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요리, 싸띠에 식당

징그러워? 어때?

note: 쫄지마 아저씨, 파리 여행 #3일차-6




달팽이 요리, 부이용 쌰띠에 Bouillion Chartier

서양사람들로 가득 찬 거리. 호기심 가득 찬 눈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 와, 여긴 진짜 유럽 같아 “

“ 촌스럽게, 어디냐? 달팽이 식당? “

“ 구글맵으로 보면, 음... 저기네, 빨간색 간판 있는데 “



역에서 멀지 않고 화려한 식당가 초입이라 접근성이 좋다. 마침 식당으로 들어가는 손님들은 대부분 서양사람들, 파리 현지인인지 아닌지는 나로서는 구분하기가 어렵다. 지금까지 동양인 관광객을 자주 보지 못했다. 내가 관광지를 벗어난 구역만 다니고 있는 건가?


이곳은 파리 중심가에서 살짝 벗어나 있고, 역사도 오래된 대중식당이기에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프랑스 가정식을 맛 보고 싶은 여행자들도 즐겨 찾는 식당이다. 다만, 불친절하다는 리뷰가 워낙 많고 호불호가 대쪽같이 갈린다. 진짜 궁금하지 않은가? 그 이유가.



사실, 싸띠에 식당을 오기 위해 사전에 꽤나 열심히 공부를 했다. 파리 음식은 전식, 본식, 후식으로 나뉘기에 어떤 음식을 주문해야 할지 현지에서 불어 메뉴판을 보게 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음식으로 오리고기를 가장 많이 추천하기에 본식으로는 오리를 찜해둔다. 또한 파리하면 달팽이 요리 아니겠는가? 에스카르고 요리가 징그러워 보이긴 하지만, 파리까지 와서 안 먹어 볼 수는 없으니까. 후식은 필수 사항은 아니기에 제쳐두고. 가장 중요한 와인을 주문해야지. 이건 진짜 팁인데, 쌰띠에 전용 와인 작은 병이 있어. 둘이 먹기 딱 좋은 양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아서 난 이걸로 초이스.


“ 준비 열심히 했네? “

“ 가서 뭘 시킬까 망설이고, 주문 안 받는다고 열 받을 일 없잖아 “

“ 니 덕에 잘 먹겠다 “

“ 그래, 내 덕에 호강하는 줄 알아라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 드디어 왔다. 시간은 오후 4시. 저녁식사 시간 전이기에 홀은 한가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입구에 서서 종업원이 오기를 기다린다. 파리 식당에서는 자리배정을 받기 위해 레스토랑 입구에 서 있어야 한다고 들은터라.


“ 봉쥬흐, 원 “

“ 봉쥬르 “


양복을 쫙 빼입은 매니저인듯한 양반이 오더니 나를 테이블로 안내한다. 어, 근데 뭐지. 남자 3명이 식사하고 있는 테이블로 데리고 간다.


“ 쏼랑 쏼랑 쏼랑 “

“ 저희는 일행이 있어서요. “


예전에 나이트클럽에 가면 부킹을 해주려고 여자 손님을 남자 테이블로 손 잡고 안내하는 웨이터를 자주 보곤했다. 딱 그 분위기.


‘ 오. 노. 빈 테이블 이렇게 많은데, 왜 이러세요? 아저씨 ‘


중국인으로 보이는 20대의 여자 커플이 있는 테이블 앞에 가더니, 이내 방향을 바꿔서 동양인 노부부가 앉아 있는 자리로 날 안내한다. 합석을 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것 같은데, 프랑스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분위기로 알아챈다.


“ 익스큐즈 미 “


60대로 보이는 베트남 노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뭐라고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눈다. 혼자 오면 이렇게 테이블에 마구 앉히는구나. 뭐. 나야 흥미롭고 괜찮지만 당황하는 한국사람들 진짜 많을 듯싶다. 테이블이 살짝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구잡이 합석이다. 이런 상황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식사시간 내내 불편한 기분을 느껴야 될 듯싶다. 진짜 재미난 식당이다.



“ 니혼노 카타 데스까? “


일본말로 말을 거니 이 노부부가 화들짝 놀란다. 베트남 사람인 줄 알았는데, 노부부의 대화를 들어보니, 일본말이다. 일본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가벼운 생존 일본어 정도는 할 수 있으니 말을 좀 붙여봐야겠다.


“ 아, 일본분이세요? “

“ 아니요, 한국사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

“ 혼자 온 거예요? “

“ 네, 파리는 처음인데 여기가 유명하다고 해서요”

“ 저는 나고야에 살고, 파리는 이번에 13번째입니다. “

“ 네? 13번째요? “

“ 하하. 1년에 한 번씩 온 것 같네요. 이제 은퇴해서 자주 오려고 합니다. “


6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는 선한 인상이고 어딘지 모르게 고위 관료를 한듯한 느낌이 든다. 할머니는 천생 여자다. 외모도 고우시고, 마음도 여려서 식당 서비스의 여러 가지가 마음이 걸리는 모양이다. 뭔지 모를 불안과 신경질이 조금씩 묻어난다. 두 분은 음식을 거의 다 먹은 상태이고, 고기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야채가 있는 음식만을 시키신듯 하다.


