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한 달 소회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매일 글을 발행했습니다. 개인적 경험에 기인한 생활밀착형 글이라 매일 글쓰기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 초보는 이것도 힘이 겨워 매 순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많은 구독자가 생겼습니다. 브런치에서 다른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이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임을 굳이 다른 작가분들과 비교하지 않아도 스스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결이 구독자 100명이 되었을 때 그 이름은 0명, 그리고 200명이 되었을 때 3명이었으니까요.
이곳에 쓰는 글에 집중한 까닭도 있지만 다른 이름으로 쓰는 글은 브런치에서는 영 인기가 없는 모양입니다. 미니멀라이프, 제로웨이스트, 자연식물식이라는 생활 방식을 빼면 제겐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스토리도 글 재주도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하루결이 커질수록 한쪽에서는 작아지기도 합니다. 제 자신을 비교하기보다는 아직은 글의 내공이 많이 부족하여 그런 것이니라. 마음을 편히 가지며 부지런히 양쪽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다른 필명의 활동을 독자님들께 공유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을 해 봐야겠습니다. 지금은 독자적인 영역으로 두고 싶습니다.
글다운 글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를 시작하고 내내 머릿속에 스치는 의문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어떤 글을 써야 하나’로 이어집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글은 그저 글일 뿐, 글다운 글이라는 건 없다는 다소 용감한 생각 맺음을 내놓았습니다. 저마다의 글이 담고 있는 내용, 전하는 메시지, 스토리의 희소성, 문장의 표현 등 글쓴이에 따라 글의 결이 다를 뿐, 글다운 글이란 없다고 말이죠.
브런치스토리에선 직장 생활과 퇴사, 결혼과 이혼, 살림과 육아에 관한 글이 인기입니다. 독자층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이 플랫폼 고유의 색깔로 볼 수도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가 좀 더 다양한 글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시각은 플랫폼과 수요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하루결은 그런 바탕에서 전략적 성공을 거둔 게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는 성장세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글다운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그런 무게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글을 발행하고 며칠 만에 브런치에서는 브런치다운, 가벼운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바쁜 일과를 마치고 보고 싶어 하는 글은 대개 편안한 이야기이니까요. 저는 그런 글이 담겨 있는 브런치가 좋습니다. 일상의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이곳에 담아 전하는 작가님들도 좋습니다.
일상적인 이야기도 글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이야기였을지 모릅니다. 글이라는 것이 꼭 사유가 가득해야 하고, 일깨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가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철학과 인문학, 문학도 좋아하지만 내 몸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생활도 그 못지않게 중요시합니다. 일상을 폄하하는 순간 가장 발치에 있는 행복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일상도 고귀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삶은 더욱 빛나는 것입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브런치도 이를 표방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일기 같은 글은 일기장에나 써라”고 시작하여 “글다운 글을 써야 한다”고 결론짓는 건 글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는 글쟁이의 오만함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이 또한 글에서도 일종의 규칙과 획일성을 추구하는 양상이 드러난 것 같아 보입니다. 브런치스토리가 다름을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자,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입니다.
일기를 쓰던 사람이 꾸준히 글을 쓴 끝에 많은 이들의 마음에 공감을 안착시키는 에세이를 완성하는 작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꾸준함의 최대 동력은 즐거움입니다. 이제 막 글맛을 알아가고 있는 초보 작가들의 사기를 꺾을 필요는 없습니다. 글쓰기의 초심을 간직한 작가님들이라면 새싹 작가들을 어여삐 보아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 ‘글다운 글’을 논해야만 한다면 결국 그것은 작가가 아닌 독자가 판단할 몫입니다. 그러니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고 저 또한 제 할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새싹은 부족함을 발판 삼아 더 정진하려 합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글은 잘 쓰려고 하면 더 못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잔뜩 힘이 들어가고 억지로 꾸역꾸역 문장을 나열하고 나면 독자들도 그 어색함을 눈치채는 것 같습니다. 물 흐르듯 가볍게 쓴 글이 더 많은 공감을 얻기도 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제 글은 개인적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느낀 점, 깨달은 바를 서술하는 데 편향되어 있습니다. 어떤 방법론적 제시나 정보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보다 전문적인 글을 쓰기 위해 기술서적을 참고하고 공부해야 하나 고민을 합니다. 가장 먼저 썼던 글이자 가장 하고 싶었던 자연식물식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는 게 늦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먼저 그동안 읽었던 영양학 서적을 다시 꺼내 정독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물론 글을 잘 쓰기 위한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모든 글이 꼭 그래야만 할까요? 내가 이곳에 와서 쓰고 싶은 글이 그런 글이었나 다시 생각을 해 봅니다. 역시 그건 아니라고 마음이 말합니다. 저는 지금 쓸 수 있는 글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조금 부족해도 날 것 그대로의 진솔함일지도 모르니까요. 많은 글보다 잘 다듬어진 한 편의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의 소중함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은 무게를 싣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서 있을 때인 것 같습니다.
풍부하고 수련한 글은 브런치스토리의 다양한 작가분들이 써 주시리라 믿습니다. 민법을 쉽게 설명하는 변호사, 시를 읽어 주는 시인, 마케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마케터. 브런치는 그런 작가님들이 계신 든든한 공간입니다. 농장 아르바이트 경험담을 맛깔나게 이야기하는 작가, n년 공무원 생활의 다사다난을 기록하는 작가, 이혼의 과정을 담대하게 풀어낸 작가, 사별의 아픔을 공유하는 작가. 이렇게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 공존 속에서 글다운 글을 논한다는 것은 이미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을 쓰기 시작하니 삶에도 활력이 생겨납니다. 이 긍정의 기운이 독자님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글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덜어 낸다고 될지 모르나 그래도 몸을 흔들어 탈탈 털어 봅니다. ’티끌이나마 떨어져 나가라‘ 하고 주문도 외우면서요. 그리고 다시 앉아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고심하며 메모에 써 둔 글감 목록을 찬찬히 훑어봅니다. 하나라도 붙잡고 씨름한 끝에 오늘도 무사히 글 한 편을 발행합니다. 글쓰기 초보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설렘을 안고 찾아온 이곳에
또 다른 머묾의 이유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