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이 말 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필요한 말만 하여,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궁금해한다.
그런데, 우리 집 중1 남자아이는 말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상담사의 직업적 특성상 주로 듣는 일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깊이 있게 집중하기에 퇴근 후엔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퇴근 후엔 아이가 기다리고 있다.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잘도 이야기한다.
가끔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어,
'엄마, 10분만 쉴게. 10분 후에 이야기하자.'라며 타임 시간을 갖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 중 1 남자아이는 어릴 적부터 말이 많았다.
신생아 때부터 낮잠을 안 자서, 조리원에서도 유명하였고.
옹알이가 시작되었을 땐 '말하고 싶어서 뱃속에 어떻게 있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학교 생활을 모니터링하듯 많이 알게 되었다.
학교는 아이가 다니는 곳이지, 엄마가 다니는 곳이 아니라는 나름의 기준으로 아이의 학교 생활에 거의 관여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어떻게 다니는지 영상을 보듯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
아이가 29개월이 되었던 어느 날.
아이와 백화점에 간 적이 있었다.
번쩍 거리는 백화점 대리석 벽이 울릴 정도로 쿵 박았다.
평소 울음이 없고, 울음 끝이 짧았던 아이였는데.
그날따라 백화점이 떠나갈 정도로 울며 생떼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날이다. 서럽게 울며 뭐라 말하며..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다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아이가 너무 울어서 백화점 직원이 VIP실로 안내하며, 아이를 진정시켜 주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물었다.
"ㅇㅇ야, 낮에 많이 아팠어? 왜 그렇게 많이 울었어?"
속상했어. 엄마가 혼내서 속상했어.
엄마, 속상할 땐 뚝 안 할 거야. 계속 울 거야.
아, 맞다. 아이의 울음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아이가 괜찮은지 살피기보다 아이의 울음을 막기 급급했다.
놀라고, 아파서 우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기보다. 사람들의 신경을 더 썼던 것이다.
평소 아프면 아프다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울고 싶으면 울어야 한다고 남들에게 말을 하면서,
정작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그날 밤.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날 이후, "속상할 땐 뚝 안 할 거야"라는 3살 아이의 말을 기억하며 아이의 감정을 먼저 알아주니 아이는 크게 울거나 생떼를 피우지 않았다. 속상할 땐, 속상하다고. 슬플 땐 슬프다고. 행복할 땐 행복하다고.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간혹 상담실을 찾는 부모님들은 아이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다.
"도대체 왜 우는지 모르겠어요, "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어요."
"도통 말을 안 해서, 속을 모르겠어요."
반면,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다.
"우리 엄마는 내가 말하면 시끄럽대요."
"우리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건 다 하지 말래요."
"내가 좋아하는 거에는 아무도 관심 없어요."
"상담실 오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이들이 울거나, 고집을 부리는 등의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어릴수록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더욱이 대화의 기회가 없다면 표현할 방법도 모르고, 의도하지 않게 말을 안 하는 아이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생각하고, 표현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극이 필요한다.
우리 아이가 이유 모를 행동을 한다면, 아이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라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며,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충분히 수용받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