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유기 농산물을 먹을 것이냐, 일반 농산물을 먹을 것이냐. 쓰레기 없이 장보기 위해서 고민하는 문제다.
일회용 쓰레기를 감수하고 유기 농산물을 계속 소비함으로써 유기농업을 지지하는 것이 옳은지, 시장에서 장을 보면 일회용 쓰레기가 나오지 않지만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한 일반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나은지 계속해서 고민한다.
유기농 매장은 주로 한살림을 이용하는데, 채소와 과일들이 전부 비닐 포장이 되어 있다. 그래서 채소는 시장에서 구매를 하고, 과일은 농장에서 직거래를 이용하는 편이다. 장바구니에 담아 갈 수 있게 비포장, 오픈형으로 판매하는 유기농 오프라인 매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 지금 있는 매장들부터 불필요한 식품 포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유기농, 친환경 식품이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는 이 아이러니를 도통 받아들일 수가 없다.
농산물의 재배 과정에서 멀칭 등 비닐의 사용 여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요인들까지 비교하자면 끝이 없다. 먹거리의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정도를 소비자가 파악하기란 어렵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식품의 폐기 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제품의 친환경성을 평가할 때 제품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폐기되는 모든 과정을 고려하는 것처럼(제품의 전주기성 평가), 우리가 소비하는 먹거리도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통되며 어떻게 버려질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음식은 우리가 매일 같이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식품 포장재와 쓰레기 분리배출 문제부터,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오염, 화학 비료로 인한 토양 및 수질 오염, 음식물 쓰레기 처리 문제까지.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비용이 소모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다 보면 이런 문제들에 직면한다. 정답은 없고 선택만이 있는 문제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만 줄이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지 모른다. 정보가 부족하면, 어느 선택이 더 나은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도 모호해진다.
때로는 이러한 고민은 무겁고, 작은 고민도 반복되면 지친다. 그렇지만 피곤해도 그만둘 수가 없다. 이런 고민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고민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일지 모르니까 멈추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이 고민 끝에 계속해서 도달하는 나름의 결론은 '자급자족하는 삶'이다. 먹거리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이런 불필요한 쓰레기와 고민들도 던져 버릴 수 있지 않을까?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에 터전을 잡고 살아갈 것이냐 하는 일생일대의 선택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과연 흙을 만지며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