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따꽁브 파리 지하 납골당

심장이 뛰는 그날까지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note: 쫄지마 아저씨, 파리 여행 #3일 차-3



포스팅 맨 마지막에 까따꽁브 내부사진에는 인골이 나오니,

불편하신 분들은 스크롤을 내리지 마세요.

살아있는 것의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꺄따꽁브 catacombes de paris

300km에 달하는 지하 납골당에 600만 개의 유골이 쌓여있는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한 곳으로 파리의 어느 관광지보다 먼저 까따꽁브를 가보고 싶었다.


“ 기괴하네, 취향 희한하다. 너? “

“ 서양인들은 좋아하는 공포 여행지야,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어디 있겠어 “

“ 볼 게 없어서 파리 가서 무덤을 보러 가니? 에펠탑을 봐야지 “

“ 죽은 자 들의 공간에 살아있는 사람이 초대받았다고 생각해봐, 짜릿하지 않아? “

“ 미친 거 아니지? “

“ 미치긴. 인스타에 #까따꽁브 #catacombes 태그 검색해봐, 사진 잔뜩 나온다 “

“ 으악, 뭐야, 여기, 이거 진짜 해골이야? 이걸 보러 간다고? “

“ 18세기부터 시신을 지하 납골당으로 옮겼다고 하더라고, 300km 중 1.7km 만 공개되었데 “








10시 오픈이라 서둘렀는데, 구글맵이 오작동하면서 지하철역에서 나와서 몇 바퀴 헤맸더니 9:30분에 도착했다. 개장 30분 전인데 벌써 줄이 100m 정도 늘어서 있다. 오늘 보지 않으면 안 볼 거 같아서 맨 뒤줄로 가서 줄을 선다.

앞줄에는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2명의 소녀와 30대 정도로 보이는 커플이 모여서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가족처럼 보이지 않기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소녀들은 영화 속에서 바로 튀어나왔을 거 같은 귀여운 외모, 하이스쿨 치어리더 단원들 같은 발랄함과 건강함이 함께 느껴졌다.


“ 청춘은 아름다워 “

“ 음흉한 거 아냐? “

“ 미친놈, 제정신이냐 “

“ 서양사람들은 어린애들이 예쁜 거 같아 “

“ 진짜 인형들 같아,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네 “


남녀 커플 중의 여성은 어찌나 목청이 좋은지 1시간 넘게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날도 더운데 기운도 참 좋다. 영어가 좀 되면 말을 붙이면 좋을 텐데, 영어 손 놓은 지가 오래다 보니,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





검은 세단, 파란색 경광등

줄 서있는 90분 동안 거리에서 사이렌 소리를 5번 이상 들은 것 같다. 앞쪽 유리 창쪽에 파란색 경광등을 붙이고, 차량 밖에 아무 표시가 없는 검은색 세단이 사이렌을 울리며 급하게 질주해간다. 뒤따르는 구급차들.


“ 뭐야. 테러라도 난 것처럼. 무섭게. 근데 저 검은색 차는 뭐야? 경찰차야? “

“ 그러게, 표시가 없지? “

“ 파리는 다 사복경찰인가? 아니면 기관원들인가? “

“ 여자 월드컵하고 있어서 테러 위험에 대비하나 보네 “

“ 설마 지하 납골당에서 테러범이 있지는 않겠지? “

“ 테러할 때가 없어서 납골당에서 하겠냐? “


파리에서 정복을 입은 경찰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보지를 못했는데, 경찰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총기사고가 많은 도시라서 거리의 풍경이 살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평화롭다. 밖에서 보는 파리와 안에서 느끼는 파리의 느낌은 전혀 다른 듯싶다.





어두컴컴한 미로 속으로

지하 20m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이어진다. 바닥에는 물기가 촉촉하게 느껴져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발끝에 힘을 주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뗀다. 맨 아랫 바닥까지 내려가니 높이 2m 정도 되는 굴이 나온다. 앞사람이 있기에 다행히 무섭지 않다. 바닥에는 축축한 습기가 느껴지고 천장에는 물방울이 매 처져 있는 곳도 눈에 뜨인다. 사후의 세계로 가는 길고 지루한 납골당의 미로. 아직은 인스타에서 보던 해골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서 중간중간 나오는 안내방송을 헤드셋으로 듣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아서 빌리지 않았는데, 어떤 내용이 나오는 것일까?





진짜 해골을 눈앞에서

뼈를 가지런히 쌓아서 재단을 만들듯이 평평하게 만들고 그 위에 해골을 올려둔 게 꼭 나무장작을 정리해 놓은 것 같다. 이상하게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그저 덤덤하게 동굴을 따라 계속 걸어간다. 죽은 자 들의 깊숙한 공간을 걷고 있다. 지하에 머무는 30분 동안, 죽음을 눈으로 확인한 이 순간의 체험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 노력한다.





리뷰를 보니, 기다려서 들어온 것에 비해서 별 느낌이 없었다는 후기도 있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듯싶다.

지금 당장은 납골당의 의미와 체험이 주는 느낌이 뭔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내 인식을 확장시켜주는 계기를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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