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4 공항에서 아이패드를 분실하면서
새벽 6시 20분에 출발. 다행히 감기,몸살 기운이 조금 덜해졌다. 양치질을 하는데 세면대에 툭하고 핏기운이 번진다.
‘뭐지 ? ‘
거울에 퉁퉁 부은 중년 사내의 얼굴이 보인다. 콧쪽을 본다. 코피는 아니다. 피곤해서 몇일전부터 생긴 입술에 생긴 물집의 딱지 밑쪽이 살짝 벌어져있다. 피가 조금씩 흘러 나온다. 물이 닿으니 쓰리다.
몽롱하니 출발한다.
새벽바람이 차다. 마스크를 쓰고 재빨리 걷는다. 밤새 고여있던 가래가 목구녕 밑으로 툭툭 걸린다. 피곤한 아침이다.
“ 앗, 지갑 놓고왔다 “
“ 뭐 ? 어제 잘 챙기라니까 “
주머니를 뒤져보더니, 이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 전화는 뭐할라고 걸어 ? 그냥 집에 가 “
“ 어, 여기 이따 “
“ 정신 바짝 챙기라, 가자 “
다행히 지하철 시간이 딱딱 맞아서 비행기 탑승 15분전에 게이트앞에 도착했다. 어디선가 삐끗 시간이 안 맞으면 늦을 수 있겠다. 인천국제공항 터미날2 는 생각보다 꽤 넓었다.
“ 아이패드 좀 줘 “
“ 가이드 책 좀 보지, 게임하려고 ? “
시큰둥해하며 아이패드를 꺼내려 가방속에 손을 넣었다.
‘ 없다 !! 없다 ?? ‘
‘ 뭐지 ? ‘
갑자기 띵하다. 아이패드 파우처 속에 있어야할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 저기, 가방 좀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
세관 엑스레이 검사대쪽으로 가방을 옮긴다.
몇해전에 면세점에서 구입한 가방을 이번여행에 아들에게 둘러 매게했다.
“ 가방 좀 열어 봐도 되겠습니까 ? “
아들 녀석이 긴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 야, 죄졌냐? 기계 오작동이 있나보지, 뭐. 문제 있으면 버리면 되 “
세관원이 가방 속에서 물품을 확인한후, 다시 검사대에 올려놓는다.
별문제 없이 통과되고, 세관원은 미안하다며 자신이 물품을 가방속에 넣어준다. 뭐라고 아들에게 계속 설명을 한다. 친절하다. 아마도 아들에게 아마 오작동을 설명하은듯 하다.
딱 10분전, 8시 5분의 상황이다. 세관 컨베이어 밸트위 3번째 트레이에 아이패드를 별도로 넣었다.
“ 세관에 놓고 왔네, 아놔, 몇분 남았어 ? 10분 남았네, 일단 가보자 “
헛구역질 나게 뛴다.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한 이상, 다시 세관쪽으로 가긴 힘들꺼다. 일단 가서 말이라도 해보자.이미그레이션 앞에 직원이 있다.
“ 10분전에 세관검사대에 아이패드를 놓고 왔는데, 어떻게 하죠 ? “
“ 돌아가시려면 출국취소하고 다시 하셔야하세요 “
“ 비행기시간이 5분밖에 안 남아서요, 분실신고 하려고요 “
“ 여기서 따로 분실접수를 받지는 않고요, 세관에서 분실된 물품은 2층 분실센터에 가게되요, 분실에 대한건 항공사쪽에 문의해보세요”
“ 그.그럼 돌아올때 찾을 수 있나요 ? “
“ 네, 분실센터에 들어오면 가능하세요”
탑승시간까지 채 5분도 남지 않았다. 다시 그길로 돌아가야한다. 새벽에 물한모금 마신게 전부다. 땀나게 뛰어서 겨우 시간에 맞춰 게이트앞에 도착한다.
“ 분실물 신고하려고 하는데요, 세관에 놓고 와서요 “
“ 지금 출발하는 비행기 맞으시죠 ? “
“ 네 “
“ 세관쪽하고는 확인되신거에요? 분실된거 ? “
“ 아뇨, 돌아갈 시간이 없어서요. “
“ 세관쪽이면..거긴 CCTV 가 있으니까 확인 가능하실꺼에요. . 괜찮으실꺼에요 “
“ 네, 2층에 분실센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 네, 전화번호 알려드릴께요 “
“ 가서 찾으면 되는데, 뭐 알 필요가 있을까요 ? “
“ 그래도요,혹시 필요할지 모르니까 알려드릴께요 “
활주로를 보니 눈이 흠뻑 내리고 있다. 비행기가 뜰수 있을라나 모르겠다. 아이패드 하나 없는게 찝찝한 기분이다.
‘ 맞다. 분실물샌터에 전화해보자 ‘
항공사 직원이 알려준 번호가 요긴했다. 역시 고객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정보를 미리 챙겨주는게 프로다. 나만의 시각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각이 역시 필요하다.
“ 15분전 세관검사대에 아이패드를 놓고 와서요. 분실물 신고하려고요”
“ 아이패드 어떤색이죠 ? 케이스는요 ? 암호설정 되있나요? 몇자리죠? 연락처하고 성함을 알려주세요. 아직 분실물 접수된게 없는데, 들어오면 연락 드릴께요”
휴, 아침에 큰 푸닥거리를 했다. 만약 아들 녀석이 잃어버렸다면 ? 얼마나 짜증을 내고 잔소리를 했을까? 그동안 내가 얼마나 예민하게 굴었는지 생각했다. 아이패드 하나 버려도 될만큼 큰 통찰을 깨달았다.
아들은 아무 말하지 않는다.뻘쭉하다
아이패드를 잃어버려 행복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