손님? 손님 주문 하시겠어요?


-…….


눈앞의 여자가 말을 이어 갔지만 재욱은 멀뚱히 쳐다만 볼 뿐이었다. 재욱의 머릿속에는 혼란과 온갖 혼돈이 겹쳐 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 손님…저 .. 뒤에 손님 기다리시는데…


유정의 얼굴을 한 여자가 재욱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


- 아.. 아.. 저 그게.. 아메리카노 요.


- 네 아메리카노.. 어떤 거로 드릴까요?


- 네?

재욱이 되물었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대로 보일 정도로 여자 앞에서 그대로 정지되어있었다.


- 손님. 따듯한 거요 아님 차가운 거요?


- 아.. 네 그러니까..


- 옆에 분 일행이실까요? 같이 주문하세요?


여자가 윤비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고장 난 듯 서있는 재욱의 옆에 윤비서도 서있었다.

윤비서가 재욱의 눈치를 보고는 재빨리 재욱의 앞으로 서서 여자에게 말했다.


- 아 네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어.. 아이스로!


윤비서는 얼어 있는 재욱을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


- 아..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 맞으시죠?


-…..


- 아 네! 두 잔 맞습니다. 맞고요~


대답이 없는 재욱 대신 윤비서가 재빨리 대답했다. 그리고는 카드를 여자에게 건네 커피값을 지불했다.

그때까지도 재욱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마냥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 상무님 저리로 가시죠.


둘은 창가 자리 한편에 마주 앉았다.


- 윤비서..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 많이 닮았습니까?


- 닮은 게 아니라…그러니까... 하...


헛웃음이 나오는 재욱이었다.


- 닮은 정도가 아니야.. 저 얼굴은…그 여자야..


윤비서가 여자를 슬쩍 보고는 재욱에게 말했다.


- 상무님, 그런데.. 알아본 바로는 그 여자분 하고 나이도 틀리고 일단 이름도 틀리고요.


- 그래.. 다른 사람이겠지? 하지만 저 얼굴은 설명할 수가 없는데? 내가 그 여자 사진... 제대로 된 건 들고 있진 않지만... 맞아.. 똑같아.


재욱이 다시 여자를 뒤돌아 보았다. 분명 유정의 얼굴이었다.

그 때 그날의 그 얼굴이지만… 하지만.. 아주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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