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전할 수 없는 진심
'윽…. 속 쓰려..'
어기적 어기적...
나는 계단을 올라가다 도중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앞이 어질어질 해져 갔다.
이상하다.. 내 정신이 분명 멀쩡 했는데.. 왜 세상이 빙글빙글 돌지?
'하.... 예쁘다... 하늘...'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렸고 진심.. 로맨틱하게 이 밤을 보낼 수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됐지..
그의 말을 믿어 줘야 했을까... 난 왜 이렇게 멍청하게 술만 퍼 마신거지..
사실 이기지도 못한 술을 그렇데 들이부었는데 내 속도 정신도 멀쩡할 이유가 없었다.
이대로.. 진짜로… 끝나는 건가.. 시작도 못하고
- 헉... 헉... 왜 이렇게 빨리 가..
후.... 괜찮아요?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걱정 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또 따라온 건지…
- 하……괜찮아요….? 라니..
- 그럼 뭐라 해요. 그러게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왜 그렇게 마셔서..
… 아무것도…. 아무것도 말하지 마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여름밤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고요하기 그지없는 밤.
- 하늘이...너무...이뻐..
..........
- 그럼 이건 하게 해 줘요..
그가 내 등을 토닥토닥하고 쓰담쓰담했다.
따스한 그의 손길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는 한참을 하늘을 보다가 그의 손길을 참을 수 없어 발끈했다.
- 왜 그러는 건데? 왜 그렇게 다정한 건데?
근데… 왜 아무한테다 다 그래?
- 아무한테나?
- 그렇잖아.
더운 기운 때문인지 점점 취기가 올라오는 듯했다.
- 말했죠.. 내 방에 누구든 들어올 순 있지만... 이런 행동.. 아무나한테나 하는 거 아니라고..
- 진짜 뭐야? 니 진심이 뭔데?
- 말하려고 했어. 사람들 앞에서.
- 뭘? 걔랑 키스했다고?
- 그게 아니라. 아. 그건 진짜 오해예요.
- 아.. 더워..
나는 입고 있던 카디건을 벗어서 툭 하고 떨어뜨렸다.
- 내가 이렇게 꼬시면... 넌 그럼 넘어오려나?
- 뭐해요.. 진짜.
벗어던진 카디건을 그가 다시 들어 올려 어깨에 감쌌다.
- 왜 J도 이렇게 했을 거 아니야?! 그래서 … 그래서..
- 아오.. 미치겠네. 진짜 그런 거 아니니까 잘 들어요. 난 걔랑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 생각도 없고. 걔랑 볼일도 없고.
- 나 나쁜 년 할까?
- 무슨 말이에요?
- 아니 걔 진짜!!! 나쁜 년이야!!! 남자도 대따 많고 들이대는 남자도 한 트럭일걸!
- 헛.!
훗..... 하하..
그가 웃기다는 듯 조용히 웃었다.
- 아… 씨…. 나 욕 해도 돼. 그렇지만 걔는 더 나쁜 년이야.
너 걔 좋아해?
난 상당히 취해 버렸다. 그렇다 내 입은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더 이상 내 정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음. 방금 말했는데 아무 생각도 없다고.. 어떻게 해야 믿어요?
- 나는?
- 후... 난… 누나가 가는 게 싫어
지금처럼 정리되지 않은 채로는 더더욱.
- 후…… 취한다… 취해..
- 들어가자. 술 깨면 다시 얘기해요.
- 아니.. 난 좀 더 여기 있을래…
그 말은 이 계단에 계속 앉아 있는다는 건지. 이 리조트에 더 있을 거라는 건지.
말하고도 사실 나도 헷갈렸다.
그의 진심이 듣고 싶었다. 하지만 왜 나는 내 진심을 제대로 말을 못 하는 걸까.
'주체 못 할 만큼 네가 좋아'
그게 내 마음이긴 했다.
그에게 나의 질투와 시기와 좋아하는 마음을 한껏 담아 다 쏟아 내고 싶었지만..
전해 졌을까? 아님 전해 질 수 없었을까.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내가 초라해져 가는 것 같았다.
난 그 앞에서 초라하기 싫었다.
하지만 내 진심을 다 보여주고 싶긴 했다.
비록 술기운이었을지라도 있는 힘껏 용기를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이 힘들었다. 진짜 내 마음을 보여준다는 것... 그건 정말 힘든 거였다.
어쩌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딱 그만큼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