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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Sep 03. 2023

일회용 생리대 없이 살기


일회용 생리대를 쓰지 않고 면 생리대를 사용한다. 일회용 생리대에서 바꾼 지는 반 년이 넘었다. 줄곧 생각만 해오던 일을 드디어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동안은 면 생리대 세탁의 번거로움 때문에 일회용품에 기대어 왔다. 그러다 새해부터 환경과 관련된 책을 읽은 게 전환점이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이 작은 일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다.


처음 사용한 면 생리대는 팬티라이너. 지난해 여름 구입하여 일회용 생리대와 같이 사용하다가 올해 들어 모두 바꿨다. 팬티라이너와 같은 브랜드 제품으로 대형, 오버나이트 사이즈를 구매해서 쓰고 있다. 여담이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면 생리대 디자인은 왜 이렇게 화려한가? 휘황찬란한 꽃무늬가 기본이다. 단색의 깔끔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취향에 맞춰 민무늬를 골랐다. 속에 입는 것, 혼자 보는 것을 왜 신경 쓰냐 싶겠지만 보는 내가 편해야 한다. 한 번 사면 몇 년을 사용할 물건이니까.


면 생리대의 장점은 먼저 생리대의 고분자 흡수체 등 몸에 해로운 성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매번 생리대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고, 구비해 두지 않았을 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버리면서 불쾌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 무엇보다 편안한 착용감이 최대 장점이다. 더불어 쓰레기도 줄이고 불편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일회용 생리대와 면 생리대를 사용했을 때를 비교하자면 이렇다. 일회용 생리대는 착용감이 좋지 않고 냄새가 나지만, 면 생리대는 짓무르는 게 없고 냄새도 덜하다. 생리할 때마다 피곤했던 불쾌한 냄새는 생리혈이 문제가 아니라 생리대가 원인이었다. 면 생리대를 착용한 뒤로는 냄새 걱정이 사라졌다. 또한 면 생리대가 흡수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 면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자면서 한 번도 생리혈이 샌 적이 없다. 현재 쓰고 있는 오버나이트가 그렇게 큰 사이즈가 아닌데도 말이다.


면 생리대로 바꾼 것에 만족하지만, 단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역시나 세탁이다. 모든 옷을 손빨래하는 나도 생리대 빨래는 제법 성가시다. 생리혈이 묻은 면 생리대 세탁은 까다로운 편. 먼저 핏물을 빼야 하고 비누 칠을 해서 일정 시간 방치해야 한다. 얼룩을 완벽하게 지우기란 피곤한 일이라 지울 수 있을 만큼만 지우고 있다. 남은 얼룩은 햇볕에 말리면 거의 지워진다. 단추 부분이 플라스틱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삶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꼭 뜨거운 물에 소독할 필요는 없다. 우리에겐 햇빛이라는 천연 소독제가 있으니. 그냥 그때그때 깨끗하게 잘 빨아서 잘 말려서 쓰고 있다. 매번 면 생리대를 소독해서 관리할 만큼 부지런하지는 않다. 느슨함이 오래가는 법이다.




일회용 생리대는 쓰고 버릴 수 있다는 편리함 말고는 장점이 없다. 편리함이 항상 문제다. 우리는 불편한 일을 참지 못한다. 무엇이든 습관에 달려 있다.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사서 쓰는 습관. 면 생리대를 빨아서 쓰는 습관. 습관의 차이일 뿐. 습관이 되면 이토록 별일이 아닌 것을.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장 어렵다. 처음이 어려웠지, 이제는 평범한 일상이다.


혹여 세탁이 힘들어진다면 나중에는 생리컵으로 바꾸려고 한다. 일회용 생리대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그때가 되면 정말 생리대 없이 살 수 있다. 여러 장의 생리대가 아니라 컵 하나로 해결된다니. 생리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신세계라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당장은 시도하기 어렵지만, 이 또한 새로운 바람이라면 기꺼이 몸을 실을 생각이다.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그 시간을 피할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편안하게 보내야 하니까. 조금의 번거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더니 내 몸도 마음도 살뜰히 챙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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