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멈추면 안되. 두 사람의 마음

D-125 그러니까 우리가 해보는거야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난 공포영화를 못본다. 좀비 영화를 본적이 언제 였을까 ? 캐나다로 이사간 기홍이 녀석집에 어른들 아무도 안계실때 야동인줄 알고 본 비디오가 엄청 잔혹한 <이블데블> 시리즈였던거 같다. 목이 잘라지면 그 몸통에서 하얀 우유같은 액체가 뿜어나오고 온 사방 피가 튀고..30년전 베타비디오로 본 영화가 공포영화의 마지막이였을까 ? 일본에서 2개관으로 시작해서 몇달만에 100만관객을 돌파한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는 좀비호러 영화다. ‘공포영화인데, 뭔가 재미난 구석이 있나보다. 뭐지 ? ‘ 보고는 싶은데 무서워서 못보겠고, 안보자니 또 너무 궁금하다. 눈한번 찔끔감고 보기로 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의 구성은 꽤나 독특하다. 37분간의 엉성한 B급 좀비 호러물이 시작된다. 이런 영화는 왜 만들었을까 ? 진짜 희안한건, 이런 잔혹한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박장대소 한다. ‘ 미친놈들’ 집구석에 맨날 있다가 밖으로 나온 히키고모도리들 아닐까 싶다. 이런 잔혹한 장면을 보고 웃다니...참 걱정된다 니들.. 좀비 영화인데 뭐 그렇게 재미없는지는 않다. 나름 영상의 컬러톤을 떨어뜨려서 그나마 좀 잔혹한 느낌이 덜해보이기는 하는데, 점점 더 피가 난무한다. 목이 댕강 떨어져 나가고 도끼로 마구 머리를 날리며 다닌다. 와, 진짜 이거 좀비 영화네... 휴, 뭐야..뭘 참으면서 보라는거야... 어랏...타이틀이 올라간다..영화가 끝난건가 ? 아닌데..시간이 남았는데... 좀비 호러물은 영화속 영화였던거다.. 2번째 보는 사람들은 웃을 수 밖에 없다. 놀라운 영화다.

좀비 호러물 영화를 원컷, 생방송으로 제작할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는다. 그렇다. 이 앞부분의 좀비 호러물은 원컷,생방송으로 진행한 영화였던 것이다. 실제로 이 부분은 영화촬영에서 여섯번의 테이크를 했고, 6번째가 적당한 실수도 있고해서 여섯번째를 사용했다고 한다. 너무 완벽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쟁반노래방에서 노래와 미션을 끊어짐 없이 한번에 이어가기하는것처럼 촬영을 하고, 그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뒷부분에 붙여서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기상천외하다. 이런 숨겨진 구성을 미리 스포로 알게되면 재미는 절대 없다. 스포없이 봐야하는 영화다.

명동 라이브러리톡에서 감독과 마오배우가 참석해서 관객과 질문시간이 있었다. 감독은 20대를 방황하면서 보냈나보다. 사기를 당해서 노숙자로 전락한 시절이 있었고, 그시절 노숙자일기를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다고 한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거 같다. 뭐, 그것도 능력이라고 해야할까 ? 아니면 자신감이라고 할까 ? 뭐지... 자신을 표현하는 그 뭔가...가 있는건 분명하다. 감독은 ‘관점’ 의 차이를 통해서 뭔가 통쾌한 재미를 주려고 했던것 같다. 익살스런 그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영화감독이 안되었다면 분명 개그맨으로 이름을 날렸을꺼 같다. 영화도 재미있게 촬영하는 스타일인거 같다. 특히나 원컷으로 실제 호러물을 할때, 스텝들의 반대는 쉽게 상상할수 있다. 뭘 그렇게 힘들게 찍을 필요가 있나..? 뭐 그랬을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이런식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 어렵지. 아마 불가능할꺼야.. 그래서 아무도 지금까지 하지않은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한번 해보는거야 ‘ 이런식이다. 함께 사진촬영을 하면서도 그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좀비처럼 손을 위로 들고, 입은 쫘악 벌려서 스크램블처럼 하는 모습, 관객들도 사진을 찍으면서 그런 포즈를 흉내낸다. 그런 익살스러운 사진은 sns 를 통해서 이곳저곳에 자연스럽게 퍼지게 된다. 꼭 그런 의도로 촬영을 하는건 아니겠지만 감독은 이런 깨알같은 재미를 통해서 이 영화의 재미를 온 세상에 감염(?) 시키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거 같다.

영화 중반 이후에부터 등장하는 마오 배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영화속 감독의 딸로서 영화에 대한 꼼꼼함과 집념이 강한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라이브러리톡 인터뷰 중 자신은 23살,24살에 친구와 영화를 보면서 ‘아, 영화배우를 해야겠다. ‘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은 부모님이 안계셔서 보육원에서 자랐는데 이렇게 이제는 많은 사람들앞에서 토크를 하기도 하고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갑자기 나는 띵해졌다. 일본어로 말하는걸 들으면서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자신의 과거를 팩트로 그저 이야기할뿐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학을 하는 찌질함이 없었다. 그렇다. 그런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안계시다는게 잘못일수도 없는것이다.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인데, 나는 지난 세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후, 그때 아버지가 일찍 떠나시지만 않았다면 나는 훨씬 쾌활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로 성장했을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황상민 교수를 만나러 가기전에 질문서를 작성하면서 내가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것을 알게되었다. 프로파일이 다이아몬드이기에 나는 안된다는 이유를 수십만 가지를 찾아내는 그런 특성을 보이고 있다. 마오배우가 자신의 개인사를 저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건, 그건 그냥 팩트일뿐이다. 자신의 환경이 그랬다고 말하는것이다.

유쾌하고 익살스런 감독, 속 깊어보이는 마오배우의 눈빛이 생각난다. 이 영화의 구조와 에피소드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다시 한번 보면 더 재미있을꺼같다. 영화는 한국에서는 몇일 밖에 상영하지 않는거 같다. 아쉽다. 금요일 평일 낮에 명동에서 한번 더 보기로 한다. 훨씬 영화가 더 재미가 느껴질 꺼 같다.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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