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삶으로 변신

제가 맞게 이해한 건가요?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오랜만에 찾은 용산전자상가. 빈 점포가 너무나 많다. 인터넷 쇼핑몰의 영향일까? 조립 PC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뜻일까? 갑자기 모니터 화면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서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 CPU, 메모리를 점검받으러 용산에 나왔는데, 당황스럽다.

용산역 앞에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큰 호텔까지 있는 걸 보니, 이 근처 땅값도 어마 무시하게 올랐을 듯싶다. 당연히 월세도 올랐을 테고. 젠트리피케이션일까? 용산에서 가격 후려치기 당하지 않고 정가로 깔끔하게 살 수 있어서 자주 다녔던 C쇼핑몰. 선인상가에서 나와서 별도의 건물에서 단독으로 운영한지도 꽤 된 듯싶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동네. 용산

“ 메모리를 좀 바꾸려고 그러는데, 어떤 걸 사야 할지 너무 어려워요 “
“ 아, 그러세요? 보드가 어떤 거예요? “
“ ASUS 요. 보드 떼서 왔는데. 보여드릴까요? “
“ 네, 보여주세요 “
“ 이게 잘 쓰고 있는데 갑자기 모니터 화면이 안 나오더라고요. “
“ 지금 작동은 되는 건가요? “
“ 네. 조금 전에 A/S에서 점검받고 왔어요. “
“ 좋은 보드 쓰시네요. CPU는 어떤 거죠? “
“ 모르겠어요. 그건 “
“ 네. 제가 열어서 좀 확인해 볼게요 “
“ 네 “
“ 삼성 꺼 쓰시는게 어떠세요? “
“ 그런가요? 저도 이제 힘들어서.. 삼성 꺼 쓰면 좋을 거 같긴 하네요 “

음. 말하고 보니. 이게 무슨 말인지 싶다. 조립 PC 전문 쇼핑몰인데, 삼성껄 왜 쓰라고 하지? 이제 정말 조립 피씨의 세계는 끝난 건가? 여기서도 이제 메이커 피씨만 팔기로 했나?

“ 하이닉스 자회사로 중국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삼성께 나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
“ 아. 네. 삼성껀 얼마예요? “
“ 4만 원 정도 합니다. 8G에 “

음. 메모리 이야기였구나. 이 상황을 꼭 기억해두고 싶어서 아이폰 메모장에 키워드 몇 개로 메모를 해두었다. 이런 거다.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고, 정황상 메모리 이야기로 흐름이 연결되어 가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나는 왜 메이커 피씨로 이해했을까?

일상생활의 수많은 상황에서 이런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내가 오해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상대방이 오해를 할 수도 있다. 나 자신의 생각에 집중하느라 타인에 대한 관심에 둔감하고, 주변 환경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는 듯싶다. 확실히 감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호기심이라는 센서가 작동되지 않으면, 말 한마디 하기 싫어지는 성향. 맞다.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꼭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내가 이야기한 것이 상대편에게 잘 전달되었는지, 또는 상대의 이야기를 내가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 제가 드린 말씀 중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
“ 지금 하신 말씀을 이렇게 이해했는데. 제가 맞게 이해한 건가요? “

앞으로 대화는 평서문보다는 질문의 형태로 바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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