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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Oct 22. 2023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지 않기로 했다


올봄 브런치스토리에 부푼 마음을 안고 문을 두드린 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응모하지 않기로 했다. 이 결심이 확실히 선 건 9월 즈음, 아니 그 전일 수도 있겠다. 시기는 중요한 게 아니다.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사실 응모하느냐 마느냐로 많은 고심을 했다. 계속 마음이 기우는 쪽은 책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책으로 내고 싶은 브런치북이 없다는 게 이유다. 일찍이 응모 기간에 맞춰 글을 부지런히 발행해 온 덕에 지금 당장 브런치북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 3권, 기존에 내놓은 브런치북 1권을 더하면 응모할 수 있는 총 4권의 브런치북과 다른 계정에도 시집 1권이 있지만, 나는 브런치북을 서둘러 내지도 응모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분명 기회다. 그러나 기회도 준비된 자, 그 기회를 잡는 자에게 주어지는 게 맞다. 나는 준비된 자도 아니고, 기회를 잡을 마음도 없기 때문에 '일단 응모부터 하고 보자'는 건 더욱이 내키지 않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선 출품을 하고 뒷일을 도모할 참이었다. 그런데 덜컥 당선이라도 되었다가 "저는 출간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거절하기라도 한다면 그거야말로 공모전에 함께 지원했던 작가들과 프로젝트에 힘쓴 모든 이에게 누를 끼치는 일 아닌가. 어디까지나 김칫국을 들이켜는 상상의 일이지만 말이다.


책을 내고 싶다는 욕구가 사그라든 게 근본적인 이유다. 지금까지 쓴 이야기가 과연 내가 세상을 향해, 누군가를 향해 건네고 싶은 이야기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놓았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글을 쓴다는 건, 그리고 그 글을 묶어 책으로 낸다는 건 가장 먼저 작가가 자기만족이 되어야 하는 일이다. 나는 내가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그리고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조급함은 일찍이 떨쳐 버렸다.


만약 내가 책을 내야 한다면 내가 정한 다음의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내 이름이 적힌 책을 내고 싶다'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이유가 아니라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 나무에게 빚을 지고서라도 꼭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일 것. 내 글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 것. 이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나는 앞으로도 책을 낼 생각이 없다.


첫 책은 모든 작가에게 흑역사가 된다고 하지만, 앞서 말한 부끄러움이란 그런 의미가 아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한 글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만으로 수많은 책이 출판과 동시에 버려지는 시장에 한몫 거들 요량이라면 과감히 접기로 했다. 그거야말로 내가 존경하는 나무에게 부끄러운 일이니까.


나는 일찌감치 목표 설정과 방향을 틀었다. 내가 설정한 목표란 책 출간이 아니라 매일 글을 쓰는 것이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계속 글을 쓰는 것이다. 브런치스토리에 꼭 발행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글이든 매일 글을 써 나가기로 했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금처럼 글을 계속 쓰는 것이 나의 목표다. 책을 출간하고 출간 작가가 되는 것은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일이어야지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욕심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욕심이 없다. 책을 내고 싶다는 것도 욕심이지 않은가. 나는 그런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글을 쓰기로 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프로젝트에는 응모하지 않았다. 공모전에 탑승하지 않은 사람으로 멀리 떨어져서 마감일까지 바삐 움직이는 물결을 구경하고 있다. 일찍이 포기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니 작가님들은 너른 마음으로 봐주시길. 이번 프로젝트가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모두가 계속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초석이 되기를. 우리가 진짜 '계속 글을 써야 할 이유'란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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