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음식학(4)
‘옛날 참외는 참 맛있었는데 말이야’
‘요즘 참외는 왜 이렇게 밍밍하지?’
이렇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참외 맛을 제대로 맛본 것이다. 참외는 여름이 되면 맛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봄 과일이 되어버린 참외
그건 참외라는 작물의 생장과 이른 출하시기와 관련이 있다. 참외는 덩굴 작물이다. 덩굴 작물은 같은 줄기에서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데, 특징은 처음 맺은 열매가 가장 맛이 좋다는 것이다. 여러 번 화방이 교체되면서 차츰 맛이 떨어지게 된다. 딸기 역시 대표적인 덩굴 작물로, 겨울 딸기가 유독 맛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요즘 참외가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는 시기는 이른 봄이다. 참외 생산이 대부분 하우스 재배로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출하시기가 매년 앞당겨지고 있다. 아마 농가에서는 더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해 앞다퉈 빨리 생산하는 게 아닌가 추측한다. 이런 이유로 가장 맛있는 참외를 먹고 싶다면 참외가 처음 나오는 봄에 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맛으로만 따지자면 지금 참외 제철은 3~5월이라 할 수 있다.
참외 제철이 봄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이란. 어려서부터 참외 제철은 여름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참외가 아무리 봄에 달고 맛있다지만 여름에 비하면 가격은 거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참외 수확량은 여름에 가장 많기 때문에 여름 참외가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맛은 봄에 가장 좋은데 가격은 여름에 가장 착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 그렇다고 여름까지 기다렸다가 먹는 건 제일 맛있는 참외를 놓치는 셈이니 비싸더라도 봄부터 사 먹게 된다.
봄 참외를 맛보고 나니 7월에 먹는 참외가 확실히 맛이 덜한 걸 느낀다. 하지만 여름에 먹는 참외에는 봄에는 맛볼 수 없는 시원한 여름 맛이 있다. 여름 과일은 역시 여름에 먹어야 제맛이다. 뭐든지 때가 있다. 농업 기술이 발달하여 한겨울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고 봄에도 참외를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제철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무더운 여름날에 즐기는 참외만의 달콤함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까. 그런 의미에서 참외가 나오는 시기가 더 이상 빨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시원한 참외를 겨울에 만나는 건 도무지 이상하니 말이다.
맛있는 참외 고르기
참외는 노란색과 하얀 줄무늬가 선명한 게 맛있다. 색이 옅을수록 당도가 떨어진다. 보통 작은 크기가 더 맛이 좋다. 참외는 크기가 클수록 씨가 굵어지고 억세진다. 구입한 참외가 달지 않으면 실온에 두고 1~3일 숙성시키면 된다. 참외를 후숙하면 당도가 올라가지만 아삭한 식감은 줄어든다. 큰 참외를 후숙하여 먹으면 쫀득한 멜론 같은 식감을 느낄 수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 먹자.
참외 보관 방법
참외는 다른 과일에 비해 저장성이 떨어진다. 봄에는 실온에 두고 먹을 수 있지만 한여름에는 냉장 보관해야 한다. 참외를 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솜털이 있는 참외인 경우다. 참외에는 원래 솜털이 있다. 농가에서 세척 과정을 거쳐 판매되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참외는 표면이 매끄럽다. 직접 농가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세척하지 않은 참외를 그대로 가져오면 조금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일반 참외는 쉽게 상하니 빠른 시일 내 소진할 것.
참외를 아삭하게 즐기는 방법
참외를 껍질째 먹으면 언제든 아삭한 참외를 먹을 수 있다. 껍질에도 영양이 풍부한 참외를 깨끗이 씻어서 그대로 먹어보자. 참외를 껍질째 먹다 보면 알맹이만 쏙 빼먹는 참외 맛은 어딘가 심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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