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가는 역. 몽파르나스역

부엔 까미노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note: 쫄지마 아저씨, 파리 여행 #3일 차-2




메트로 M자 표시가 있는 입구. 처음 볼 땐 맥도널드 표시인 줄 알았는데, 파리의 메트로 지하철 표시다. 계단을 내려가면 하늘색으로 표시된 라인 M13을 탈 수 있다. 3일 차가 되니 지하철 타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는 순례자들은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해서 몽파르나스역으로 오게 된다. 이곳에서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탄다.


몽파르나스 역 승강장


“ 나 떨고 있냐? “

“ 아니. 왜 “

“ 몽파르나스 소매치기 장난 아니라던데? “

“ 그래? 다들 출근하기 바쁜 거 같은데 “

“ 그렇지? 집시 소매치기는 안 보이는데, 누가 소매치기란 말이야? “

“ 소매치기가 나 소매치기요 하고 어디 써붙이고 다니겠냐? “

“ 배고프네. 뭐 좀 먹을까? “

“ 그래, 너 털릴 것도 없잖아. 세이프 백 앞쪽으로 맸는데 어떻게 훔치냐, 걱정마라 “


출근하는 사람들이 분주히 지나가고, 빵집 앞에서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빵과 커피를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작은 점포, paul 이 눈에 들어온다. 가격도 저렴해서 파리 온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들었다. 마치 김밥천국의 김밥을 사듯, 파리 사람들이 빵과 커피를 산다.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하면서 서빙하는 스텝들의 밝은 표정이 재미있다. 알아듣지 못하는 프랑스어가 노랫소리처럼 들린다.

슬쩍 대기줄 끝에 슬쩍 서본다.


몽파르나스역구내. avi / 오디오 무시해주세요, ㅎㅎ 이렇게 소리가 작을 줄 몰랐음


“ 봉쥬흐, 즈브드해 디스 실부 뿔레 , 쎄꽁비앙 “

“ 메흐시 “


슬슬 입에 붙기 시작한다.


‘ 와우, 정말 통했어 ‘


파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유튜브에서 완전 초보 프랑스어를 배울 수 있는 강의를 찾았다. 꽤 많은 영상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채널 #젠샘 프랑스어인데 예쁜 선생님 두 분이 어찌나 재미있게 강의를 하시던지 문장 몇 개를 외울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야매 불어 효과를 톡톡하게 보고 있다.

초코가 들어 크화상 빵을 집어 들고 주변을 살짝 경계하며 역 안쪽을 둘러본다. 다들 바쁘게 움직일 뿐, 집시 비슷한 무리도 보이지 않고, 나에게 관심 있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도 없다. 동양인 여행자는 중국인 몇 명만 보일뿐, 관광지의 느낌도 나지 않는다.


“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가? “

“ 소매치기도 출근시간이 있는 거 아냐? “

“ 그런가? 괜히 걱정했네. “

“ 내가 말했지. 털릴 것도 없잖아. 넌, 걱정 붙들어 매라 “

“ 여행자들은 전부 루브르,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 마레지구, 몽마르뜨 쪽에 죄다 몰려있나 보네? “


두 번째 폴 가게에 가서 커피를 시켜보려 한다. 프랑스어로 주문하는 것에 재미 붙였다.


“ 즈브드해 커피 스몰 씰브쁠레 “

“ 쏼랑 쏼랑 쏼랑 쏼랑 ….”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는 표시를 했다. 직원이 계산기의 작은 모니터를 내쪽으로 돌려서 화면에 나온 숫자를 보여준다.



‘ 동전이 이게 얼마 짜리지? 음. 큰 게 비싼 거겠지? ‘


동전이 큼지막한 놈이 있어서 건네주니 금액이 부족한가 보다. 손바닥에 움켜쥐고 있던 동전을 펼쳐서 직원에서 보여준다. 방끗 웃는 표정도 잊지 않았다. 직원은 내 손바닥에 놓인 동전을 몇 개 가져가서 계산을 끝낸다. 흑인 여성인데 웃음이 귀엽게 느껴진다.


‘ 휴우, 계산이 잘 됐나 보네. 피부는 검고 탄력적이고, 건강하고 섹시함이 함께 느껴지는 여성이네 ‘


친절하고 밝은 사람인데 첫 인상으로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내 속에 있었음을 재차 느낀다.


“ 메흐시 “

“ 즐거운 여행 되세요 “


파리의 상점에서 계산을 하고 나면 꼭 ‘ 즐거운 여행 되세요 ‘라고 인사를 해준다. 관광도시의 파리 시민의 온몸에 배어있는 에티켓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선 도시에서 여행자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 점점 파리 사람들의 친절함에 빠져든다.


“ 파리 마음에 드냐? “

“ 어, 진짜 친절한 거 같아, 근데 왜 악평이 인터넷에 이렇게 많지? “

“ 왜 그럴까? “

“ 소매치기당하면, 여행기분은 그때부터 쫑난거지. 또 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사람들이 좋아하잖아. 에펠탑 배경으로 예쁜 사진 찍으려고 옷도 정말 예쁘게 입고 왔는데, 소매치기한테 홀라당. 털려봐, 사랑하는 사람한테 배신당한 느낌 들겠지 “

“ 동양 여자들을 타깃으로 노린다고 하던데? “

“ 한국인은 로맨 성향이 대부분이라서, 현장에서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자책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서양 여자들 같으면 현장에서 적발하면 아주 난리 칠걸 “

“ 이런 거 글로 써도 괜찮냐? “

“ 내 생각이니까. 자기 생각은 말할 수 있는 거잖아. “

“ 오키 도키 “



빵과 커피를 들고 몽파르나스 역사 밖의 광장 쪽으로 나가니 주변의 젊은이들이 모여 앉아서 담배 피우고 커피를 마신다. 아침 9시에 벌써 이렇게 떼로 앉아있는 걸 보니 살짝 긴장된다.


“ 이 친구들이 소매치기단일까? “

“ 니 눈에는 소매치기들로 밖에 안 보이냐? “

“ 그러네.. 내가 좀 예민한가 보네 “

“ 걱정 붙들어 매라니까, 그러네 “


풀밭 옆의 의자에 앉아서 현지인 코스프레를 하며 커피를 마신다. 출근시간에 늦었는지 빠르게 걸어가는 회사원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파리지엔의 옷차림은 패션쇼의 모델들처럼 화려할 거라 상상했는데 수수한 편이다. 서양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데 일본의 어느 역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이 평범한 아침이다. 어느 곳이나 출근하는 모습에는 웃음이 없고, 분주함만이 남아있는 듯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랑스식 시크한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