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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Mar 02. 2024

18. 잠들지 않는 사람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가 창밖을 보다가 병실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창밖에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필 오늘은 비도 주룩주룩 내려 기분이 썩 그렇게 좋은 날이 아니다.



‘만약에 이 여자가 깨어난다면.. 그런 기적이 일어나기는 할까 “


강민하 , 그는 강민혁의 동생이다.

민혁과는 다르게 의사의 길을 걸었다. 아버지가 성심병원의 주 원장이다.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된 것이기도 하다.

3년 전부터 코마 상태인 여성 환자의 주치의를 맡았다. 주치의라고는 하지만 코마 상태인 여자에게 그 어떤 치료를 할 수도 없었다.


코마 상태로 누워있는 건 다름 아닌 유정, 8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인해 정신을 잃은 채로 깨어나지 않고 있다.

8년 전, 민하가 겨우 이 병원의 인턴이었을 때였다. 아름다운 여성이 의식이 없는 채로 실려왔다.

그리고 처음에는 vip 병동에 그 뒤에는 중환자 실 그 뒤에는 일반 일인 병실로 옮겨졌다.


유정의 어머니를 통해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 눈사태 사고가 났는데 겉은 멀쩡하니 다친 곳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미 8년이나 지난 터라 뇌사로 판정해야 하나 사실 죽지는 않았다.

처음 몇 년간은 민하의 아버지도  이 유정이라는 환자를 특별대우를 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건지 아버지도 이 환자를 들여다보는 게 뜸해졌다.


처음에는 외상이 없는 코마 상태의 환자가 궁금해 호기심에 바라보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있자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고

그리고 누워있는 모습마저 아름다운 그 여자에게 이상한 감정도 들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은 유정을 보러 갔고 항상 인사를 건넸으며 말을 걸어주었다.


“당신은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있겠지요. 코마상태여도 귀는 열려있다고 하니…이상하게 난 그리 믿고 싶네요. 음.. 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요.

이런 날은 응급이 많아서 조금 바쁘긴 해요…

아마도 조금 있으면 호출이 오겠네요. “

민하는 듣고있는지 어쩐지 모르지만 유정에게 쉬지 않고 말을 걸었다.


삐삐삐....

그녀의 심장박동기 소리가 조금씩 흔들렸다가 다시 평온을 찾았다.


드르륵.

중년의 여자, 유정의 어머니가 병실로 들어왔다.


“ 아니 선생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계세요?”


“아 어머니 오셨어요? 오늘 당직이기도 하고요.. 유정 씨 상태 보러 왔지요”


강민하가 여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두운 얼굴을 하며 유정의 엄마는 길게 한숨만 쉬었다.


“선생님이 이렇게 애써 주시는데.. 우리 애는 일어날 생각이 없나 보네요.”


”아.. 그런 말씀 마세요 어머니. 제가 애쓰는 건… 하나도 없네요.. 어머니야 말로 매일같이 이렇게 오시는데.. 어머니도 건강 챙기셔야죠 “


” 딸애가 저렇게 누워있는데… 저는 숨쉬고 산다는 것조차 죄스럽네요.. “


“그런 말씀 마세요….기적이라는 건.. 꼭 있으니까요”


띠리리 ~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 어머니 전 호출이 있어서 그만 가볼게요. 어머니 뭐 좀 드시고 다니세요 꼭이요! 요새 너무 마르셨어요”


“네 선생님 어서 가보셔요 “

 

강민하가 서둘러 병실을 나갔다.


유정의 엄마는 유정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유정아… 내가 너를 포기를 해야 할까.. 아님… 앞으로라도 기적을 바라야 하는 걸까.. “


적막 속에 흐느끼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문 뒤로 민하가 가만히 듣다가 발검음을 다시 옮겼다.


‘이루고자한다면 반드시 이루어 지리라.. 기적은 반드시 올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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