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를 따로 챙겨 먹지 않는다. 종합 비타민도 유산균도 먹지 않기 시작한 건 2021년 가을 무렵.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이 계기가 되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터였다. 모든 원인은 음식과 생활습관에 있음을 깨닫고 먹는 음식을 바꾸기로 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었다. 인스턴트, 가공식품을 없애는 대신 제철 과일과 채소를 잘 챙겨 먹기로 했다. 제철 음식만 잘 챙겨 먹어도 때에 맞는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옛날에 비해 채소와 과일의 영양분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음식에는 특정 성분만 추출한 영양제로는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언제든 고기와 생선 등 음식으로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 영양은 음식으로 채워야 하는 것. 매일 먹는 식사에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먹지 않는 일이다. 흔히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다 챙겨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불규칙한 식사와 부실한 식단을 영양제로 대신하고, 과식과 과음을 영양제와 건강식품으로 쉽게 무마하려고 한다. 나쁜 행동을 계속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을 드는 것이다. 그 심리를 이용하여 수많은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침은 언제나 독이 되는 법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영양제는 음식을 통해 특정 영양소를 섭취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음식으로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굳이 영양제를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영양 부족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대인에게 발생하는 대부분의 질병은 영양 부족이 아닌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영양 과잉과 불균형이 원인이다.
영양제를 한 입에 삼키기 어려울 정도로 한 움큼씩 먹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 역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하루 유산균 한 포와 비타민 한 알로 건강을 챙기는 일을 대신하려고 했다. 유산균과 비타민을 입에 털어 넣는 몇 초의 시간으로, 오늘도 빼먹지 않았다며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자부했다. 편의점 음식과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대충 때우면서 말이다. 어리석었다. 우리의 건강은 비타민 한 알로는 지킬 수 없는 것이다. 건강한 식습관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영양제를 섭취해도 부질없다.
음식도 영양도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어쩌면 좋은 것만 쏙쏙 골라서 취하려는 욕심과 무엇이든 쉽게 얻으려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쉽게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가장 쉬운 목전을 앞에 두고 돌아간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선택지를 외면한 채로.
내게 필요한 것은 종합 비타민제도 건강기능식품도 아니었다. 내 몸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었다. 어렵게 찾은 그 마음으로 몸에 해로운 음식들을 멀리하고 손수 집밥을 차려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양제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평생 영양제를 거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필요치 않을 뿐이다. 한 끼 식사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영양제 하나로 해결하려는 묘책은 더는 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 생활 습관은 돌아보지 않고 남들이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먹고, 이것 하나면 먹으면 피로가 가신다는 말에 각종 식품을 챙겨 먹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나는 가장 정직한 방법으로 내 몸을 돌보기로 했다. 그 길이 가장 빠른 길이자 쉬운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없이 살기 시리즈 51. 영양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