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그 새벽, 일출이 내게 보낸 경고

성공의 가속도가 가린 것들..

by 하루진

미국 CES 혁신상 수상. 100억 이상의 투자 유치. 회사는 매 분기 화려한 숫자로 성장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숫자들의 혈관을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사람이었습니다. 현금 흐름이 어디서 들어오고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어떤 결정이 어떤 숫자로 귀결되는지.

대표이사는 모든 의사결정이 숫자로 집결되는 저를 '객관적 증인'으로 세워두고 있었습니다. 최대주주와의 관계가 흔들릴 때를 대비한, 그의 고독한 방어 전략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그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회사의 심장부에서 가장 중요한 비밀을 공유한다는 전능감에 취해 있었을 뿐입니다.


출근길 법인차 안에서 저는 가호의 〈시작〉을 틀었습니다. 볼륨을 끝까지 올리면 "원하는 대로 다 가질 거야"라는 가사가 가슴팍 어딘가에 매일 새로 박혔습니다. 회사가 제공한 신형차, 매일 아침의 임원 회의, 주간 부서별 회의들. 그것은 제가 성공의 궤도에 올라섰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7시 10분.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새벽 출근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그 일출을 매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완전히 새로 태어난 줄 알았습니다. 앞날은 저 일출만큼 찬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연봉 협상의 계절이 오면 회의실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평소엔 무표정하던 얼굴들이 살짝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눈빛이 빨라지고, 말수가 줄었습니다. 저마다 속으로 숫자를 굴리고 있다는 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 숫자의 출발점이 저였기 때문입니다.

어떤 직원은 대놓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직급은 상관없습니다. 급여만 많이 주세요." 웃음이 터졌습니다. 하지만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고, 아무도 농담으로 듣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 회사를 믿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대표는 타사보다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싶어 했습니다. "상장하면 더 큰 보상을 주겠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어깨가 펴지고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저도 그 온기 안에 있었습니다. 그들의 설렘을 숫자로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그 기대의 무게를 함께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쁘지 않은 감각이었습니다. 아니, 꽤 좋았습니다.


사고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 새벽에 찾아왔습니다.

출근을 위해 운전하던 중, 거대한 트럭이 예고 없이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었습니다. 저는 브레이크 대신 본능적으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었습니다. 차 밖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직 차체만이 좌우로 거칠게 요동쳤습니다. 다행히 차체 제어 장치가 개입하며 저를 원래 차선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주변에 차가 없었던 것은 천운이었습니다. 속도를 줄인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갔을 뿐입니다.


"그럴 땐 핸들을 꺾는 게 아니라, 일단 속도를 낮췄어야지."

나중에 지인이 건넨 그 한마디는 제 인생을 관통하는 경고였습니다. 저는 회사의 Cash Flow는 설계할 줄 알았지만, 내 인생의 '속도 조절'은 할 줄 모르는 초보 운전자였던 셈입니다.


6년이 지난 지금, 그 이른 아침을 떠올려 봅니다. 성공의 가속도에 취해 앞만 보고 달릴 때,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생존 법칙을 잊습니다. 제가 그날 본 일출은 성공의 상징이 아니었습니다. 멈추지 않으면 조만간 타버릴 것이라는, 마지막 경고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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