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시크한 서비스

매력있어, 매력있어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note: 쫄지마 아저씨, 파리여행 #3일차-1


화장대 위에 놓인 아이폰 시계는 새벽 2시 10분.

늦은 밤이라 그런지 거리의 상점은 불이 꺼져있고, 도시는 잠들어 있다.

플라스틱 컵에 와인을 반쯤 따르고, 한 모금 마셔본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쌉쌀한 액체가 빈속의 몸을 깨운다.




새벽에 나 홀로 인터뷰

‘ 어딜 가볼까, 오늘은 ‘

까다꽁브, 에펠탑, 샤띠에 식당을 다녀오는 게 오늘의 미션. 아이폰을 켜고 구글맵으로 지명을 넣고 검색해본다. 연초부터 스마트폰 글씨가 희미해 보이더니, 안과검진 결과 노안과 백내장이 함께 온 상태라고 한다. 작은 글씨를 보기 위해서 노안 안경으로 바꿔 쓴다.


“ 이제 파리에 좀 익숙해졌나요? “

“ 당근. 나비고 카드가 있으니까 지하철 타는 건 걱정 없네요. 무제한이니까, 잘못 타면 바꿔 타면 되고, 이 카드 진짜 좋아요. “

“ 한국에서 걱정 많이 하지 않았나요? “

“ 장난 아녔죠. 떠나기 며칠 전부터 속이 체한 것처럼 메슥거리더라고요. 어지럼증도 느껴지고. 돌이켜보니 몸이 먼저 알아챈 거 같아요. 불편한 마음을. 희한한 게 파리에 도착하니까, 어지럼증이 싹 없어지데요. 인간의 마음이 참 간사하죠. 불편한테 아닌 척하고, 그렇게 속이는걸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인간의 몸은 정직하네요.

“ 오늘이 제대로 파리 여행 시작하는 거네요? “

“ 그렇죠. 에펠탑을 보게 되네요. 기대되네요. “


파리지하철, 나비고 카드 필수템


구글맵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먼저 파악해둔다. 파리는 지하철을 이용하면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데 1시간을 넘는 곳이 없다. 파리 1구역에 숙박해서 주요 관광지만 돌아본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도 없이 걸어 다녀도 충분하다.

시내 호텔은 에어컨이 없는 호텔이 많다고 하는데, 15구는 외곽에 떨어져 있다 보니 호텔의 컨디션이 양호하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천장 쪽에 에어컨이 달려있어서, 수동 조작으로 24시간 에어컨을 작동시킬 수 있다. 호텔방이 3평 남짓정도로 크지 않기에 바람이 너무 직접 오기에 에어컨을 껐다 켜었다 하면서 글을 쓴다. 창문을 열면 새벽이라 시원할 텐데, 모기나 벌레들이 혹시 들어올까 봐 열기가 좀 꺼려진다.


걱정했던 물갈이로 인한 배탈도 없고, 인종차별 이슈도 느끼지 못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만 듣고 괜한 걱정을 한 듯싶다. 일본 쪽 여행하는 것보다는 긴장되는 건 사실이지만, 생각했던 거와 달리 현지 파리 분위기는 편안하다.


프랑스식 시크한 서비스

“ 봉쥬흐 “

“ 봉쥬흐 “


호텔 프런트 직원은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며 근무하는 듯하다. 첫날 만날 필리핀인 미델이 가장 싹싹했던 거 같고, 나머지 프랑스인들은 역시 시크한 느낌. 뭘 그렇게 열심히 보나 싶어서 모니터를 슬쩍 훔쳐보니 고객들의 숙박 스케줄이 표시돼있다.



파리 엘리베이터


“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만원 나오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


기계음처럼 자동으로 줄줄 나오는 한국식 서비스와는 다른 이들의 시크함.


“ 손님이 왕 아닙니까? 고객으로서 당연히 받을 수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

“ 고객이 왕이면, 저희는 하인인가요? 가치를 제공하고 서비스를 하는 거지 저희 인격까지 제공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

“ 당신 하고는 말이 안 통하니까. 여기 사장 나오라고 해. 더 높은 사람 나와요 “


프런트를 지나며 상상을 털어낸다. 여유롭고, 보기에 따라서는 느릿느릿한 서비스. 아직 며칠 안되었지만, 빠름에 익숙한 우리들과는 다름이 느껴진다.




파리의 출근 풍경

8시 30분. 호텔을 나와 10미터쯤 걸어가면 작은 횡단보도가 있고, 그 길 건너에 빵집이 보인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빵을 사려고 줄을 서있다. 회사 앞의 토스트 가게나 김밥천국 같은 분위기일까? 저녁에 호텔에 들어갈 때 빵을 몇 개 사야겠다.


“ 와우, 멋진데, 봤어? “

“ 파리의 공유 킥보드, 라임 아니야, 처음 보니? “

“ 엄청 빠르네, 자전거 전용길이 잘 돼있네, 자전거도 엄청 빨러 “

“ 파리에선 탈 만하지. 나중에 한번 도전해보시던지 “


출근하는 직장인이 역 구내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분주히 내려가고, 안전헬멧을 쓴 회사원이 꽤 빠른 속도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쌩하며 달려간다. 어디론가 전화를 하며 걸어가는 아가씨와 천천히 걸어가는 동네 어른들의 모습을 구경하니 새삼 여행이 재미있어진다.



porte de Vanves 역으로 내려간다. 계단을 내려가면 작은 과일상점이 나오고, 표를 파는 곳에 직원이 앉아있고, 옆에 셀프 판매기가 2대 놓여있다. 게이트는 입구와 출구가 따로 분리되어 각 3개씩 있다. 이쪽으로 나가면 시내를 향해가는 건지? 아니면 반대편으로 가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내려가서 보면 다행히 시내 가는 방향이고, 선로 건너편에는 반대편 가는 플랫폼이 있다. 저들은 어떻게 저쪽으로 들어왔을까?


‘ 파리의 지하철은 출입구에 따라서 목적지의 방향이 바뀐답니다 ‘


여행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이 갑자기 생각난다.


“ 다른 쪽에 지하철 입구가 있는가 봐 “

“ 설마? “

“ 생각해봐. 내려오면서 다른 쪽으로 나가는 길이 없었잖아, 내려오면 다른 데로 나갈 곳이 없다니까. 희한하네. 어느 입구로 가느냐에 따라서 방향이 바뀌는 거 같아 “

“ 신기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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