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딸 낳았냐?!!
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친할머니는 누워있는 엄마와 갓 태어난 나에게 찬물을 끼얹었다고 한다.
딸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유년 시절은 너무나 가난했다.
1남 4녀 중 둘째로 태어나 시끌벅적하게 자랐을 것 같지만, 정서적으로도 매우 빈곤하게 자랐다.
엄마는 없는 살림과 혹독한 시집살이 속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내셨다.
그런 엄마에게 자식들과 눈을 맞추고, 애정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큰 사치였을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환영받지 못했던 나는, 눈에 띄지 않는 매우 조용한 아이로 유년시절을 보냈다.
사연 많은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특히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나처럼 상처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잘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
10여 년 동안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면서, 참 많이 울고 웃었다.
지인들이 걸어 다니는 '인생극장'이라 불릴 만큼 사연 많은 나였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이유로 상처받고, 아파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 믿음, 애정을 받으면 어떻게든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마음을 나누며,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깊이 있는 도움을 주고 싶어 상담 공부를 시작했고, 상담사가 되었다.
사회복지사로 10년, 상담사로 8년!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부모님을 만나면서 그 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친해질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 런. 데!! 나에게도 어려운 아이가 있었다.
바로, 내 새끼!!
오랜 시간 인간 발달사와 심리를 공부하고, 아이들 만나는 일을 해왔지만 '육아'는 신세계였다.
이론서에 없는 변수가 늘 존재하였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한 것은 나와는 다른 이야기였다.
가장 두려웠던 것은 '정서적 대물림'이었다.
나의 정서적 빈곤감과 허기를 내 아이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했다. 너무나도!
직업과 상관없이, 내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풍선처럼 부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지인들을 만나서 나의 걱정과 불안을 쏟아내기도 하고, 늘 생각하고 고민했다.
어떻게 키워야
마음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육아 14년 차.
사실 아직도 고민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그리고 여전히 어렵다.
다만 나와 내 아이의 속도에 맞춰 우리만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중1이 된 아들 녀석은, 다행히(아직까지는) 학교가 재미있고, 매일매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나의 육아 여정을 돌이켜 보면, '아날로그 육아'가 아닐까 생각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아이 속도에 맞춰 천천히 키우고 싶은 바람이 가장 컸다.
서울 한 복판에 살고 있지만 흙을 만지며,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아이.
외동이지만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관계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이.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아이.
아이가 자기만의 인생을 꾸려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부모는) 그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었다.
매일매일이 그러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속의 이정표로 간직하고 다짐하며 14년을 지내고 있다.
그런데 아이가 클수록 나의 육아 가치관이나 방법이 조금씩 흐릿해지는 듯하다.
'남들과 조금은 다른 나의 생각과 방법들이 맞는 것이었을까?'
'정서적 대물림'을 결단코 하지 않겠다는 전투적인 마음도 이전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사춘기임에도 여전히 밝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알고,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표현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아직까지는).
그래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껏 잘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잘해보자는 의미로 나만의 '아날로그 육아'를 글로 남겨보기로!
작은 바람이 있다면,
매일매일 육아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육아 동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육아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남들'은 중요하지 않다.
나와 내 아이의 속도에 맞춰 나만의 육아 방식을 가지려는 분들과 함께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한 아이의 엄마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상담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