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일 참외를 먹고 있다. 참외를 사 들고 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참외에 붙은 '빨간 스티커' 떼기다. 되도록 스티커가 붙지 않은 참외를 고르는 편인데, 집에 돌아와서 보면 꼭 한 두 개씩 붙어 있는 녀석들이 나온다. 매번 스티커를 떼어 내며 '이것 좀 그만 붙였으면 좋겠다. 대체 왜 먹는 것에 스티커를 붙이는 거야!' 하며 속으로 화를 낸다. 내 주먹보다 작은 꼬마 참외에 붙은 걸 보면 더욱 몸서리친다.
참외를 껍질째 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스티커를 붙여야 할까? 도대체 왜 이 스티커를 붙이는지가 궁금해서 몇 번이나 '참외 스티커'를 검색해 봤다. 이유는 대략 이러했다. 첫째, 상품의 가치 때문. 스티커가 붙은 게 더 값이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돈을 더 받으려면 스티커를 붙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이유는 특정 품종, 생산지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참외는 성주 참외가 유명하니 꼭 성주 출신 참외는 그 지역 이름표를 붙인다고 했다. 다른 땅에서 자란 참외랑은 다르다는 일종의 브랜드화, 명품인 셈이다. 빨간 스티커는 성주 참외만이 아니라 꿀벌 참외, 스마트 참외 등 별의별 이름이 다 있다. 이름표가 붙은 건 그 잘난 성주 참외만이 아니다.
정말 과일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게 더 좋아 보이나? 더 비싸고 더 맛있어 보이나? 먹을 것에 먹지 못하는 게 찰싹 붙어 있는 게 그게 과연 탐스러워 보이기나 할까? 나는 참외 스티커야말로 판매자들의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참외 스티커를 붙이는 건 소비자를 위한 일이 아니다. 더 비싼 값을 받고 팔기 위한 것일 뿐. 품종, 재배 지역에 대한 정보는 원산지를 분명하게 표기하고 판매하면 되는 문제다. 사과도 청송 사과가 유명하고 귤도 제주 귤이 유명하지만, 유독 참외만이 빨간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우리는 그저 스티커가 붙은 참외 껍질만 잘라내고 있다. 참외에서 스티커를 떼어 내려면 소비자들도 스티커 붙은 참외는 사기 싫다고 말해야 한다. 자꾸만 스티커가 붙은 참외를 사니 이 지긋지긋한 스티커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거다. 우리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언제까지 스티커가 붙은 껍질을 일반 쓰레기로 버릴지 음식물 쓰레기로 버릴지를 고민하고 있을 텐가. 언제까지 이 귀한 껍질을 깎아 내야만 하는가.
이 빨간 스티커야말로
정말 불필요한 과대 포장이 아닐까
과일에 붙은 스티커들이 떨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농부님들이 힘들게 키우신 과일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도록.
생산자는 스티커를 애써 붙이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는 그걸 힘들게 떼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 수고로움도 이제는 버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