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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Jul 29. 2019

심리치유의 글쓰기 #03

필사를 추천하는 이유

나의 첫 필사한 책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작가들은 글쓰기 공부할 때 ‘필사’를 합니다.  남이 쓴 좋은 글을 베끼어 쓰면서 그 표현법이나 구성을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이 필사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아시는지요?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처음으로 만든  분이신데요, 이 분은 고등학교만 졸업한 후  혼자 건축공부를 하여 일본 최고의 건축가가 되셨어요. 그 비법이 궁금해집니다. 뭘까요?   그분은 건축도면을 베껴 그리는 필화를 반복하면서 건축도면을 암기하셨다고 하네요.  따라 해보고 싶어서 저도 2018년 2월부터 약  3개월간 필사를 했습니다.  어떤 책을 필사할까 고민하던 중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뜨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선택합니다.   책이 두껍지도 않고 얇은 편이라  첫 필사 책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노트에 글을 쓰는 작업은 지루하고 고단한 작업이죠.  빈 종이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막막하고 황당했는데, 남이 써 놓은 글을 노트에 옮겨 적는 것은 그 보다는 훨씬 쉽더군요. 물론 손이 좀 아프고, 내가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자괴감이 가끔씩 들기도 했어요.  일주일 정도쯤 지난 후  적응이 되기 시작하면서 매일매일 일정한 분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다


 필사를 하면서  하루키의 글이 내 글 속으로 쏙 들어왔냐고요? 전혀요.  그냥 숙제하듯이 썼어요.  3개월을 쓰니까 노트 한 권을 채우면서 책 한 권을 온전히 필사하게 되더군요.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성취감이 이런 건가?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들여가며 왜 이런 걸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지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뿌듯한 성취감이 분명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노트북으로 한번 더 필사하기로 했어요.  노트북으로 필사하는 것은 훨씬 속도가 빠르더군요.  한 달 만에 똑같은 책을 필사하게 됩니다.  두 번째로 필사를 하고 나니 처음과는 다르게 하루키의 소설책 내용이 부분 부분 영상처럼 생각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 오호, 뭐지. 내 어린 시절 이야기 같아. 영화를 한편 본거 같기도 하고 ‘


며칠 지나서 노트북으로 3번째 필사를 또 시작하게 됩니다.  숙제하듯 빨리 과제를 마무리해야지 하는 느낌으로 필사를 한 게 아니라 마치 내가 글을 쓰는듯한 느낌으로, 하루키로 빙의를 한듯한 느낌으로 필사를 하게 됩니다. 뭐, 소설가 코스프레라도 좋습니다.  


‘ 아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이런 느낌으로 글을 쓰나 보네 ‘


담배를 끊은 지 20년이 다 돼가지만, 왠지 담배 한 대 폈으면 근사하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루키가 쓴 단어를 내가 좋아하는 단어로 바꿔보기도 하고, 특정 장소를 한국식으로 바꿔서 우리 동네 지명으로 대치해보기도 했습니다.  묘하게 마치 내가 소설을 쓴듯한 착각을 가지게 되더군요.   흥미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 심리상담 교육을 받으면서 저 같은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은 소설 필사보다는 심리 상담한 콘텐츠를 녹취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제안을 받아서 지금까지 녹취를 해오고 있습니다. 

빈 화면에 어떤 글을 채우기가 힘든 초보자들은 우선 남들이 써 놓은 글을, 그림을 필사, 필화를 하면서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자신의 성향이 로맨티시스트라면 자신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소설을 찾아서 필사를 해보세요.  또 자신의 성향이 아이디얼리스트라면 #황심소 심리상담 방송에서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녹취를 해보시면 분명 새로운 재미를 느끼실 겁니다. 

남의 것을 따라 쓰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덧  마음속의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글쓰기가 더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써봅니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그 느낌을 찾아서 끌어올리는 것만 해도 대단합니다.


지금 당장 필사를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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