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쓰고, 영상으로 촬영하기
note: 쫄지마 아저씨, 파리여행 #2일차-1
‘ 얼마쯤 잤을까 ? ‘
탁자위에 놓인 아이폰 홈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한다. 새벽 2시30분. 도착한 첫날 밤 10시쯤 잠들었으니 대략 4시간 30분쯤 잔 셈이다. 한국시간 오전 9시30분. 다시 잠들긴 어려울것 같다.
‘ 이제 뭘하지 ? ‘
앞으로 11일간 지낼 3평 남짓한 호텔방에서 컴컴한 창밖의 파리의 풍경을 바라본다. 헤밍웨이가 글쓰며 사색했던 도시, 피카소가 그림을 그렸던 그 도시의 어느 호텔방에 앉아있다. 이 귀한 시간을 허락해준 아내와 아들은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 잠깐 생각이 스쳤지만, 파리의 이 소중한 시간에 집중하기로 한다. 지금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다. 창밖에는 불꺼진 상점과 가끔씩 지나치는 자동차만 보인다. 편의점도 보이지 않으니 날이 밝을때까지 쫄쫄 굶을 수 밖에.
파리에 있는 12일간 꼬박꼬박 기록하려 한다. 현지에서, 날것 그대로 기록하는 작업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중년아재가 혼자 유럽의 작은 호텔방에 앉아서 자신이 살아온 지난 날을 반추하고, 또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 한다. 아이패드를 우선 꺼내든다.
‘ 음. 뭘 써야할까 ? ‘
글쓴다고 생각하지말고, 메모한다고 생각해보자. 잘써야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난 나일 뿐이다. 내 에센스가 가장 잘 드러나는 글을 쓰고 싶다.
‘ 궁금증, 호기심 아닐까 ‘
파리에 온 이유다. 아시아가 아닌 12시간 비행거리에 있는 서양세계, 유럽이라는 공간이 궁금했다. 책과 영화에서만 보던 백인들이 사는 곳. 그곳을 직접 관찰해보고 싶었다. 더 늦으면 안될것 같아서 큰 결심을 하고 이곳에 왔다. 솔직히 아직은 이곳이 에펠탑이 있는 파리라는게 실감나지 않는다. 디즈니랜드 유럽섹터에 온듯한 느낌이다. 비행기에서 잠이 오지 않아 꼬박 12시간을 버틴후, 드골공항에서 파리15구역까지 찾아오는 그 과정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지나 간다. 다시한번 뿌듯해 진다.
“ 장하다. 하루켄 “
유튜브 진짜 하려고요 ?
“ 왜? 솔직히 말해보시지. 왜 하는건데 ? “
“ 자기 표현의 한 수단이랄까 “
“ 뻥치고 있으시네. 돈 되다고 하니까 그러는거 아냐 ? “
“ 음. 아니란곤 말 못하겠지만, 너 같으면 아저씨 채널 보겠냐 ? “
“ 그렇긴 하지. 그럼 뭔데 ? “
“ 영화에 대한 미련도 있고, 영상으로 날 표현하면 재미있을꺼같아서 “
“ 웃긴다..너, 뭐 표현할꺼라도 있냐 ? “
“ 표현할게 없는게 고민인데. 그 고민을 표현하려고 그런다. 어쩔래 “
“ 그러셔요, 참 많이도 보겠다. “
“ 니 맘대로 날 규정하지 마라.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는거다 “
파리 출발하기 몇일전,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몇개 올렸다. 일단 테스트로 올린건데, 그조차도 하지않으면 자꾸 미루기만 할거같았다. 영상을 유튜브로 업로드하는 방법과 간단한 편집 정도는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알았다.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는 유튜브 채널을 할 생각을 하면서 얼굴 안나오는 영상을 만드려고 생각하는게 뭔가 찜찜하다. 변화의 단초를 만들려면 용기와 자기확신이 필요하다.
날이 밝으려면 몇 시간 남았으니,첫 촬영을 시작해보자. 다이소에서 구입한 3천원짜리 문어발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붙여 의자에 고정했다. 셀프촬영 모드로 전환해놓으니 혼자 영상촬영하기에 괜찮다. 두번째 카메라는 액정이 없는 미러리스. 셀프화면 전환이 안되기에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기나 실내 촬영은 가능할것 같아 테스트 촬영을 해보기로 한다. 2미터 거리에 있는 화장대에 카메라를 거치하고, 유선 핀마이크를 꽂아서 오디오를 녹음하며 바스트샷을 잡기로 하자. 맥북이 없기에 파이날컷 편집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없는데 2대로 촬영하면 동기화하기도 힘들텐데 멀티촬영 할 필요가 있을까싶다. 일단 있는 장비니까 최대한 활용도를 테스트해보자.
첫 동영상 촬영 소감은 ?
“ 처음에 아이폰 화면속의 제 얼굴을 보니 어찌나 어색한지. 훗 “
“ 셀프촬영은 처음인가요 ? “
“ 그렇죠. 셀카 사진이야 찍지만, 동영상으로 이렇게 혼자 떠들긴 처음이죠. “
“ 해보시니까 첫 느낌이 어떻던가요 ? “
“ 속풀이 한 느낌이랄까..처음에는 ...어..어...이 소리 밖에 안나왔는데...내 감정을 쏟아내니까 후련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어차피 생방송도 아니고, 나중에 편집하면되니까..일단 하고 싶은 말을 시작했더니 봇물터지듯 말이 막 나오더군요. 나중에 영상 돌려보면 디게 웃길꺼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