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2 첫 비행기를 탔던 기억. 제주도여행
21살 4월 어느날
까까머리 방위병 일병 휴가.
일주일인지,10일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첫 휴가로 지리산 노고단을 오른다. 친구와 함께...
친구가 다리를 다쳐서 혼자 부산에서 배를 타고 제주를 처음 가보았다. 서울로 돌아올때는 시간이 빠듯도 하고, 12시간 넘게 배를 타는게 엄두가 안나서 비행기를 탄다. 첫 비행이다.
제주공항 로비에서 대한항공 티켓을 끊어야할지, 아시아나 항공을 타야할지 선택을 못해서 갈팡 질팡 했던 기억이 난다.
‘ 뭘 타야 하지 ? 뭐가 다른거야 ? ‘
도대체 두가지의 비행기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몰랐다. 참 바보같다. 무슨 차이가 있겠어 ? 그냥 회사가 다른거지. 대한항공은 비싸고, 아시아나항공은 조금 가격이 저렴했다.
후발업자가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시장의 틈새를 삐집고 들어오는 아주 흔한 마케팅방법인데, 그때는 가격이 왜 차이가 나는지 몰랐다. 싸면 뭔가 문제가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일까 ? 대한항공 표를 끊었고, 내 인생처음으로 비행기라는 날물건을 타보게 되었다. 3x3 좌석. 작은 비행기였다. 내가 어찌나 떨었는지 옆자리에 있는 애기엄마가 스튜어디스가 지나가면서 주는 사탕을 얻어서 먹으라고 건네주었다.
“ 비행기 처음 타보는건가봐요 ?”
30년전만 해도 비행기를 그렇게 쉽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옆자라에 탄 까까머리 군인에게 그런 말도 건네줄수있었던 지금보다는 조금 더 여유가있었던 시절이었다. 요즘 비행기타서 누가 옆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말이나 붙이던가? 다른 사람들은 말을 붙이나 ? 나는 말을 해본 기억이 없다.
30년 전에 제주를 처음 만났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12시간 30분이나 걸려서 도착한 제주, 밤새 수학여행온 어느 여고생들과 간판위에서 춤추고 놀고, 혼자여행 온 1인여행자들을 규합해서 함께 술판을 벌였다.
종로5가에있던 제일은행 본점 은행원 출신인 두명의 방위병, 그친구들 아니였으면 나는 아마 군 영창에 갔을거다. 제주오기전에 광주 망월동묘소에 들렸다. 시절이 하수상하고 엄중한 때였다. 나는 망월동에 가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너무 작은 장소에 깜짝놀랐다. 수 많은 공동묘지 가운데 한쪽 귀퉁이 작은 공간에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돌아가신 분들이 안장되어있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나는 잠시 묵념을 드렸다.
“ 어떻게 오셨어요 ? “
옆에서 인기척이 나서 둘러보니 왠 대학생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네, 한번 와보고 싶어서요 “
“ 학생이세요? 학생은 아닌거같은데, 군인 ? “
“ 네, 휴가중입니다. “
“ 아,그러세요. 저는 전남대 부 학생회장인데요, 반갑습니다. 오늘 저희가 집회가 있는데 학형이 참석해주시면 아주 뜻 깊을거 같습니다. “
“ 전, 좀 어려울꺼같습니다. 죄송하지만 그럼 먼저”
성급하게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어느 조용한 벤치에 앉아서 느꼈던 생각을 대학노트에 기록했다. 그리고 아까 그 부회장이 주었던 유인물도 대학노트에 꽂아두었다. 1980년 광주, 아버지와 함께 관악산에 일요일에 자주 올라갔는데, 어느날 관악산 서울대 캠퍼스 교문에 전차가 서있었다. 그리고 교내 운동장에는 군대막사가 잔득 들어가 있었다.
KBS 방송중에 가수 왕영은과 안경낀 피디가 진행하는 ‘오늘’ 이라는 텔레비젼 방송이 있었다. 집에서 즐겨보던 방송프로그램이였는데 안경낀 피디가 어느날 방송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 오늘 휴전선 근방에 북한 전투기가 넘어오고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지금 광주쪽에서는 유언비어가 남발해서 민심을 흉흉합니다. 국민여러분은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고, 생업에 전념하시기 바랍니다. “
뭐, 대충 이런 느낌의 멘트였던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왕영은씨도 예쁘고 귀여운 얼굴에 잔뜩 겁이들어간 표정으로 걱정스러운 말을 했었던거같다. 어린 시절 들었던 광주에 대한 유언비어, 그리고 대학교 입학해서 보았던 광주학살의 잔혹한 비디오장면, 어떤게 진실인지 모르겠다. 혼란스러웠다. 그런 나의 생각을 노트에 빠짐없이 기록하였다. 군인의 신분으로 참 겁도 없다.
