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만들어가는 인생길
나는 ‘독학’을 좋아한다. 독학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 스승이 없이,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아니하고 혼자서 공부함’이라고 나온다. 즉 별도로 가르쳐 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행위를 뜻한다.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혼자 공부하다 보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움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일어 공부도 학원보다는 현지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짧은 단어 몇 개라도 주고받으면서, 서로 대화가 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할 때, 희열을 느꼈다. 깊은 이야기는 못 나누지만,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생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독학의 힘’이다.
독학의 지존을 소개하고 싶어 진다. 독학을 통해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 인물로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만나보도록 하자.
건축학과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잔뜩 사다가 1년 안에 독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엉성하게나마 목표를 달성했다. 대학의 건축교육이 어떤 체계인지는 어렴풋하게나마 파악했다.
그냥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도면이나 드로밍을 베끼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도판을 기억해 버렸을 정도로 건축 도면을 수없이 베껴 보았다.
고등학교 때 복싱을 했던 안도 타다오는 대학을 가지 않고, 혼자서 필화를 하며 건축을 공부한다. 건축에 쓰이는 건축도면을 수 없이 베끼면서 스스로 공부했다고 하는 글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이래도 되는 거였구나.
필사로 글쓰기 연습하기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선택해서 필사를 해보자. 나는 하루키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노트에 적어가며 시작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자신의 성향과 욕망을 안다면 그에 맞는 적확한 필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감성적인 성향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감성이 풍부한 에세이나 소설이 좋을 것이고, 호기심과 철학적인 것을 좋아한다면 본인이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전문서적이 더 좋을 수 있다. 내 경우는 황상민 교수가 쓴 <마음 읽기>라는 심리학 서적을 필사하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불안함
낯선 사람들, 낯선 일을 대할 때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는 익숙해지면 그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되기에 그 상황에 천천히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경우를 보자면, 그 불안함을 눌러버릴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는 바로 ‘호기심’이다. 새로운 것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금방 싫증을 낸다. 독학은 처음에는 낯선 것에 마주 서야 하기 때문에 불안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불안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나만의 비결은 ‘호기심’이다. 궁금한 것에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긴다. 마침, 안도 타다오의 글에서 비슷한 생각을 만나서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불안보다도 미지의 서구에 대한 호기심이 더 강했다. 사진으로 보는 서구 건축에는 섬세하면서도 자연과 일체화하는 일본 건축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함이 있어 보였다. 그 강렬함이 무엇인지 본고장에 가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상상하고, 꿈의 그림을 그리자
예를 들면 거리를 걷다가 공터를 발견하면 ‘나라면 이런 건물을 짓겠다’라든지, ‘여기가 이렇게 개발하면 재미난 풍경이 나타날 것이다’라는 식으로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스케치했다. 땅주인이 의뢰하지 않았는데 내 멋대로 남의 땅을 놓고 생각하는 것이므로 그런 구상을 땅주인에게 제시해 봐야 귀찮아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종종 내 의견을 재미있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안도 타다오는 상상을 하고 그걸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겼던 것 같다. 1년간 브런치에 마음의 변화에 대해서 기록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첫째, 막연하게 흘려보냈으면 1년간의 그 세밀한 변화를 나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록을 한 내용을 묶어서 책으로 만들어서 함께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기록과 책 만들기는 다르다.라는 것을 알았다. 내 속에 담겨있는 감정과 생각을 뽑아 올리는데 치중했기에, 공감을 나누기에는 추상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나 역시 이해하기가 어렵다. 세 번째, 잘 읽히는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단순하게 구성해서 다시 쓰고 있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스스로 독학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해주고 싶다.
안도 타다오가 꿈의 설계도를 그렸듯, 자신의 성향에 맞는 인생 첫 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강의를 하는 꿈을 그려본다. 내 책을 만들어 그것을 입증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