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너무 고프다

by 작가이유리


남편의 퇴근은 저녁 6시 매일같이 이른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

보통 5시 반 정도에 일어나서 6시 30분 정도까지 출근을 하는데

퇴근할 때까지 근무 시간이 항상 12시간을 넘기는 게 태반이다.

10년 가까이 그 생활을 하는 남편을 리스펙 할 정도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진 나는 집안일, 공부, 운동, 글쓰기 를 하고

그리고 아이들이 하교를 하면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공부를 시키고

놀아주고 밥을 주고 하다 보면... 내가 하는 말들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숙제하자. 공부하자. 책 읽자. 밥 먹자."가 주를 이룬다.


딱히 친구도 없는 나는 (타지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결혼도 타지에서 한 사람)

엄마친구들과 간단한 대화를 하는 게 전부다.

그래서인지 나는 남편의 퇴근만 기다리는 남편퇴근바라기가 된 것같다.


남편이 와서 아이들 케어하는 것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사실 말을 할 수 있는 상대가 남편뿐이라 그것을 기다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하루종일 회사에서 그놈의 질리는 전화도 많이 받을 것이고 회의를 하느라

업무 지시를 하느라 수천 마디의 말을 했을 것이다.

나도 결혼 전에는 직장을 다녔고 더 군다니 통역사라는 일을 했으니 '말'이라면 지겹도록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말"이 너무 고푸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 떨어도 되지 않겠냐고도 하겠지만..

나는 왜 그 시간은 아까운 걸까?


아. 물론 말을 많이 하면 피곤해지는 것은 여전하다. 체력이 소모되는 아주 노동적인 일이다.


그런데 내가 "말" 이 고플 때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와다다 말을 내뱉으면 남편은 듣는 건지 마는 건지 하는 모습일때가 있다.



아마도 남편의 입은 밥을 먹기에 바쁘니 "말"에는 신경을 덜 쓰는 건지도 모르고

나를 위해 그나마 귀는 열어 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을 하고 싶은 아내와 말하기 피곤한 남편


너는 말 해라. 나는 듣는 척은 할게


어떨 때는 내 말을 듣고는 있냐며 쏘아붙이기도 하고 시큰둥 한 그의 행동에 화가 나기도 한다.

할말이 있을때만 말하거나 농담 따먹기나 하는 남편과는 다르게

나는 오늘 들었던 이야기, 본 것, 생각한 거 , 느껴진 것, 모조리 다 남편과 나누고 싶은 것같다.


그래서 말이 고픈 나는 그의 퇴근이 기다려진다.


기분좋으면 좋다. 나쁘면 나쁘다. 싫으면 싫다. 시시콜콜 한 이야기 거리도 말을 하고싶은 전형적인 여자다.

아 물론, 내가 화가 나있을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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