부산에서 제주도 가는 페리호 티켓을 끊으려고 줄을 섰다. 안내문구가 보인다. 군인은 TMO (군인센터) 에 가서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한다. 잘됐다 싶었다. 군인이니까 군할인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쫄았지만 TMO 로 들어갔다.
“ 필승 “
경례를 붙이고 둘러보니 사복을 입은 30대초반의 사내가 사납게 쬐려보고 있다. 헌병제복을 입은 군인들은 두어명 있었던거 같다.
“ 어디가는데 ? 뭐하러 가나 ? 똑 바로 안서 “
무섭다. 여기 도대체 뭐지 ? 배값 할인 좀 받으려고 들어왔는데 무섭게 닥달하기 시작한다. 제주에 누가 있는지, 제주도는 왜 가려고 하는지, 휴가증도 확인하고, 근무지도 확인한다. 젠장할, 가방을 열어보란다. 내가 뭐 술이라도 가지고 가는줄 아나보지... 미친놈들...
’앗, 안되 ‘
대학노트가 생각났다. 등골이 써늘해지면서 식은땀이 나기시작한다. 녀석은 내 가방 지퍼를 열어 재끼고 여기저기 들쳐보기 시작한다. 끝났구나..이제..난....
” 이 새끼들 잡아왔습니다. 군대 물품을 빼돌렸지 말입니다. 저 쪽으로 가 새꺄”
헌병이 두명의 순딩하게 생긴 사복을 입은 군인을 데리고 들어온다.
“ 야, 넌 됐어. 가봐 “
“ 네. 필승 “
난 부리나케 TMO 를 빠져나왔다. 나중에 들어온 저 두명의 군인이 아니였다면 난 바로 군영창에 끌려갔을것이다. 가슴이 쿵닥쿵닥 방망이질을 한다. 이거 당장 버려야하는데, 괜히 가지고 있다가 걸리면 진짜 그때는 끝이다. 버리려고 해도 누가 보는것같아서 버리기도 쉽지않다. 일단 광주 망월동 묘소를 찾았던 부분을 찾아서 노트를 찢어서 떼어냈다. 그리고 몇번씩 찢고 쓰레기통 여러군데에 나눠서 버렸다. 아직도 가슴이 계속 콩닥 거린다.
무사히 제주도 가는 배를 탔고, 배 안에서 그 두명의 군인을 만났다. 그들이 제일은행에서 일하다가 방위병으로 입소한 친구들이였다. 방위 소집해제전에 동원훈련을 했는데 그때 몇개 남은 씨레이션을 챙겨왔는데 그게 군대물품 빼돌린거라며 헌병한테 걸린거였다. 물건만 뺏기고 큰 탈없이 배를 탈수있어서 다행이라고 말을 건네주었다.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은 다 제각각 사연이 있었다. 군대가기전에 마지막 여행으로 온 사람, 군대를 전역하고 사회로 복귀하기전에 여행을 온 사람들, 나는 군대 휴가중에 온 것이고, 그러고보니 나이가 20대초반이여서인지 군대와 관련된 사람이 많았다.
여자친구를 보따리짐해서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떠난다던 아저씨, 옆에는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다. 아저씨는 의기양양하게 여자친구집에가서 부모님들 앞에서 단판을 지었다는 무용담을 들려주었고, 부산에서 잔뜩 사온 회를 우리들 앞에 풀어 제꼈다.
“ 형님, 멋지세요. 형수님도 복 받으신거에요... 두 분 진짜 멋지신거 같아요 “
언제봤다고, 형이고 형수님일까... 그런 소리 천연덕 스럽게 잘하는 타입이 아닌데, 술을 한잔 먹어서 일까, 군대에서 찌그러졌던 마음이 일순간 풀려서 그런걸까? 제주를 향하는 내 마음은 한참 들떠 있었다. 밤새워 놀던 사람들에게 우리 제주에 도착하면 꼭 함께 여행하자구 말을 했었는데, 새벽이 가까이오면서 피곤에 지쳐서 여기저기서 잠이 들다보니 모두들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땐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기에 뭐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날수있겠거니 생각했다.
