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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아 Jul 16. 2016

그리고 여행

나와 내가 마주하는 또 다른 움직임. 둘째날 0614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  



무엇때문인지 언제부턴가 나는 나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고 재능을 나누는 데만 열중했을 뿐..

그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자신의 재능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한번쯤은 아니 두번쯤도 붓을 들기가 두려운 순간이 온다.

붓을 놓아본 적이 없는 내게도 그 순간이 찾아왔다.

1년..2년..3년..4년..5년...6......아,, 더 길어져서는 안돼.

2016년. 6월의 어느날,

마음이 외로워 무작정 떠난 여행의 이틀째 날.

무언가 답을 찾고싶어 떠난 여행.

지난 밤 고요함 가운데 비워 낸 세 캔의 맥주가

내 안의 허기를 말해 주는 것 같다.


그리고싶다.

그리고싶다.

내 그림을 그리고싶다.


간단한 드로잉이 아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시간이 오래 지체된다. 그래서 진득이 앉아서 여유있게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늘을 찾았다.

캔버스에 붓 자국을 남기고싶어졌다.

문언가에 이끌리듯 분주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차 트렁크를 열고 돗자리를 꺼냈다.

벤취 테이블을 덮자. 물감이 공공의 테이블에 묻으면 곤란하니까..

갑자기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무언가 기대로 가득차 상기된 앳된 소녀마냥 콧노래를 부른다.

너무나 오랜만에 찾아 온.. 너무나 그리웠던 그리고싶다는 마음이 또다시 사그라들까 두려워 얼른 붓을 들었다.


무얼 그리지?

무얼 그리지?

무얼 그릴까?


그래. 이거였어.

내 안의 공허함이 부른 외로움.

늘 함께하던 무언가를 외면한 채 살아온 여러날들이 뜻 모를 외로움을 불러왔던 거였어.

소중히 아껴왔던 물건을 잃어버리고 애태우다 겨우내 찾은 반가움처럼 내가 나를 찾은 내게 반갑고 고맙다.

내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은 나에게 고맙다.



그렇게 도망치듯 여행을 떠나 돌아온지 한달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여행 중에 어떤 또 다른 나를 만나 둘이서 손잡고 다시 나 있는 이 곳으로 돌아오게 될까를 고민하던 그 때, 그 여행이 나와 내 안의 내가 마주해 화합을 이루는 움직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마음에 솔직하고 싶을 때, 나는 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축복의 모험을 시작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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