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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Oct 29. 2023

멀티태스킹은 하지 않습니다


친구와 멀티태스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요즘 밥 먹을 땐 밥만 먹으려고 하고 있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더라고. 되도록 작은 일을 할 때만큼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려고 해."


"공감해. 컴퓨터도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하나씩 처리하고 전환하는 것의 반복이야."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방식이 가장 능률적이다. 평소에 한 번에 두 가지 일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한다. 일상의 사소한 일도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 과일 한쪽을 먹더라도 말이다. 식사할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며 걸어가면서 음식을 먹는 행동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식사만 한다. 집안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빨래를 할 때는 빨래만 하고, 설거지를 할 때는 설거지만 하고, 청소를 할 때는 청소만 한다.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만 듣고, 책을 볼 때는 책만 보고, 글을 쓸 때는 글만 쓴다.


단시간에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하는 것이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효율적인 방식이라 여기기 쉽지만 그 반대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다. 단계별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우리는 한정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중요한 일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끼려면 어떤 일이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밥을 먹는데 중요한 게 무엇인가? 밥을 먹는 것이다. 식사의 우선순위는 식사다. 불필요한 행위는 더하지 않는다. 음식에 집중하면 식사의 만족감도 높아진다.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도 음악을 듣지 않는다. 하기 싫은 집안일을 흥을 돋워가며 하기 위해 음악을 틀고 있다면, 혹은 습관처럼 음악을 재생했다면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자. 한 번이라도 이 일을 즐기려고 해 본 적이 있는가? 나의 생활공간을 단정히 하는 일을 귀하게 여겨본 적 있는가? 한 번쯤은 음악을 끄고 집안일에 집중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샤워를 할 때는 샤워에만, 그릇을 씻을 때는 그릇을 씻는 데에만, 바닥을 닦을 때는 바닥을 닦는 데에만 집중하자. 그 시간을 머릿속 생각들을 비워내는 시간으로 활용해 보자. 샤워와 설거지와 청소를 마치고 편히 앉아 음악을 듣자. 한 번에 여러 행동을 하는 부산함은 생활뿐만 아니라 사고까지 복잡하게 만들고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최근 산책을 할 때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밖을 나서고 있다. 그저 걷기만 한다. 손과 주머니가 가벼우니 몸도 가볍다. 내딛는 발걸음과 앞에 놓인 길에만 집중한다. 산책길에 스치는 생각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비워내야 하는 상념들은 그 길에 버려두고 온다. 힘찬 발걸음을 북돋아 줄 신나는 음악이나 마음을 가라앉혀 줄 잔잔한 음악이 없어도 산책을 마치면 홀가분한 기분으로 돌아온다. 하루 중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일을 할 때도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도 막힘없이 척척해내는 사람이 잘나 보였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고 그 방식에 익숙해진다 한들 언젠가는 과부하가 걸린다는 걸, 그런 방식은 자신의 어딘가를 갈아가며 희생하며 빚어낸 결과라는 걸 이제는 안다. 그렇게 바삐 지나온 길에 과연 무엇이 남을까. 더는 회의감을 보상으로 안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느리지만 하나씩 천천히 하기로 했다. 밥을 먹는 일 하나까지도. 그러자 어떤 일이든 여러 일을 한 번에 하는 것보다 하나씩 집중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내게 맞는 속도이자 방식이라는 것도.


오늘날 우리는 바쁜 하루 속에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온전하게 알고 느끼지 못한다. 순간에 머무르지 못하고 그저 주어진 일들을 해내기에 바쁘다. 어느새 결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 결과가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축복이지만, 만약 그 속에서 자꾸만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 잠시 멈춰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단순함이 필요한 순간이다.


복잡하고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집에서라도 휴식을 취할 때만이라도 지금 하는 일에만 집중해 보자. '한 번에 하나씩'이라는 단순함이 당신의 일상에 안정과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다. 당신의 능력은 여러 일을 한 번에 처리할 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순함의 미학을 받아들이면 삶의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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