“ 에스카르고 드셔 보셨어요? “

“ 아니요, 우리는 채식만 해서요. 맛이 어떤가요? “

“ 하하. 저도 좋아하는 맛은 아니에요 “

“ 용기 있네요 “



에스카르고를 잡을 수 있는 눈썹 밀어 올리는 기구같은걸 줬는데, 이걸 사용하니 에스카르고가 튕겨 나간다. 눈치 볼 거 없다. 그냥 손으로 잡고 먹는 게 속편 하겠다.


“ 하하. 어렵네요. 그냥 손으로 먹겠습니다. “

“ 맞아요, 손이 편하지요 “


손으로 에스카르고를 잡고 작은 포크로 안쪽의 살을 쏙 뽑아내니, 고동 먹는 거와 비슷하다. 맛은 골뱅이랑 비슷하고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두 번째로 나온 음식은 오리고기. 살짝 짠 편이었지만 감자랑 먹으면 먹을만했다. 가장 잘 초이스 한 것은 싸디에 와인. 주문 전에 상상하기론 큰 와인 잔에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작은 병에 담겨 나온다. 청하보다큰 병이다.



“ 와인 드릴까요? “

“ 아니요, 술 못합니다. “

“ 아네, 그럼 저 혼자 마시겠습니다 “

“ 네, 드세요 “


맛나네, 긴장도 풀리니 와인을 듬뿍 따라서 한잔을 꿀꺽 원샷해서 넘긴다.


“ 켄상은 술이 세네요 “

“ 하하. 아니요. 술을 좋아합니다. 많이는 못하고요. “

“ 일본어는 어디서 배웠어요? “

“ 제가 오사카를 여행한 지 10년이 되다 보니, 조금씩 배웠습니다. “

“ 10년이요? 오사카만 주로 가나요? “

“ 가끔 도쿄도 가지만, 주로 오사카를 다닙니다. “

“ 나고야 온 적 있나요? “

“ 가본 적은 없고 나고야 테바사키는 좋아합니다. “

“ 하하. 그래요? 나고야 한번 오세요, 식사합시다. “

“ 좋죠. 서울 올 때 연락 주세요 “



나고야 올 때 꼭 연락하라고 이메일을 적어준다. 역시 해외여행을 많이 해본 할아버지다. 나 역시 메일 주소를 적어주며 서울에 오면 불고기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할아버지는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지만, 할머니가 좀 피곤한 기색이 보인다.


불친절한 식당의 오해의 원인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 노부부는 식사를 먼저 끝내고 계산을 웨이츄리스 부탁했는데 10분이 넘도록 계산을 해주지 않는다.


‘ 이럴 때 사람들이 인종차별받았다고 하는구나 ‘


웨이츄리스는 인종차별을 할 사람이 아닌 게 분명히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바쁘게 홀서빙을 다니고 있었다. 이 식당은 철저히 담당 구역이 정해져 있기에 다른 웨이터에게 요청을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무시하는 게 아니다. 오해가 결국 서비스 불만을 넘어서 인종차별까지 가는 거구나. 하는 걸 느낀다. 할머니가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히 느껴진다.


“ 쎄꽁비앙 , 쎌부뿔레 “

“ 위 “



알고 있는 프랑스어 몇 문장은 언제나 요긴하게 쓰인다. 내 말을 듣고 빨리 해준 건지, 해줄 때가 돼서 해준 건지 모르겠지만, 바로 계산을 해줘서 노부부는 결국 계산을 마칠 수 있었다. 난 식사를 끝마치기전에 미리 카드를 꺼내서 계산을 해둔다.


“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

“ 즐거웠어요. 켄상, 즐거운 여행 하세요 “


노부부를 먼저 보내고, 남아 있는 오리요리에 와인을 다 마시고 일어섰다. 마음 같아서는 팁을 주고 싶었는데 팁을 줘본 적이 없어서 테이블에 놓고 나가는 게 뻘쭉해서 주지 못했다.

화장실을 가려고 지나다가 남자 웨이터와 살짝 부딪혔는데.. 그 친구가 바로 말한다.


“ 파흐동 “ (미안합니다)

“ 파흐동 “ (미안합니다)


이런 관광업소에서 인종차별이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간혹 미친놈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우송 르 에뜨왈 레 “ (화장실 어디예요? )



친절하게 화장실 위치를 알려준다. 싸디에 식당의 불친절 오명은 문화의 차이와 식당 시스템을 몰라서 오는 오해다. 인종차별은 아니다. 다만, 나 역시 합석 문화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오늘 같은 경우는 좋은 여행자를 만나서 재미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매번 이런 행운을 기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혼자서 다음번에도 올 수 있을까?


다시 숙소로

알큰하게 취해서 전철을 타자니 조금 신경이 쓰인다. 아마 술냄새에 동양인의 특유의 체취가 날 텐데. 멀리서 술 마시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더 먹을 기회가 있다면 몽파르나스역 부근에서 마시고 숙소까지 걸어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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