제주에 내려서 처음으로 가 본곳은 용두암, 요즘에야 용두암말고도 갈곳이 많지만, 그때 제주도 하면 용두암이라고 생각했다. 용머리처럼 생겨서 용두암이겠지. 바닷가의 현무암들 사이에 뭔가 좀 특이하게 생긴 큰 바위가 기이하게 생겨있었다. 한참 구경하고 있는데
“ XX씨 , XX씨 “
하늘에서 들려오는거 같은 소리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소리인가 ? 내가 헛것이 들리나 ? 제주도에 날 알 사람이 없는데... 용두암 내려오는 계단쪽에서 어떤 사내가 날 부른다. 지난밤 밤새워 술을 퍼마셨던 친구다. 이런 반가운일이 있나. 잠시 피곤해서 객실에가서 잠을 자다 잃어버렸던 우리 일행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뚜벅이들이 제주도에서 갈곳이란게 뻔하기 때문이다. 누구할것없이 용두암쪽으로 약속이나 한듯이 모여들었다. 여객선 터미날에서 내리면 가장 가까이 있는 유명한 장소가 용두암이기 때문인듯 싶다. 그렇게 우리는 한명씩 온 여행자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길을 걷다가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을 만나면
“ 혼자오셨어요 ? 저희도 다 혼자 온 사람들이에요. 저희랑 같이 다니셔도 좋아요 “
이렇게 해서 마지막,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갔을때는 최종인원이 12명 정도는 된거같다. 집에서 그때 찍었던 사진이 있는데 한번 숫자를 세봐야할거같다. 아무도 안 믿겠지만 백록담 저 아랫쪽에 있는 호수의 물을 떠다가 라면을 끓여먹었다. 4월초인데도 한라산은 엄청나게 추웠다. 추운날씨에 끓여먹는 라면은 정말 황홀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한라산 정상에서 프로판 가스로 라면 끓여먹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 만난 한분은 농민신문사 기자였다. 꼭 산적같이 생긴 양반이 기자라고 하니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는 분명 기자였다. 여관방을 잡아서 3명이서 방비용을 나눠가면서 지내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에 자는것도 싫어하던 나인데, 그때는 모르는 사람하고 만나서 그렇게 함께 방도 같이 썼구나. 참 희안하다.
국토종단한다고 땅끝마을 간 적이 있었다. 버스에서 만난 친구와 3일간 방을 같이 썼다. 그런면이 있구나. 공동생활 안좋아하는 까칠한 면이 있다. 잊었는데 그런 의외의 모습이 있다.
산적같은 기자형님은 술 마시면서 우리들에게 물어보았다.
” 너네들 4.3에 대해서 아나 ? “
“ 4.3이요 ? 그게 뭐죠 ? “
“ 음. 모르는구나. 예전에 제주도 있었던 사건이야. 나 그거 취재하러 온 거거든. 그래 나중에 알게될꺼야”
잊혀진 사건, 제주도 4.3 이 알려지기 시작한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도 우리 국민중에서 4.3 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 지슬도 보고, 4.3 관련책자도 보고, 어제는 4.3평화기념관도 다녀왔다. 인간이 어쩜 저렇게 잔인하고 잔혹할수있을까 생각했다. 제주 인구 30만명이라고 볼때 그중 10분의 1인 3만명이 학살된 사건이다. 이데올로기가 뭔지도 모르는데 빨갱이를 죽여야한다며 민간인을 학살한다.
군인은 명령을 받으면 그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그 명령을 실행한 책임자를 찾아서 그 책임을 물어야된다. 군인은 사람일까 ? 로보트일까 ? 명령에 따라서 적이라고 규정하면 거침없이 사살해야하는게 군인이다. 군인은 그런 임무를 가진 특별한 자들이다. 일반인들이들 군징집을 받으면 군대에가서 2년간 끊임없이 몰개성화되고, 임무를 수행하도록 강제되어 진다. 각자가 가진 개인의 성격은 깡그리 무시된다.
군인의 역활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에이젼트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런 에이젼트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고 그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군시설도 최첨단화해서 정예화하는게 좋지않을까? 수 많은 로맨들을 데려다가 쪽수만 채우는게 과연 군사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까 싶다. 군대체질이 아니다보니, 군대생각만 해도 속이 편치않다.
다시 제주로 돌아가자. 4.3 사건으로 얼룩지어진 제주도, 한때는 허니문 투어로 각광을 받았던 섬이다. 요즘은 힐링의 섬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제주도를 어떻게 바로보고 어떻게 여행하는가는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의 나름의 방법으로 여행을 하면 된다. 여러가지 사건으로 켯켯히 쌓여있는 아프고 슬프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 제주도....
오늘 제주도의 예쁜 카페들이 보고 싶어진다. 낭만과 힐링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평화의 섬으로 이미지 충전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 이제 출발해보자
2018.06.03
아침에 사발면 먹고 샤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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